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조진국 지음 / 해냄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왜 항상 사랑의 크기와 높이는 같을 수 없는 걸까. 한 치의 높고 낮음도 없이 마주하는 사랑을 할 수는 없을까. 이는 사랑이라는 명제 앞에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하고 자신과 타인에게 질문해보았음직한 물음일 것이다. 이 세상의 그 어떤 말로도 쉽게 단정할 수 없고 또 쉽게 단정해서도 안 되는 사랑의 총 천연한 색깔들. 그 다양한 빛깔만큼이나 너와 나의 사랑이 다르고 이에 수반되어 나타나는 감정의 나래들은 우리 자신을 조금 더 성숙한 누군가로 변화시키기도 한다. 사랑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나에게만큼은 특별한 어떤 대상이 나타남으로써 감지되는 나의 또 다른 모습들을, 사랑이라는 건 그 만큼 누군가를 송두리째 바꾸어놓기도 할 만큼의 보이지 않는 무언의 힘이 있다는 것을.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되면,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에게 빛이 된다. 푹 꺼지고 그늘져 있던 자리가 그 사람이 들어오면서부터 양지로 변하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사람이 사라지면, 그 사람이 있던 자리는 투명해진다. 그 자리가 투명해 보이는 것은 빛이 살다간 흔적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 또한 우리들 중의 그 누구와 다를 바 없는 사랑을 한다. 한 남자와 두 여자, 그 관계 안에서의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은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을 한편의 짧은 드라마처럼 섬세하게 보여준다. 영화나 드라마 속의 진부한 사랑이야기가 남의 이야기처럼 비춰지지 않고 나의 모습과 동일시되며 애잔하게 마음을 두드릴 수 있음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사랑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누군가에게 나의 존재가 조금 더 의미 있게 각인되기 시작할 때의 그 설레임과 떨림을. 매일 보던 풍경과 매일 듣던 세상의 모든 음성들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것 같은 신비함, 어떤 것도 쉽게 지나칠 수 없게 되어버리는 순간의 경이로움을 사랑을 하면서 많은 이들은 경험한다. 그래, 뭔가 깨어있는 듯 희망적인 기쁨의 순간을.  




그런 사랑은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의 그 빛을 잃어가고 꽃이 시들어가듯 메말라간다. 어떻게 보면 사랑이란 본래의 모습을 숨기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영원한 사랑은 없었고 그렇게 믿고 싶었던 나 자신만이 존재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진대, 왜 그것이 변하는 것에 대한 대비는 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런 나 자신을 자책하며 상대방이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 실망하고 상처입고 마음 아파하는 것인지, 이렇듯 예기치 못한 사랑의 3단 변화에 대해 우리는 놀라 당황하고 만다.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왜 다른 곳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두 사람의 정점은 찾지 못한 채로 관계 내에서의 간극만 점점 벌어지고 말텐데도...




『사랑에 빠지면 울던 아이는 사라지고 훌쩍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솜사탕이 허물어지는 가슴 아픈 순간이 온다고 해도, 그 순간 이후 금세 어른이 돼버린다고 해도, 지금은 웃으며 사랑을 맛보아야 한다는 것을 울던 아이도 곧 배우게 될 것이다.』




선배로부터 시작된 희정과 경진의 만남, 이들 또한 별반 다르지 않게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조심스런 만남을 하게 되면서 점차 호감을 느낀다. 사사로운 이야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추억을 만드는 애틋한 연인이 되어가는 듯 보였지만 사랑에는 항상 예기치 못한 그림자가 드리우는 법, 초록고양이라는 한 여자의 등장으로 갈등 상황을 맞게 된다. 그 사랑의 확고한 믿음과 신뢰만이 벽처럼 탄탄하게 서 있으면 좋으련만, 이 역시 내 맘 같지 않은 게 현실인가보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도 사랑을 이야기하는 방식도 모두 다르기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랑은 다 그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    




『사랑할 때 생기는 잦은 우연은 행복한 운명으로 연결시킬 수 있지만 헤어진 후에 맞닥뜨리는 우연은 깊은 슬픔으로 직행한다. 처음으로 네 옆에 내가 없는 너의 모습을 보게 되니 낯설다. 누가 내 몸에 손가락 하나만 눌러도 나는 피아노 건반처럼 슬픈 음을 낼 것만 같다』




