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의 일
김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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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 위한 기본적인 해결책은 ‘일‘ 이다. 물론 일을 안하고 물려받은 재산이나 불로소득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는 소수의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노통을 통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생활을 해나간다.
살아가는데 중요한 바탕이되는 ‘일‘에도 나름의 구분이 있다.
수 많은 직종과 함께 분야도 다양하다.
그런 ‘일‘을 얻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p9
그는 수리와설치, 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통신회사 현장팀에서 26년을 일했다.
그에겐 새끼 고양이처럼 연약하고 자그마하던 회사가 지금처럼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데에 비밀 스러운 자부심과 동료 의식이 있었다.
그런 것들은 오랜 세월 아무도 모르게 그의 몸 어딘가에 새겨진 것 같았다.

오랫동안 몸 담았던 회사에서 퇴직을 종용 받는 그 는 자신이 일했던 오랜 시절을 생각하며 거부 한다.
그런 그 에게 하루는 어떤 의미 일까

p16
아침에 일어 나면 하루가 까마득하게 길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잠이들 무렵이면 하루가 또 이처럼 순식간에 지나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손에 잡히지 않고 손바닥에 빗금을 그으며 획획 지나가 버리고 마는 어떤 것이었다.

퇴사를 종용하는 회사와거부하는 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은 차이가 크다.
하루, 하루가 무의미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는 시간이 그저 원망스러울 뿐이다.
지나간 세월 동안 그 순간(정년퇴직)은 영원히 안 올것처럼 생각 했는데

p20
왜 무슨 일이든 자신에게 닥치고 나서야 보게되고 듣게되고 알게 되는 걸까. 그러나 그런 것들을 미리 안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후회를 하면서 마땅한 대비책이 없음을 후회한다.
지금당장 대출 받아 매입한 건물의 이자와 대학 진학을 앞둔 아들의 학비도 걱정이다.

p83
그는 오래도록 본사 현장팀에 소속되어 있었다.
새로운 일을 배우는 데 더딘 편이었고 두 가지, 세 가지 업무를 동시에 처리할 줄도 몰랐다.
그럼에도 매일 같은 시간, 비슷한 기계를 다루며 익히고 습득한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일하는 동안엔 요령을 피우거나 게으름을 부리지 않았다는 떳떳함도 있었다.
그런 이유에서
결국 회사의 종용을 거부하며 회사와 맞서 싸우기 시작 한다.
자신의 업무 이외의 일을 시작으로 지방으로 전근 시키고 전혀 해보지 않은 일을 시키면서 그를 괴롭힌다.
하지만 그는 계속 참고 싸운다.
지나간 세월을 보상 받기 위해서,
하지만 갈 수록 심해지는 회사의 퇴직 종용은 그에게 힘든 상처들을 남긴다.
같은 입장에 처한 동료들과의 불화가 가장 큰 이유다.
오랫동안 해온 일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지만 막상 퇴직해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또 다른 걱정이 가장 큰 두려움 이었다.
다시 처음처럼 어떤일에 매달릴 자신이 없었고 새로 뭔가를 배우고 익히며 시간과 노력을 쏟을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더 끈질기게 놓지 못하고 있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p154
하룻에도 수십 번씩 자신을 충동질하며 지나가는 그런 결단을 지금껏 미루면서 왜 계속 회사에 남아 있으려고 하는지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 였다.
이렇게 까지 하면서 자신이 잃지 않으려고 하는게 무엇인지, 이런식으로 무엇을 얼마나 지켜내고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이 모든 상황은 어쩔 수 없는 게 아니고 그가 스스로 선택하고 기꺼이 감수하는 것이었다.

그가 생각했던 회사는
p229
시간을 나눠 가지고 추억과기억을 공유한 분명한 어떤 실체에 가까웠다.
그의 하루이자 일상이었고 삶이라고 불러도 좋았다.
친구이자 동료였고 가족이었으며 또 다른 자신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라고 생각 했는데 그것은 전적으로 오해 였고 자신만의 일방적인 생각이었던 것이다.

회사의 배신은 당연한 것이다.
오래된 연장자의 월급보다는 사회 초년생의 월급이 적기 때문이다.
자신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을것 만 같던 회사는 나 가 없어도 어떻게든 돌아 가게 마련이다.
그래서 더욱 씁쓸 할 뿐이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늘 자기계발을 해야하고 퇴직을 대비 해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네 현실은 더욱 슬프고 힘들기 때문에 한시도 한 눈을 팔 겨를이없다.

내 경우도 십 수년간 몸았던 회사가 어느날 문을 닫았던 그날 이후 암담하고 불안했던 시간들이 떠올라 더욱 공감 할 수 있었다.
여러가지 일을 해봤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었지만 몸과마음이 변하고 부양해야할 가족이 있다는것이 가장 큰 걱정 이라는 것 때문에 불안은 더욱 가중 되었던 기억이 떠 오른다.
새로 시작하는 것에 대한 확신 없는 두려움 동료들간의 불신 등등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책속의 주인공에게 더욱 공감할 수 있었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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