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의 시대 - 초연결 세계에 격리된 우리들
노리나 허츠 지음, 홍정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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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이 좋아서 "세계는 지금"류의 시사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이다. 국민 외로움을 담당하는 농담같은 부서가 영국에 신설될 정도로 고독과 외로움은 현대사회의 주요문제가 되었다. 2020년에 출간된 책인데 고독과 관계에 관하여 현대사회의 가장 최근 표정을 앉아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간간이 한국의 사례도 언급된다.) 저자에게 고독과 외로움은 개인적인 상실감을 넘어서 사회구조적인 원인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저자가 주로 지적하는 사회구조적인 원인은 각자도생만을 최고의 원칙으로 내세우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다. 외로움과 고립감은 생리적으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로 치명적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에스엔에스의 발달로 대면접촉을 피하고 있으며, 대면접촉을 힘들어 한다. 저자는 이 점을 우려하는데, 저자가 보기에 비대면접촉은 표정이나 몸짓같은 중요한 비언어적인 요소를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비대면 접촉을 할 수록 상대방을 공감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쇠퇴할 것이라고 저자는 우려한다. 미국의 한 대학은 데이팅앱이나 에스엔에스 없이 데이트 신청하기를 과제로 내 줄 정도다. 지금 밀레니얼들에게 데이트 신청은 "사라진 사회적 규약"이다. 게다가 현재의 신자유주의는 구조적으로 사람들을 분리시킨다. 임대료 인상에 따라서 세입자들은 도시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이동하고,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최신 자본주의인 긱 경제에서도 인간적인 만남은 요원하다. 저자에게 외로움은 한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이 사라질 때,  자신의 삶에서 무기력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트럼프나 네오나치같은 극우는 이런 외로움을 파고든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사람들은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파시즘에 빠지거나 일부러 범죄를 저질러 자신을 돌봐줄 감옥에 들어가고, 로봇 도우미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거나 친구대여나 포옹대행 서비스를 구매하기도 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여러가지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중에는 위워크같은 공동체를 셀링포인트로 잡는 사업도 있다- 저자가 요구하는 것은 결국 "공동체를 위한 자발적인 참여"와 공동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치적 차원의 방안이다.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  사람들의 자의식은 갈수록 강해지고, 개인주의적으로 변한다. 하지만, 우리가 소속감과 연결감을 가지고 싶다면 거기에 따른 의무와 책임도 이행해야 한다.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에서 돌봄과 온정을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는게 저자의 요지다.

 

p.s. 저자가 관찰한 기업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안 중 하나는 "같이 식사하기"다. 물론 수유너머 같은데서 가장 강조되었던게 같이 밥먹기이긴 하다. 예전에 황교안이 이걸 건드렸다가 욕을 엄청 먹었던 적도 있고.

 

    이번 대선에서 실망한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데 이번 기회를 차라리 대의민주주의를 벗어나는 계기로 삼는 것은 어떨까. (대의민주주의는 '가라민주주의'라는 관점이 있다) 5년에 한번씩만 정치적으로 사는 게 아니라 공동체를 꾸리고 정치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다. 그럴려면 먼저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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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틀란으로 가는 길 - 인디언 스승 돈 후앙, 완전무결한 전사의 삶을 말하다 돈 후앙의 가르침 시리즈 3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지음, 김상훈 옮김 / 정신세계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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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몽 꾸는 법 : 꿈속에서 손을 쳐다보기를 명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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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산다는 것에 대하여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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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장기불황의 시대의  라이프 스타일

 

"커다란 행복은 작은 행복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 하지만, 진실은, 작은 행복 속에 무한한 세계가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p 77)

 

