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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미술관 - 큐레이터가 들려주는 미술과 함께 사는 이야기
김소은 지음 / 더로드 / 2021년 6월
평점 : 
미술 에세이를 읽으면 중복되는 이야기가 많아요.
비슷한 화가를 소개하고 이미 많이 알려진 그림 이야기를 하죠.
그리고 그림 이야기가 현실과도 좀 괴리감이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미술을 알고 가까워지고 싶어서 책을 읽었는데, 오히려 거리가 더 멀어지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이번에 아주 마음에 드는 미술 에세이를 읽었네요.
미술 전공자가 아닌 비미술인에서 갑자기 미술인이 되어 큐레이터 일까지 하는 분의 에세이입니다.
‘우리집 미술관’을 소개합니다.
이 책은 제목과 내용이 잘 어울리네요.
멀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미술관을 마치 내 집으로 옮겨 놓은 것처럼 친근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책 내용만큼 관심이 가는 것이 저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대학생 때에 라움 미술관에서 봉사를 했고, 이후에 영국 현대 미술 단기 연수 프로그램에 했다가 인생의 진로를 바꾸었습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고 대학원에 가는 것이 어려웠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계속 미술 공부를 해나갔어요.
미술계는 인맥이 중요하다는 말에 지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요?
이런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 저처럼 미술계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희망을 줍니다.
저도 미술을 잘 알고 싶습니다.
화가가 되고 싶어서 오랜 시간 미술을 공부했고, 미대 입시를 준비할 정도로 열정을 품은 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술계가 집안의 후원도 필요하고, 나중에 돈 벌기도 힘들다고 해서 미대 입시를 포기했어요.
화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접었는데 여전히 그림은 좋네요.
하지만 전공이 전혀 다르니까 그림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없었어요.
가끔 미술사 책을 읽으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는 방법도 있었는데 마음만큼 자주 방문하지는 못했네요.
저 말고도 그림에 대해서 이런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친해지고 싶지만 도도해 보여서 거리감이 느껴지는 그런 기분…….
이 책은 미술계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에 도움을 주네요.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연봉이나 업무의 내용 등 현실적인 정보를 풀어냅니다.
큐레이터는 그림 앞에 서서 근사한 정장 차림의 고고한 자태로 일할 것 같은데요.
현실은 주로 트레이닝복 차림이라고 합니다.
전시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몸을 쓸 일이 많기 때문이죠.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것을 요약하자면…
큐레이터 직업의 단점은 낮은 연봉, 경쟁률 높음, 일과 삶의 구분이 모호함, 인간관계의 피로함 등이 있다고 해요.
단점이 많은데 가장 좋은 장점이 있죠.
좋은 작품과 함께하는 삶!
이 한 줄에서 부러움을 확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니 그림 작품을 사고파는 것도 부자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그림을 고르고, 어디에서 사는지 다양한 방법이 나오니까 저도 그림 구매에 도전하고 싶네요.
최근 3040 세대를 중심으로 아트페어 거래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경매로 구매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경매는 낙찰가의 20% 내외 수수료가 있으니 이것도 예산에 고려해야 합니다.
이 책의 120p 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구매 팁이 등장하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세계 미술 시장 중에서 한국은 기타 국가 7%에 속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국내 시장이 참 좁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앞으로 커질 가능성도 있겠죠?
책에 작품으로 재테크를 하는 내용도 등장하는데요.
저자는 이런 예민한 주제에 관해서도 솔직하고 지혜로운 답을 합니다.
부동산의 본질이 주거인것처럼 미술의 본질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천 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깊은 감동과 진심을 전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중세 시대의 종교화를 보면서 그런 감동을 느껴요.
미술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일상을 업그레이드 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 독서였습니다.
책에서 인상적인 글귀를 공유합니다.
30p. 이래라저래라 강요하는 말 한마디 없이, 미술은 자연스럽게 공감을 일으켰다.
76p. 도제식 회사는 힘든 면도 있지만 분명 업무적 성장을 시켜주었고 이 모든 경험이 나의 자산이 되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110p. 감상은 솔직한 것이 최고다. 미사여구도 필요 없고,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206p. 쓸모 없음의 쓸모
216p. 꾸준히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꾸준히 할 수 있게 한다.
233p. 미술 작품은 당연해지지 않고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위치에 따라 다른 감동을 준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