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마크 보일 지음,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영국에서 29세의 아일랜드 출신 남자가 돈 한 푼 안 쓰고 1년 살기에 도전한다-

자, 어떤 느낌이 드나? 나는 꼭 “물 한방울 마시지 않고 1년 살기”같은 느낌이 들었다. 돈을 많이 썼을 때 “출혈이 심하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이제 돈은 거의 혈액같은 느낌이 든다. 1인 가구인 나는 식료품과 옷을 돈을 내고 사고, 돈을 내고 술을 마시고 돈을 내고 주거지를 임대해 잠을 잔다. 돈은 혈액이고, 공기이다. 하지만, 마크 보일은 돈에 지배당하기 싫었고, 현재의 체제에서 환경이 파괴되는 광경을 참을 수 없었다. 프리이코노미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며 돈없이 1년살기에 도전한다.

  예상대로 “정상인”의 눈으로 보기에 이것은 가시밭길에 미친 짓이다. 자전거, 퍼스널 컴퓨터,휴대폰, 태양열 전지 등 기본적 인프라 이외에 전부 스스로 에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한겨울에 찬물로 샤워를 하고,심지어는 씻기 위해 바다로 뛰어든다. 신문으로 뒤를 닦으면 치질에 걸리지 않을까? 여자친구와 잠자리는 가질 수 있을까? 혹시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지? 히치하이킹이 그렇게 쉽게 될까? (이 난리부르스를 직접 읽고 느껴보시기 바란다.) 그는 대체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한 걸까? 아마도 저자가 보기에 지금은 극단의 시대이고, 그런 극단의 시대에는 그에 상응하는 고강도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여긴 것 같다. 올해같이 찌는 듯한 무더위, 비싼 전력요금에 대한 원망은 있었지만, 이런 기후변화가 무분별한 환경파괴에서 왔다는 것과 닥쳐올지도 모르는 파국에 대한 걱정은 드물었다. 내가 근시안이겠지만 사실 자기의 실공간안에서 환경문제를 절실히 실감하는 사람이 있을까. 미세먼지가 많아지면 외출을 자제하는 정도이지 우리의 문명이 미세먼지를 가져온 원인 중 일부이고, 지금의 소비수준을 지구를 위해서 줄이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항상 돈이 부족하다. 이미 풍족한 삶이 어떤 것인지 알아 버렸다. 환경보호같은 거대한 주제는 뜨뜻미지근하게 다가올 법한데 저자에게 이 문제는 실험을 시작하게 된 주요한 동기이다. 그리고, 저자의 또다른 문제의식은 돈이 우리를 갈라놓고, 불평등과 인간에 대한 경멸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우리는 돈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즐겁게 하기 위해 일을 한다면? 저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이며 행복은 거기에서 나온다. 이런 저런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순수증여”를 저자 역시 강조한다. “우주가 돕는다”는 말을 하고 싶진 않지만 삶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할 것을 믿고, 누군가에게 증여를 한다면 반드시 보답이 돌아올 것이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영적으로 성숙하고, 관계는 강화될 것이며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안전해질 것이다. 저자의 최종목표는 교환이 아닌 증여로 이루어진 자급공동체이다.

  재미있는 것이 최근에 읽은 여러 가지 책들에서 키워드가 “증여”와 “공동체”라는 것이다. (고미숙 씨의 “호모코뮤니타스”나 우치다 타츠루의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다가오는 저성장의 시대에서 지성인들이 제시하는 생존전략이다. 저자는 돈 한 푼 안 쓰는 1년 동안 행복했을까? 여기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믿을 수 없다. 이미 자신의 선판단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돈없이 살고 싶지만, 저자의 생활은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증여를 하며 유대를 통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세계, 지금 현재로는 오즈의 나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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