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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아가는 기쁨 - 진짜 삶을 방해하는 열 가지 거짓 신념에서 깨어나기
아니타 무르자니 지음, 추미란 옮김 / 샨티 / 2017년 5월
평점 :
돌이켜보면 내가 중학생이었던 수십년 전에도 "알파파인간" 이니 "ESP 초능력"이니 하는 책들이 있었던 게 기억한다. 읽고나면 왠지 내가 슈퍼맨이 될 것 같은 기대감을 안겨주던 책들. 인문학자들은 대체로 자기계발서를 폄하하는 경향이 있고, 그런 의견을 받아들인 나도 그간 자기계발서적엔 손을 대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영성+자기계발 장르라는 자기계발서 장르의 한 양상을 보는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이 책에 등장하는 웨인 다이어도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는 영성과는 무관한 자기계발서저자였다.(그 때 내가 읽은 책 제목이 "어떻게 살것인가, 한번 뿐인 내인생"이다 ㅎㅎ) 그런데, 그 이후로는 영성쪽 방면으로 자신의 특화 업종을 찾은 것 같다. 그리고, 아마 그 흐름의 랜드마크가 론다 번의 "씨크릿"아닐까? 10여년전 책하고는 100% 인연이 없을 팀장이 "씨크릿이란 책을 보면 말이야.."하고 뜬금없는 가오를 잡던 책. 하지만, 욕하는 소리도 많이 들어서 당시에는 패싱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관심이 생겨 도서관을 뒤졌다. 과연 낡고 너덜너덜해진 책은 당시에 이미 수백쇄를 넘겼다. 고대의 지혜을 적당히 잘라와서 포장해서 파는 일종의 과장광고 상품이라는 느낌이 드는, 시키는 대로 하면 부와 성공을 차지할 수 있지만 부와 성공을 왜 원하는 지는 묻지 않는 책이라는 감상이 들었다. 이 책 역시 영락없이 자기계발서의 형식을 띄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의 무게를 어디까지 달아야 할지 판단해야 했다. 저자의 주장이 진실성이 있을까? 저자가 말하는 대로 나는 나의 일상을 바꿔야 할까?
전작에서 자신의 암투병과 임사체험을 진술한 저자는 이 책에서 임사체험에서 얻은 자신의 지혜를 챕터별로 나누어 하나씩 진술한다. 즉 이 책에서 저자 논지의 전제는 저자의 임사체험이다. '스켑틱'한 분들은 여기서 벌써 한 수 접고 들어가겠지만, 저자의 주장이 임사체험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적어도 내게는 어필하는 바가 있었다. 림프종 암으로 투병하던 저자의 임사체험은 힌두교의 세계관과 비슷한데, 자신의 본질이 영원한 일자(브라흐만?)이며 현실은 선과 악같은 이원성의 세계지만 죽음 후에는 오직 조건없는 사랑과 무한한 연민과 공감만이 있다고 한다. 거기서 사망한 아버지를 에너지 형태로 만난 저자는 "두려움 없이 네 삶을 살아라"라는 말을 듣고 삶으로 귀환하고 ,림프암에서 의학적 기적에 가까운 회복을 했다고 한다. 여기서 나온 저자의 만트라는 "자신을 무조건 사랑하기","두려움 없이 네 삶을 살아라" 이다. 임사체험에서 자기자신의 본질이 조건없는 사랑이고 신의 현현이며, 자신이 충분히 강하고 완벽한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또 자신이 암에 걸린 이유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임을 알았다고 한다. 임사체험 전의 저자는 흔히 마음 여린 사람들이 겪는 심리상태, -타인의 기분을 맞추는데 연연하고, 혹시 자신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질 않을까 고민하는 - 를 고백하는데 극적인 체험이후 일종의 반작용이 온게 아닌가 싶다. 처음 자신을 사랑하라는 저자의 주장을 접했을 때 왠지 닭살이 돋았다. 꼭 아버지와 침대에서 손잡고 자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 어쩌면 저자가 핵심을 찌른 건지도 모른다. 명상가 한바다는 종교학자 성해영과의 대담("다시이어지다:궁극의 욕망을 말하다"(김영사))에서 "인간의 고통에는 대부분 자학구조가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대부분 자학구조가 이상적인 나를 설정하기 때문이고 그 이상적인 나는 역시 대부분 외부의 권위에 의해 설정된 것이기 때문에 저자는 도덕,문화를 포함한 외부의 권위, 심지어는 의학적권위까지 무시하는 관점을 보여준다. 약간 뜬금포같지만 저자의 이야기는 철학자 니체가 말하는 순진무구한 "어린아이"가 연상되기도 한다. 니체 역시 "도덕의 계보"를 밝히며 "선악을 넘어서" 자신만의 윤리를 창조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여기서 저자의 시도는 자기비판과 자책감을 약화시키고 "삶을 가볍게" 하는 것이다. 피의자가 포토라인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면 "염치없다"라고 말하는게 일반적인 우리네 정서지만, 저자는 과거의 잘못도 그 조건과 상황에서는 최선이었다는 식으로 자기비판과 자책감을 약화시키려고 한다. 또한 나의 본질이 이미 완벽한 존재이기 때문에 구루, 스승이 아니라 내면의 메시지를 따르라고 하는데 이 대목에서는 외부의 권위에 무작정 따르지 말라고 했던 지두 크리슈나무르티가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는 오래된 역설이 있다. 저자의 이야기조차 외부의 권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만트라인 "두려움 없이 네 삶을 살아라"에서 두려움은 외부의 권위에 대한 두려움 아닐까. 저자에 따르면 "나"는 각각의 고유한 본질이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부의 권위에 "나"의 힘을 내어주고 있다. 때문에 저자는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영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내게 와닿지 않는 점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느낌이 잘 오질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자기자신에 대한 사랑이 지나친 사람을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근본적으로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다. 나만 덜 떨어진건가? 자신을 사랑하는 자가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는 저자의 비장의 카드도 이미 수십년전에 들은 레토릭이다. 저자는 마치 각각의 개인에게 본능처럼 "마음의 소리"같은게 있고, 그 본능을 따라 살라고 , 어떻게 하면 그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 자신만의 노하우까지 소개하는데 그런게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단지 "빈서판"에 문화적,사회적 영향을 써넣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내면의 목소리"가 단지 편견이거나 변덕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두려움 대신 열정으로, 자신에게 "옳은 일"을 하라는 저자의 이야기가 상당히 힐링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니체식 비유로 "독수리"가 아닌 (나를 포함해서)"양떼"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다. 논리적 설득력을 따지기 보다 마치 그림이나 이미지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저자의 주장을 접해본다면 좋을 것 같다. 내 느낌에 적어도 엄청난 과장광고는 아니다. 반드시 자신처럼 암이 낫는다고 강조하지는 않는다. 이 정도 자기계발서라면, 한번 권해도 될 듯하다.
ps 출판사의 제목 선정과 표지는 아무래도 오류 같다. 요즘 정신과의사나 심리상담사들이 써 제끼는 책들 같은 느낌인데, "만약 이 곳이 천국이라면"라는 원제가 더 낫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