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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두 번 떠난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어떤 책이든 독자들에게 선택되어지길 바란다. 하루에도 수십 권씩 출간되는 책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의 눈과 귀에 오르내리는 책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하기에 독자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한 문구와 공감되는 소재를 한껏 내세운다. 그래, 이 책 또한 내게 그러했다. 이전에 요시다 슈이치의 책‘일요일들’과‘퍼레이드’를 읽어본 적이 있어서 그의 신간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작용하기도 했고‘사랑은 알 수 없고 여자는 더 알 수 없다’는 표지 속의 글귀가 여자인 나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내가 즐겨 읽는 소설 속의 모든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에 근거지를 두지만 가까운 일본 소설만 보더라도 그들 특유의 문화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듯하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조금은 이해할 수 없는 면면들이 분명히 있다. 사실 단편을 즐겨 읽지 않는다. 각각의 이야기를 읽는 순간만큼은 이야기에 빠져드는 듯하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에는 하나로 정리되지 않고 그저 장황하게만 여겨지기 때문에 나와는 뭔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이 책은 남자의 입장에서 바라 본 여자들의 심리와 행동에 초점을 맞춰 어린 날의 사랑, 조금은 단단하게 여물지 않은 그들의 사랑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남녀 간의 사랑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이 끝을 맺는 순간까지 불완전한 모습을 보인다. 매번 누군가와의 완벽한 사랑을 꿈꾸지만 막상 찾아온 사랑 앞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거나 한 여자의 마음을 시험하고자 하는 등의 어리 숙한 일면들뿐이다. 실제로 우리가 하고 있는 사랑 또한 완전함을 꿈꾸는 불완전한 모습이지만 이들이 하고 있는 또는 기억하고 있는 사랑은 순수하고 여린 그래서 감싸안아주고 싶은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이들의 사랑이 아름답다고만은 말할 수 없더라.
사랑을 대하는 현대의 젊은이들, 그들의 모습은 분명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자신의 한 목숨을 내어줄 만큼 누군가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오랜 시간 가슴에 한 사람을 그리며 살아가는 본래의 사랑과 조금 다른, 새로운 사랑에 쉽게 눈을 뜨고 그 사람과의 교감이 없으면 바로 등을 돌리는 일편적인 사랑을 하고 있음을 본다. 진중하다기보다는 가벼운 사랑 놀음을 즐기는 듯해 안타깝기도 하다. 물론 영원성을 띄는 사랑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그 사랑의 본질과 숭고성을 생각한다면 현 시대의 사랑은 많이 색이 바랜 느낌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만은 진실 되어야 한다.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지금 이 순간, 어떤 감정 위에 서 있는지를 알아야 서로의 마음이 한 방향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불완전한 너와 나 사이의 공백을 메울 수 있으리라. 훗날 아무 말없이 떠난 그녀가 이해되지 않거나 나의 말, 행동 하나하나로 인해 누군가가 큰 상처를 받았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요시다 슈이치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사랑, 인간 대 인간이 나누는 사랑의 모습은 분명 불완전하다는 것. 그것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랑 앞에서 인간의 모습은 많이 포장되고 미화되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꿈꾸는 희망적인 사랑의 모습과 조금 다른 미성숙한 젊은 남자들의 시각을 통해 현재의 우리를 뒤돌아보게 한다. 물론, 아주 깊이 있는 시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의 이름만으로 너무 큰 기대를 한 것 같기도 하다. 10점 만점에 6점정도?! 남자들의 심리를 더 잘 알고 싶었던 나에게 아주 흡족함을 주진 못했으니까 너무 야박해 보이진 않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