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사랑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한희선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연애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 감추어둔 꽃과 같이 닫혀있던 나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피어나게 한다. 사랑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듯, 생이 끝나는 날까지 누구에게나 하나의 추억이요, 기억이기 때문에 단연코 쉽게 끝맺을 수 없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 그려지고 있는 사춘기 소녀의 풋풋한 사랑, 순수한 남녀의 애틋한 사랑, 자기의 목숨을 담보할 만큼 가슴 저릿한 사랑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은 저마다 다른 빛깔을 띠고 있지만 나 역시 언제나 가슴 충만한 아련한 사랑을 꿈꾼다. 사랑을 많이 해봤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하는 것이기에 누군가를 향한 마음은 나의 뜻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서른다섯의 사랑은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고 마음을 나누는 과정에서 아픈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생채기 하나쯤은 내기도 하면서 조금씩 완성된 사랑을 만들어나간다. 서로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해 사랑을 나누다 보면 서로에게 조금 더 마음을 열게 되고 기대가 커지면서 채워지지 않는 일련의 상처 내지는 실망감도 맛보게 된다. 사랑의 과정은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삶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이 책 속의 주인공은 남들과 다른 아픔을 가진 채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그녀를 남겨둔 채 일찍이 자살해버렸고 자신은 생부인 아버지의 입양으로 남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가정 안에서 자라왔지만 마음 안에는 늘 소외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였던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살아가는 그녀의 이면엔 이토록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가슴 아픈 기억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토록 힘이 들 때 자신의 힘겨움마저도 끌어안아줄 수 있는 이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한 번의 이별을 경험했던 애인과 다시 만나오면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결혼을 생각하고 미래를 꿈꿔보지만 당연해보였던 그와의 관계는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점점 멀어져만 간다. 사랑은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는 것만은 아닌 것일까. 서로의 마음을 진실로 헤아릴 수 있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와의 이별을 결심하고 있을 즈음, 그녀 곁에는 또 한명의 남자 야쿠자가 된 어린 시절의 동창생 유지가 있다. 이야기는 이 세 사람을 주축으로 하여 그들의 운명인지 우연인지 모를 만남을 통해 관계 안에서 그려지는 또 다른 관계를 이야기한다. 가끔은 평범한 삶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미호의 삶이 그러하다는 생각이 든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복잡 미묘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여자에게 사랑은 단순히 너와 나의 만남만을 생각할 수 없다. 그와의 미래를 꿈꾸는 것은 물론이요, 그 이면에는 하나의 가족과 가족이 만난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작가는 보통의 우리들이 하고 있는 사랑에 가장 중요한 의미를 찾으라고 독려하는 듯 보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나가는 길이요, 누구보다 내가 올바로 서야 한다는 것을 넌지시 말해준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사랑이 지나가도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 우리는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을 통해 온전한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까지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여성의 심리를 이토록 잘 간파하고 있는 작가가 남성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것이다. 여자로써 사랑받고 살아갈 수 있다는 그 행복감, 이를 온전히 누리기 위한 노력은 영원 무구한 숙제일 터이지만 진실한 사랑 앞에 강인한 여성으로써의 모습 앞에 어느 누구도 잣대를 던지지 못할 것이다. 서른다섯,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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