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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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상상 합니다.
작가의 친필 사인본을 받자마자 읽기 시작한 소설은 처음부터 흡인력 있게 ‘ 나 ‘ 를 끌어 들이기 시작 해서 두시간의 짧고도 긴 여행을 혼란 스럽게 만들었다.

지금은 아득한 영광의 추억을 되돌려 보게 만들었던 2002년(둘째가 태어났던 시기라 남다른 해였다)의 월드컵 열기가 지속되던 시절 한 소녀 해언의 죽음을 회상 하며 시작 된다.

그녀의 동생 다언,과 언니의 친구 만우, 상희 ,태림 이 번갈아 가며 해언의 죽음을 다시 되돌아보며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은 누굴까를 찾기 시작 한다.

그녀를 죽인 용의자로 만우와정준이 의심 받지만 둘다 무혐으로 처리되고 사건은 미궁속에 빠지는듯 하는데,

p97
드디어 오랫동안 열리지 않던 문이 열리고 노란 빛이 폭포수 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듯했다.
노란 천사의 복수가 시작 되었다.
레몬, 이라고 나는 의미 없이 중얼 거렸다.
복수의 주문처럼 레몬,레몬,레몬이라고.

시간이 흘러 언니의 죽음을 다시 파헤치는 다언은 복수를다짐 하며 용의자였던 만우를 찾아 나서지만,
그도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 임을 알게 된다.

p186
난쟁이 엄마와 누이 동생만 있는 가난한 집 장남이라 새 신을 사지 못해 신을 직직 끌고 다니고 열두살 때부터 푼돈을 벌며 학교에 다닌다.
열 아홉살에 살인 누명을 쓰고 경찰에게 매를 맞고 이웃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학교에서도 쫒겨난다.
그러다 군대에 가서 육종에 걸려 다리를 절단하고,의병 전역을 하고 불구의 몸으로 세탁 공장에 취직해 화상을 입으며 다림질을 하다 육종이 폐에까지 퍼져 서른 살에 죽는다.

결국 범인을 찿아낸 다언은 복수를 ?
또 다른 독백을 통해 범인을 유추 할수있는 미스테리를 가미하고 인간의 삶과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의 남아 있는사람들의 고통을 진솔 하게 그리고 있는 이야기에 보통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깨닫게 하는 시간 이었다.



작가의 말처럼
사람이 평범 하게 태어나,평화롭게 살다, 평온하게 죽을 수 없다는 걸,
그게 당연하다는 걸 아는데,
저는 그게 가장 두렵고,
두렵지만,두려워도
삶의 실상을 포기 할 수는 없어서,
삶의 반대는 평인 것인가,
그래서 나는 평하지 못한 삶의 두려움을 쓰고 있는 것일까,생각합니다.

보통의 일상 그저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살아갈수는 없지만 사고 후의 우리의 삶이 어떤 식으로 또 다른 변화를 주고 그 변화속에서 겪어야 할 무수한 인내의 시간이 결국 삶을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
지금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 였다.



p198
나는 궁금하다. 우리 삶에는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걸까. 아무리 찾으려 해도, 지어내려 해도, 없는 건 없는걸까. 그저 한만 남기는 세상인가. 혹시라도 살아 있다는것, 희열과 공포가 교차하고 평온과 위험이 뒤섞이는 생명 속에 있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의미일 수는 없을까. 

p179
결국 죽음은 죽은 자와 산 자들 사이에 명료한 선을 긋느 사건이에요,라고 다언은 진지하게 말했다. 죽은 자는저쪽, 나머지는 이쪽, 이런 식으로, 위대하는 초라하든, 한인간의 죽음은 죽은 그 사람과 나머지 전인류 사이에 무섭도록 단호한 선을 긋는다는 점에선 마찬가지라고, 탄생이 나 좀 끼워달라는 식의 본의 아닌 비굴한 합류라면 죽음은 너희들이 나가라는 위력적인 배제라고, 그래서 모든걸 돌이킬 수 없도록 단절시키는 죽음이야말로 모든 지속을 출발시키는 탄생보다 공평무사하고 숭고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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