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구름은 은빛 1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세상의 모든 일들이 내가 바라는 대로만 흘러가준다면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상처를 받고 그로 인해 슬퍼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것이 일이든 사랑이든 관계든,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내 임의대로 놓을 수 있는 것 또한 없다. 제목마저 너무나 사랑스러운 ‘모든 구름은 은빛’이라는 이 책은 느껴지는 그대로 포근하고 따스하고 기대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실연의 상처를 가슴 깊이 안고 모든 것에서 손을 놓은 채 신슈로 내려간 스물한 살의 청년 유스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사랑을 하면서 상처한 번 받아보지 않은 사람 누가 있을까마는, 그게 정작 본인의 일이 되고 나면 복받치는 슬픔에 힘에 겨워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하고 사랑을 꿈꾸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끝나버린 것만 같은 뼈아픈 슬픔과 맞대면하게 된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기까지 이유도 가지가지겠지만 정작 떠난다는 것은 현실의 안주함을 뒤로하고 마음적인 여유가 필요하다거나 평소 보지 못했던 것을 구구절절 느끼고 자신이 좀 더 성장하기 위한 발걸음이 될 수도 있을 터, 우리의 주인공은 도시 생활을 벗어나 그 곳에서 만난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함께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느리지만 친근하고 정겨운 사람들, 작지만 소박한 저마다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그곳의 사람들을 통해 유스케는 무엇을 느끼게 되었을까. 정작 시끄러운 곳을 싫어하면서도 마음이 메마르고 각박해질 때면 조용한 시골 생활을 그리워하게 되고 조용한 곳에서 정감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나의 꿈은 무엇 이었을까. 아직까지도 공중에서 표류하고만 있는 것 같아 가슴 아프지만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삶의 목적은 확고해 보였다.   




삶에 대한 가치관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 꿈을 위해 오늘을 살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책속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한다. 먹기 위해선 일을 해야 하고 자신이 직접 손과 발을 써서 부지런히 유영해야만 가능한 일. 삶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마다의 숙제를 풀고 나야 그에 합당한 상이 주어지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의 나의 일상을 그려보게 되더라. 아직은 꿈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주인공처럼 많은 경험을 하며 조금 더 성장한 자아와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자연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며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작았던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유스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너무 느리지도 않게 적당한 호흡을 이루며 읽어나갈 수 있었던 책이다.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본 사람만이 그 가치를 마음 깊이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유스케 역시 자신이 잃어버린 한 사랑에 대해서만 아파하고 힘겨워했을 테지만 진정 중요한 것은 자신이고 그 보다 더 앞으로 보고 깨우쳐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은 미처 몰랐을 테니 말이다. 평범한 사람들 속의 이야기를 정감 있고 따스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필체에 어느 순간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은 어차피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관계를 이루고 관계 속에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반짝 반짝 빛나는 삶과 사람이 되길 바라고 꿈꾸며. 오늘을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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