사랑에 대해 조진국 작가는 그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때론 섬세하게 때론 솔직하게 독자들은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나를 만나고 과거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느리지만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마음을 전하는 거북이 같은 사랑을 하는 이들에게 조금은 더 힘내라고 응원해주고픈 그의 맘이 담겨있는 것처럼. 나 역시 그랬다. 홀연하도록 쓸쓸한 사랑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혹은 사랑을 하면서도 외롭고 허전한 이들에게 조금은 마음의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사랑을 하는 데 있어서 속도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경박하지 않게 오히려 느긋하게 다가가는 사랑의 진심을 알아줄 이는 분명 존재하기에. 견딜 수 없을 만큼 풍파가 몰아쳐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사랑을 한다. 그것은 사랑의 아픔 그 이상으로 사랑이 내 자신을 나답게 만드는 그 힘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그 빛은 영원하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현실위에 어떤 색깔로든 작가만의 노련한 상상을 더해 쓰여 지는 소설, 이는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하고 때론 그 이상의 즐거움을 느끼게도 한다. 그렇다면, 소설이라는 범주와 다르게 에세이는 어떠할까.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가치관과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읽는 순간만큼은 나와 아주 가까운 관계로 여겨지며 친근함이 배는 커진다. 따로 또 떨어지지 않고 하나의 연결고리로 결합되는 듯한 너와 나로.‘노희경’이라는 이름 석 자를 들었을 때 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드라마‘꽃보다 아름다워’였다. 배우 고두심씨가 엄마의 역할로 열연해 많은 이들의 가슴을 녹여냈던 가족 간의 사랑을 담은 드라마로 시청하면서 많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기에 새삼 기억이 났다.




이처럼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은 자신과 타인의 삶을 또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공감과 깊이를 느끼며 울고 웃는다. 그간 몇 편의 드라마를 통해 시청률의 대표적인 요소인 대중성보다는 소수의 마니아층을 위한 이야기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지만 사실 그것 또한 우리가 쉽게 열어 보이지 못하는 누군가의 삶의 모습으로 대변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평범함 속에서도 특별함을 볼 줄 아는 그녀의 시선이 나는 오히려 궁금했고 좋았다. 이 세상의 많은 외로운 사람들의 이면들을 보드랍게 어루만져줄 줄 아는 마음은 그녀가 우리가 모르는 상처를 많이 안고 있기 때문인 걸까. 바닥에 넘어지고 엎어지고 쓰러져본 사람만이 그와 같은 아픔을 겪은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과정은 모두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씨앗임을 그녀는 이야기한다. 




누구보다 자신의 가족을 이야기할 때의 그녀는 너무나 솔직했다. 어머니의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 것은 그녀의 오해였고 젊은 시절 많은 여자들과의 관계로 곁에 있는 어머니와 자식들의 손 한번 잡아주지 않은 무정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미움으로 보낸 지난 세월에 대한 안타까움에 대하여 솔직히 고백한다. 그간 드라마를 통해 그녀가 보여준 가족과의 상처와 치유의 모습은 바로 그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하루 30분 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화해의 시도를 한 그녀의 모습이 눈에 밟히듯 나의 이야기 또는 이 세상 그 누군가의 또 다른 모습이라 여겨졌다. 모진 미움과 원망의 감정도 사랑이라는 명제 뒤에 숨겨진 또 하나의 감정이기 때문이리라.




많은 고민과 번뇌의 시간을 통해 한때는 방황하기도 했고 자식으로써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적도 있지만 결국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기에 당당히 드라마를 통해 자신을 투영해내고 있다. 20대의 인생 전방에 걸쳐 겪어야 할 모든 일을 겪은 것 같다고 말하는 그녀, 어머니의 발병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모든 방랑 생활을 접은 채 하나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깨달음에 대한 실천을 함으로써 스물아홉의 나이에 작가로 데뷔했다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시각을 조금은 다르게 볼 희망을 얻는다.




