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방금 책을 다 읽었다. 도서관에 반납하기 전에 뭐라도 쓰고 싶다. 왜냐하면 나에게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에 실린 추천사와 내가 읽은 것 사이에 부조화가 느껴졌기 때문일까. 이 책을 이해할 수 없어서 간만에 알라딘에서 다른 사람의 서평을 읽어 봤다. 호평일색의 서문과 읽고 난 다음의 인지부조화가 나만의 경험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조금 안심했다.

 

   어찌보면 전형적인 이 스토리가 왜 사람들의 호평을 이끌어 내는 걸까. 네 능력탓이라면 할 말 없지만 난 이 책을 읽고 나서 왠지 모르게 모호한 안개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기분의 정체를 아직 모르겠다. 이 글도 책을 읽고 나서 바로 작성하는 것이다. 보통은 종이에 초고를 쓴 다음에 퇴고를 하는데 말이다. 어쩌면 주인공의 정치적인 태도가 모호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쉽게 말해서 남 탓하지 말고 노력하라는 애기인데 이미 대한민국에서 "노오력"은 이미 충분한 조롱을 받고 있지 않은가. 이 부분에서 공화당 느낌인 주인공은 예일대 진학 후에는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마도 이런 사회적 자본에서 힐빌리들이 소외되어 있다는 애기일 것이다. 이런 접근은 민주당적인 접근 아닌가?  이야기만 놓고 보면 우리가 익히 듣던 흑인 하류층(흑인을 폄하하는 의도 아니다. 이미 나에게 그런 이미지가 장착된게 나의 현실이다.) 애기 같은데 다른 점은 주인공이 백인이라는 것. 그런데, 이 이야기가 그토록 호평을 받았다는 것은  미국사회에서 이들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부족했었나하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다.(여기서 잠시 삐딱한 생각이 든다. 추천사를 쓴 빌게이츠가 왠지 잘난척하는 것 같다). 그리고, 왜 할보와 할모가 파탄난 결혼생활을 했는지, 그게 왜 자식에게 유전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도 불분명하다. 어느날 할보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어머니는 마약을 하고 남자를 바꾸기 시작했다. 물론 러스트벨트가 배경으로 깔리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이들의 행동의 이유가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내게 인상적인 것은 예일대 로스쿨 커뮤니티에 대한 묘사였다. 제1세계 주류 사회를 살짝 엿본 2등 국민의 위화감이랄까. 아마 주인공이 느꼈을 그런 감정을 나도 느꼈다.(결국 중요한 것은 인맥이야 하는 보수적이고 전근대적인 느낌도 함께. 공부해서 서울대 가라고~ㅍㅎ) 하지만, 주인공에게도 나는 위화감을 느꼈다. 주인공은 학창시절 그렇게 분탕질을 치고, 4년이나 해병대로 이라크까지 갔다왔는데도 대학과 로스쿨을 졸업하고 주류사회에 안착했다. 분위기로 보아 주인공이 엄청 똑똑한 것 같지는 않는데 이건 미국사회가 그만큼 아직 열려있다는 애기 아닐까?  본인의 의지가 있다면 그래도 아직 길이 있는 것이다. 수능 하루에 원샷으로 인생의 대부분이 결정되는 우리와 비교하면 그런 점에서는 주인공이 오히려 여유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계속 삐딱한 생각을 해 본다. 그가 지금 가진 주류적 가치에도 헛점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한 여자와 평생 바른생활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미덕이 아닐 수도 있다. 물론 아이에게는 지옥이겠지만 서로 쌍욕하며 싸워대는 커플이 되길 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부럽다. 만족스러운 일터, 사랑스런 아내, 귀여운 반려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