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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무섭고 아련한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아아, 뭔가 정적인 감정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는 느낌이다. 기담이라는 소재를 통해 조금은 차갑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표현하듯 기묘한 이야기들이면서도 신비로운, 그래서 더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이야기 7편이 실려 있다. 각각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지만 공통적으로 인간이 생전에 있을 때 느끼게 되는 다양한 감정들이 녹아 있다. 한생전 살아가면서 못 다한 나눔, 그것이 말이든 행동이든 감정이든 이를 통해 인간의 구구절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가보다.
‘아사다 지로’의 책은 아직까지 접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어떤 작가의 책이든 처음 읽는 책이 그 작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여름 밤, 잠들기 직전 고요한 새벽 시간에 읽으면 더 좋았을 책이지만 가을을 코앞에 두고 있는 이 시점 읽어보기에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생과 흔히 말하는 전생 그리고 삶의 마지막을 지나 후생까지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끈으로 이어져 있고 그 시간들 속에서 한 사람이 맺게 되는 관계들, 그 안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은 얼마나 많으랴.
서로 사랑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죽음을 선택하는 남녀, 그리고 그들의 애틋한 사랑만큼이나 안타까운 생에서의 이별. 젊은 청춘 남녀의 아련한 사랑의 결말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허락될 수 없는 것인가 보다. 내가 기억하고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고전과 명화 속에서도 해피엔딩의 결말을 맺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까. 그 만큼 사랑했기 때문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슬픈 눈물을 자아내는 것이리라. 아사다 지로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이루어질 수 없기에 더 아련하고 슬픈, 그래서 고요한 주인공들의 외침이 담겨 있는 듯 했다.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에 식상한 결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그만의 세심함이 돋보이기 때문일까. 주인공들의 아픔에 함께 동요되어만 갔다.
그가 그리고 있는 이야기에는 오롯이 가족, 연인에 대한 사랑이 드리워져 있었고 이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임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절대적으로 믿을 수 없어서 혀를 찰지언정, 눈앞에 일어날 수 없기에 그 만큼 더 신비롭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다. 생과 사 그 한가운데에서 가장 또렷한 인간의 잔상을 이토록 정적으로 표현한 작가가 또 있을까. 비록 생이 끝났다할지라도 누군가의 마음속에 영원성을 띠며 남아있을 무언의 영혼, 그들의 속삭임이 전해지는 듯하다. 그래서 더 애처롭고 가슴 아프다.
단편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들을 읽을 때면 아,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잠들어 있던 저 깊은 밑바닥의 내 감정들까지 깨울 수 있어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역시 나의 기준에 맞춰진 것이지만. 푸훗-;;
그리움과 애틋함이 그 만큼 클수록 떠나버린 누군가에 대한 영혼을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일까.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말아야 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저 누군가에게 지워지지 않을 그리움의 대상으로 현세에서도 후세에도 남고 싶다는 바람뿐. 으스스한 공포보다는 안타까움을 한 겹 더 보여주는, 그래서 오묘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우리의 가슴에 조심스럽게 와 닿는다. 아사다 지로가 보여주고 그리는 이야기들엔 바로 그러한 매력이 숨어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