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시간여행 -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베를린까지 횡단 열차에 탄 사람들
박흥수 지음 / 후마니타스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 노선, 아시아와 유럽을 관통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베를린까지 20일간의 여행기 속에서 시베리아 의 차가운 한기와 매서운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지난 과거 속 역사의 암울한 사실 들을  선조의 발자취에서 다시 한번 떠오릴 때의 아픔은 한기보다 차갑고  매서운 바람 보다 시린 아픔을 느끼게 한다.

현직 철도 기관사와 친구들이 함께 한  시베리아 시간 여행은 여행의 묘미와 함께 역사적 사실들을 함께 한다.
여행자가 원하는 것은 현지인과 만나 그들의 생활을 경험하는 것이다.
함께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면서 같은 행성에 사는 인류로서의 공통점과 지리적 문화적 차이를 살펴보는 일은 여행이 주는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즐거움 대신 또 다른  역사의 아픔이 가장 큰 시간을 차지하는 듯하다.


시베리아 횡단 9,288킬로미터의 시작점 블라디보스토크
하얼빈으로 가기 위해 도착한 안 중근 열사의 행적을 쫓기도 하고 이 동휘, 주 세 죽, 박 헌영, 선 우섭 등 독립운동에  힘쓴 열사들과 철도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철길을 놓았던 이주 노동자들의 아픈 기억 들을 되돌아  보면서 열차를 탄다.
열차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중의 압권은 외화 벌이를 떠나는 북한의 노동자 들이다.
처음에는 서로 어색해서 말도 못하고 데면 데면 하다가 밥을 먹으면서 친해지고 대화하면서 친해지는 과정은 또 다른 아픔과 시련을 준다.
서로의 담배를 바꿔 피기도 하고 휴대폰, 아이패드를 통해 낯선 문물을 경험하는 북한 주민들을 보면서 분단의 아픔을  다시 한번 느낀다.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 치타, 울란우데, 이르쿠츠크, 크라스노야르스크, 노보시비르스크, 예카테린부르크, 모스크바를 거쳐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쳐 베를린으로 가는 기나긴  여행 동안 거쳐간 도시마다 지난 세월 과거의 이주민들의 아픔과 독립을 위해 힘 섰던 수많은 열사들이 나올 때마다
시련의 역사가 다시는  반복돼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열차 여행의 지루하고 답답함을 도시에 정차할 때마다 먹는 낯선 음식과 술,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
통하지 않는 언어는 앱을 통해 해결하고 손짓, 발짓, 그것 도 안되면 사진을 통해서 보여주면 해결되는 것을 보면서 궁하면 통한다고 여행의 참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혁명이 일어나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지만 과거의 흔적은 도시 곳곳에 남아있다.
크고 작은 동상을 보면서 그들은 치열했던 과거를 기억이나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작가 가 인용한 발터 벤야민 의 말이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다
우리 스스로에게 예전 사람들을 맴돌던 바람 한 줄기가 스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귀를 기울여 듣는 목소리들 속에는 이제는 침묵해 버린 목소리들의 메아리가 울리고 있지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과거 세대의 사람들과 우리 사이에는 은밀한 약속이 있는 셈이다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폭력 비판을 위하여/초 현실주의 외 33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