모든 삶을 특별나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노고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더 많은 시야를 가질 수 있었고 그 이상 삶에 대한 배움도 얻었을 테니 말이다. 가족사와 더불어 이 책에는 그녀와 함께 작업했던 표민수 드라마 감독과 배우들이 말하는 그녀, 그녀가 말하는 배우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시청자로써 몰랐던 그런 이면들까지 엿볼 수 있어서 더 없이 반가웠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녀가 쓴 드라마 속의 구절을 다시금 유용해 보는 이로 하여금 실망감을 줄지도 모르겠다. 너무 큰 기대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가벼운 마음 하나만으로 만나보기를 바란다. 그녀의 또 다른 작품을 기대하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구름은 은빛 1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세상의 모든 일들이 내가 바라는 대로만 흘러가준다면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상처를 받고 그로 인해 슬퍼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것이 일이든 사랑이든 관계든,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내 임의대로 놓을 수 있는 것 또한 없다. 제목마저 너무나 사랑스러운 ‘모든 구름은 은빛’이라는 이 책은 느껴지는 그대로 포근하고 따스하고 기대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실연의 상처를 가슴 깊이 안고 모든 것에서 손을 놓은 채 신슈로 내려간 스물한 살의 청년 유스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사랑을 하면서 상처한 번 받아보지 않은 사람 누가 있을까마는, 그게 정작 본인의 일이 되고 나면 복받치는 슬픔에 힘에 겨워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하고 사랑을 꿈꾸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끝나버린 것만 같은 뼈아픈 슬픔과 맞대면하게 된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기까지 이유도 가지가지겠지만 정작 떠난다는 것은 현실의 안주함을 뒤로하고 마음적인 여유가 필요하다거나 평소 보지 못했던 것을 구구절절 느끼고 자신이 좀 더 성장하기 위한 발걸음이 될 수도 있을 터, 우리의 주인공은 도시 생활을 벗어나 그 곳에서 만난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함께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느리지만 친근하고 정겨운 사람들, 작지만 소박한 저마다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그곳의 사람들을 통해 유스케는 무엇을 느끼게 되었을까. 정작 시끄러운 곳을 싫어하면서도 마음이 메마르고 각박해질 때면 조용한 시골 생활을 그리워하게 되고 조용한 곳에서 정감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나의 꿈은 무엇 이었을까. 아직까지도 공중에서 표류하고만 있는 것 같아 가슴 아프지만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삶의 목적은 확고해 보였다.   




삶에 대한 가치관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 꿈을 위해 오늘을 살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책속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한다. 먹기 위해선 일을 해야 하고 자신이 직접 손과 발을 써서 부지런히 유영해야만 가능한 일. 삶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마다의 숙제를 풀고 나야 그에 합당한 상이 주어지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의 나의 일상을 그려보게 되더라. 아직은 꿈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주인공처럼 많은 경험을 하며 조금 더 성장한 자아와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자연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며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작았던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유스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너무 느리지도 않게 적당한 호흡을 이루며 읽어나갈 수 있었던 책이다.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본 사람만이 그 가치를 마음 깊이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유스케 역시 자신이 잃어버린 한 사랑에 대해서만 아파하고 힘겨워했을 테지만 진정 중요한 것은 자신이고 그 보다 더 앞으로 보고 깨우쳐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은 미처 몰랐을 테니 말이다. 평범한 사람들 속의 이야기를 정감 있고 따스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필체에 어느 순간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은 어차피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관계를 이루고 관계 속에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반짝 반짝 빛나는 삶과 사람이 되길 바라고 꿈꾸며. 오늘을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른다섯, 사랑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한희선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연애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 감추어둔 꽃과 같이 닫혀있던 나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피어나게 한다. 사랑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듯, 생이 끝나는 날까지 누구에게나 하나의 추억이요, 기억이기 때문에 단연코 쉽게 끝맺을 수 없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 그려지고 있는 사춘기 소녀의 풋풋한 사랑, 순수한 남녀의 애틋한 사랑, 자기의 목숨을 담보할 만큼 가슴 저릿한 사랑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은 저마다 다른 빛깔을 띠고 있지만 나 역시 언제나 가슴 충만한 아련한 사랑을 꿈꾼다. 사랑을 많이 해봤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하는 것이기에 누군가를 향한 마음은 나의 뜻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서른다섯의 사랑은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고 마음을 나누는 과정에서 아픈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생채기 하나쯤은 내기도 하면서 조금씩 완성된 사랑을 만들어나간다. 서로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해 사랑을 나누다 보면 서로에게 조금 더 마음을 열게 되고 기대가 커지면서 채워지지 않는 일련의 상처 내지는 실망감도 맛보게 된다. 사랑의 과정은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삶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이 책 속의 주인공은 남들과 다른 아픔을 가진 채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그녀를 남겨둔 채 일찍이 자살해버렸고 자신은 생부인 아버지의 입양으로 남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가정 안에서 자라왔지만 마음 안에는 늘 소외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였던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살아가는 그녀의 이면엔 이토록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가슴 아픈 기억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토록 힘이 들 때 자신의 힘겨움마저도 끌어안아줄 수 있는 이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한 번의 이별을 경험했던 애인과 다시 만나오면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결혼을 생각하고 미래를 꿈꿔보지만 당연해보였던 그와의 관계는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점점 멀어져만 간다. 사랑은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는 것만은 아닌 것일까. 서로의 마음을 진실로 헤아릴 수 있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와의 이별을 결심하고 있을 즈음, 그녀 곁에는 또 한명의 남자 야쿠자가 된 어린 시절의 동창생 유지가 있다. 이야기는 이 세 사람을 주축으로 하여 그들의 운명인지 우연인지 모를 만남을 통해 관계 안에서 그려지는 또 다른 관계를 이야기한다. 가끔은 평범한 삶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미호의 삶이 그러하다는 생각이 든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복잡 미묘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여자에게 사랑은 단순히 너와 나의 만남만을 생각할 수 없다. 그와의 미래를 꿈꾸는 것은 물론이요, 그 이면에는 하나의 가족과 가족이 만난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작가는 보통의 우리들이 하고 있는 사랑에 가장 중요한 의미를 찾으라고 독려하는 듯 보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나가는 길이요, 누구보다 내가 올바로 서야 한다는 것을 넌지시 말해준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사랑이 지나가도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 우리는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을 통해 온전한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까지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여성의 심리를 이토록 잘 간파하고 있는 작가가 남성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것이다. 여자로써 사랑받고 살아갈 수 있다는 그 행복감, 이를 온전히 누리기 위한 노력은 영원 무구한 숙제일 터이지만 진실한 사랑 앞에 강인한 여성으로써의 모습 앞에 어느 누구도 잣대를 던지지 못할 것이다. 서른다섯,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ove & Free 러브 앤 프리 (New York Edition) - 개정판
다카하시 아유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세계를 방랑하는 동안에 소중한 것들이 점점 심플하게 변해갔다. 커다란 것, 넓은 것, 다종다양한 것을 접하면 접할수록 소중한 것은 작게 좁혀져가는 느낌이 든다. 아버지, 어머니, 남동생, 여동생, 여자친구, 동료들...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시작한 작은 일이 결과적으로 거대한 세계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꿈을 꾼다. 매일 밤 노곤한 잠에 취해 꾸는 조금은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속의 꿈이 아닌 현실 속에서 이루고 싶어 하는 바람을 말하는 것이다. 나에겐 여행이 그렇다. 세상을 내 품에 가득 안을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사춘기 소녀의 꿈은 이미 헛된 바람이 되고 말았고 이상보다는 현실이 눈에 먼저 들어오기 시작한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결국, 꿈이란 것은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실체는 더 멀기도 한 무언의 그림자인 것만 같다. 이 책의 저자인 다카하시 아유무는 남극에서 북극까지 수십 개의 나라를 2년여의 시간동안 말 그대로 자유롭게 돌아다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자다. 어디 지금부터‘방랑해 버려?’라고 생각하고는, 말 그대로 확고한 목적지도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닌 것이다. 마음에서 머무는 일을 정말 실현하고 만 그의 기록이 이 책에 가득 담겨 있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접하면 접할수록,‘아,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구나!’내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다양한 가치관을 접하면 접할수록,‘그럼, 나는 어떤데?’내 가치관을 저울질해보게 된다. 타인을 안다는 것은 나를 안다는 것이기도 하다.』

