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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반 내려놓기 - 말하는 철학에서 행동하는 삶으로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처음 읽은 나카지마 요시미치의 책이 수십년전 군대 있을 때 < 일하기 싫은 사람을 위한 책>이었는데 어린 마음에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 책이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였다는 것을 <문단아이돌론>에서 알게 됐는데, 그 이후로 활동을 왕성하게 하면서 <일하기,,,>에서와 달리, 까칠하면서도 깐족거리는 이미지로 자신을 포지셔닝한 것 같다. 본문에 "인류가 먹는 것 중 90%는 먹지 못한다"라고 자기를 소개하는데 이 책의 분위기도 딱 그렇다. 여기서 나올 수 있는 반응은 "그러시던가, 잘났네염"하는 냉소거나 "어, 이 사람 특이하네 무슨 얘기인지 들어볼까" 정도일텐데, 이 책을 사 보는 독자는 아무래도 후자겠지. 조선시대 평균 수명이 40대였다던가? 브라질 피다한 족 평균수명이 43세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저자의 제안은 이렇게 터닝포인트를 지난 다음에는 삶을 철학적으로 살라는 것이다. (저자는 50대정도로 이 나이를 설정한다) 쉽게 말해서 당신의 전반전은 이미 종쳤으니(이 책을 집었다면 그럴 가능성이 많다.) 자신의 삶을 돌보라는 얘기인데, 철학을 공부하라는 게 아니고 삶에서 철학하는 자세를 갖추라는 것이다. 그 방법론이 이 책의 소제목인 "섬세한 정신,회의정신, 비판정신, 자기중심주의"을 갖추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것이다 . 본업이 철학교수인 저자는 학계라는 곳의 무의미함과 우스꽝스러움을 폭로하며, 일상의 삶으로 표현되지 않는 철학에 심한 역겨움을 드러낸다. 2,30대는 느낌이 안 오겠지만(나도 그 나이에 그랬다.) 설사 인생에서 나름 성공과 성취를 거둔 사람도 어느 순간 pause가 오듯 이건 뭐지?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아닌가? 성공안해봐서 잘은 모르겠다만) 저자가 포착하는 순간은 바로 그 순간이다. 그 위화감 내지는 이질감. 저자는 그 순간을 "섬세의 정신"으로 끝까지 곱씹으라고 한다. 자신의 실감에 기반해 삶에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주시하라는게 저자의 권유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결국 "자기기만이 없는 삶"같다. 우리는 대충 퉁치는게 너무 많다. 대충 상사한테 아양떨고 대충 부모님 방문하고 대충 조의금 내고 만다.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기만이 없는, 자신의 삶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는 당신 앞에 놓인 시간이 얼마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부조리에 대한 강조는 <일하기 싫은,,,,>부터 시작된 이 철학자의 메인 테마이다. 그리고, 이렇게 살면 (사회적 기준으로) 99%불행해질 텐데, 그 불행을 자각하라는 것도 그 권유에 들어 있다. ("철학을 하다 혹시 굶어죽지 않을까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뭐"요런식이다 )재미있는 것은 "세상과 타협하지 말라"는 장에서 저자가 가장 큰 장애물로 꼽는 것은 부모님이다. 어째 이 충고는 4,50대가 아닌 2,30대들에게 더 필요할 듯 한데, 저자는 부모가 하는 일의 90%는 자식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한다.(저자가 부모가 된 후의 경험담이라고 한다.) 안 그런다고 욕하는 사람은 없지만 만약 정말로 자신에게 끓어오르는 일을 하고 싶다면 부모를 정신적으로 버려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기에게 상담을 청해오는 사람들에겐 무조건 위험한 쪽을 선택하라고 한다고 한다.) 저자가 섬세한 논리와 사상의 깊이로 이 책을 쓴 건 아닌 것 같다. "실은 이게 진실이거든?" 하는 식으로 우리가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가식같은 것을 정면으로 까발리는 식이라 "입담"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아침마당>의 철학버전같이 느껴진다. 저자의 문제제기가 지적자극으로 느껴지는 독자도 있을 것이고, 괜한 설레발로 느껴질 독자도 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상식과는 다른 관점을 보고싶은 독자에게 권한다. 이미 전반전에 4대0 정도로 스코어가 벌어진 독자에겐 저자의 삐딱함이 의외의 힐링이 될지도 모른다. 아쉬운 점은 구체적인 방법론은 없다는 것. 여러가지 예를 인용하며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을 높이려 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방법론을 말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물론 이런 문제에 하나의 답이나 방법이 없을 것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