레시피를 바로 써먹기는 약간 힘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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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신과 간호사가 된 이유
미즈타니 미도리 지음, 김동욱 옮김 / 인벤션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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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을 받은 이유는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하는 느낌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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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 기후 위기 시대의 자본론
사이토 고헤이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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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집어들었다면 기본적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동의하는 사람일 것이다.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녹색성장과 기술혁신은 "따뜻한 얼음"같이 모순어법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이윤, 계급, 시장, 화폐 등을 기본으로 운영되는 자본주의와의 결별임을 주장하는 책이다. 이런 "거대담론"의 타당성을 일반독자가 하나하나 검증하기에는 무리이고  논지를 전개시켜가는 과정에서 깔려 있는 암묵적인 전제에 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 저자의 주장을 "청사진"정도로 받아들이는 독법이 유효할 것 같다.  이 책의 요지는 주목받았던 니코페히의 <성장으로부터의 해방> 에 이미 주장된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는 구조적으로 성장의 압박을 받기 때문에- 성장을 하지 않으면 현상 유지가 아니라 도태된다- '그린 뉴딜' 등으로 생태학적 위기와 성장을 동시에 잡으려고 하지만, 태양광발전 같은 인프라 건설에서부터 또다른 환경파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본주의와의 전면적인 결별만이 생태위기에 대한 해답이라는 주장이다. 이 책의 차별점은 더 나아가 니코페히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던 "마르크스"라는 이름을 호명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분단이라는 상황 때문에 "공산주의"라는 단어의 이미지가 워낙 좋지 않지만, 저자는 후기 마르크스가 "탈성장 코뮤니즘"이라는 담론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탈성장"이라는 단어는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대로 "청빈사상"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 한창 자본주의의 풍족함에 눈뜬 인도나 중국이 할 법한 논쟁이다. 그들은 서구가 풍요의 결실은 다 누린 다음 파티는 끝났다며 청빈을 강요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 저자는 "SUV와 패스트패션, 소고기"보다 "교육,사회보장, 예술"을 가치있게 보는데 책의 호소력이라는 측면을 위해서라도 인간의 욕망과 근본적인 가치관의 전환이라는 부분을 좀 더 짚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어떤 이는 SUV와 패스트패션, 소고기를 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이어서 제도적으로 불공정한 경쟁이라도 그 불공정을 고치기 보다는 나 하나는 그 경쟁을 뚫고 '잭팟'을 터뜨릴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입시제도나 취업시장의 문제점이 지적되면서도 지원자는 사라지지 않고 시스템은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 저자도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자본주의를 '가치와 결핍'으로 코뮤니즘을 '사용가치와 풍요' 로 연관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중학교 때 으례 한번쯤 들었을 '사용가치'와 '가치'가 이 책에서는 아주 중요한 키워드로 사용된다. 자본주의의 시장은 공동체가 소유하던 '커먼'(사용가치)를 박탈하여 시장에서 화폐로 구매하여야 하는 희소한 '가치'로 만드는, 결핍을 동인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여기에 자본주의의 문제점으로 흔히 지적되는 '노동의 소외'와 구성원의 삶의 주도권 상실 등을 언급하고 있다. '커먼"은 수평적, 민주적으로 관리되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인프라 정도의 이미지이다. 저자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커먼을 중심으로 생산체계를 재조직한 "정상형,순환형 경제"가 생태위기를 극복할 대안이라고  마무리짓는다. 여기에 흔한 반론은 "공유지의 비극"인데 여기에 저자는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나는 이유는 재화가 상품(사용가치가 아닌 가치)으로 대접받기 때문이라고 맞받아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주의자는 소련을 몰락시킨 인간의 이기심과 비합리성을 내세울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이기심을 전제로 하고 움직이는 체제는 이기심을 모두가 따라야 할 규범으로 만든다. 인간의 본성으로 말하자면 이기적이기도 하고, 이타적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가 결핍을 겪는 이유(돈이 부족한 이유)는 생산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이 희소성과 결핍으로 움직이기 때문이고, 이러한 시장을 대체하는 커먼은 구성원들에게 풍요와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안겨줄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하며 그 예로 바르셀로나의 정책을 들고 있다.  저술가 고병권이 "공산당 선언"을 읽으면 새가 묶인 쇠스랑을 부수고 펄펄 날아가는 이미지가 연상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 저자가 커먼을 묘사하는 대목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저자는 현대사회의 구성원은 노예라고 단언하며 노동이 그 자체가 목적인 ,인간적인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대안으로 탈성장 코뮤니즘을 내세운다.  각론이 없다고,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지말자.  작은 실천은 아무런 티가 안 날지 모르지만 그런 실천을 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단, 거대담론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텀블러 사용을 대증요법으로만 써서는 안된다.)  문장과 구성이 간결해서 가독성이 좋다.비슷한 내용의 책으로는 <에너지노예, 그 반란의 시작>,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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