  

어디로 떠날 것인지 그 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꼼꼼히 계획하고 떠나는 여행이 아닌 그의 기록은 하나같이 자유롭고 평온하게만 보인다.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그의 일상과 소소한 감정들이 짧은 글귀들 속에 솔직하게 담겨있어 읽는 이들로 하여금 같아 보이지만 모두가 다른 삶의 모습들을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고 또 한편으론 안도하게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사람들 모두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고 있기에 내가 아닌 타인의 삶에 대해 동경하고 그런 마음 한편으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한다. 저자의 여행기를 통해 나도 한순간 한순간을 소중히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며 온전히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인도에는 카메라를 들이대서는 안 되는 광경이, 카메라를 들이 대는 일 따위, 절대로 불가능한 광경이 많다, 너무 많다. 가슴이 아팠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건 어떤 사물이건, 사진은 내가 찍는 것이 아니라 찍게 해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것이더라. 사진을 찍게 허락해준 상대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을 때, 디지털카레라라는 놈은 찍은 사진을 곧바로 상대에게 보여주며 함께 글지는 게 가능한, 몹시도 인정미 넘치는 무기를 갖고 있다.』 




흔하디흔한 여행지에 대한 일목요연한 설명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닌 그 자신이 바라본 그 나라 그 곳의 사람들을 통해 그 시간 안에서 보여 지는 제 3의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시시콜콜 재밌고 좋은 것만을 이야기했다면 여행이 주는 참다운 맛을 저자는 느끼지 못했고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쳤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보다 자유로웠기에 많은 것을 바라볼 수 있었고 그 이상으로 세상을 그의 가슴 속에 품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실이 어두울지라도 그는 두렵지 않다. 스스로의 마음을 한 번 더 다독이며 내일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칠 것 없이 자유로운 그러면서도 포근한 자유 방랑 여행기! 그의 여행의 기록을 통해 내일의 나를 준비할 시간을 찾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