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가 원하는 것을 적어볼까요? 음... 크루즈타고 세계일주하기? 샥스핀과 캐비어로 식탁을 한달동안 도배하기? 오늘은 청담동 그녀와, 내일을 홍대그녀와 함께 놀기?... 이런 일을 직접 겪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렇게 살면 금세 질린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 삶의 공허가 닥칠 거라고 주변에서 지금껏 나를 가르쳐 왔다. 인간은 원래 삶의 의미를 찾고,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을 받고 싶어하고, 가치있는 것을 추구하고 싶어하며, 그래서, 아마도 죽음 직전에는 “그래도 잘 살았다”라는 충일감을 가지고 눈을 감고 싶어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 나의 SNS에는 이런 경구가 떠 있었다.

 

“출근했으니까 영혼아 이따 봐.”

 

물론 일부의 행운아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이게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대다수 직장인들의 심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전에 김지룡씨가 “차라리 병렬형 삶을 살아라”라고 충고한 적이 있다.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 성공한다” 중) 해야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병행해서 살아가라는 취지의 글이었는데 그 당시에 공감했었다. 대체 일과 삶이 함께 가는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될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앞의 경구가 유행하는 것처럼 현재는 일과 삶의 균형은 둘째고, 자신의 영혼을 어딘가에 저당잡혀야만 삶이 보장되는 시대다. (아니면 내가 지금껏 터프한 삶을 살아온 건지도 모르지만) 때문에 내가 지금 정말로 원하는 것을 말하라면 “자신을 온전히 바칠 수 있고, 자신의 인생을 채워줄 수 있는, 자신의 정체성이 되는 무언가를 찾는 일”이라고 말하겠다. 그리고, 얄밉게도 와타나베 이타루는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에서 그 일을 해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중간에 작두타는 것 비스끄레한 애기도 나온다. 삶의 고민에 지쳐 잠이 든 어느 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나타나 “이타루, 너는 빵을 만들어 보렴”하고 속삭였다고 한다. 이 말 한마디에 제빵사가 되기로 인생노선을 수정했다는 애긴데, 너무 꼬투리를 잡지는 말자. 무라카미 하루키도 데이브 힐턴의 2루타를 보고 작가가 되기로 했다지 않은가. 지은이가 진로문제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니, 어쩌면 스스로가 만들어낸 구원의 목소리인지도 모른다. 제빵사가 되기로 했다면 파리***나 뚜레** 체인점 하나 열어서 가정을 일구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끝나는게 해피엔딩일텐데(맞나?) 이 책의 저자는 자연과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을 견딜 수 없었다. 시스템을 탈주하여 “나답게, 자유롭게”,“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일을 하고, 그것을 생활의 양식으로 삼아 살아가는” 과정이 이 책의 주요 줄거리이다.

지은이는 빵을 만드는 과정과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을 중첩시킨다. 이윤을 위해 인공적으로 배양된 이스트가 자본주의적 착취를 가능케 했다면, 발효하고 부패하는 균은 “순환” 속에서 삶을 유지시킨다. 부패하지 않는 돈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가능케 했고, 삶과 자연을 왜곡하는 모순을 만들었다는 것이 지은이의 생각이다. 열심히 일할 수 있고, 좋은 음식과 술을 맛볼 수 있다면 누구나 즐겁고 넉넉하게 살 수 있는데 왜 부패하지 않는 이윤 때문에 일과 먹거리를 파괴하는가? 중간 중간 막시즘과 자신의 경험을 섞어가며 지은이는 자신이 체감한 자본주의의 모순을 설명하고, 그래서 자신이 선택한 대안과 그 대안을 시행하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놓는다. 책에는 단순하게 쓰여져 있지만- 예를 들어 “마음이 참 복잡했다” 같은 문장- 실제 저자에게는 인생의 큰 파도였을 것이다.

“힘들기도 힘들고, 지치기도 지친” 직장인들을 위한 책들이 있다. “아, 보람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사표의 이유”,“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3만엔 비즈니스”,“적당히 벌고 잘 살기”,....... 한 쪽에서는 일 때문에 숨이 막힌다고 난리고 다른 한 쪽에서는 일이 없다고 난리다. “전부 자본주의 때문이야”는 만화 “엘리트 건달”에 나오는 농담이지만, 우리는 이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토대를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왜 부장은 나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걸까? 왜 야근은 일상인 걸까? 월세는 왜 내야 하는 걸까? 지구를 자기가 만들었나?

마지막으로 행여라도 다른 삶을 꿈꾸는 내리막 시대를 사는 노마드들에게 저자의 충고를 전한다.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삶의 진리는 당장에 무언가를 이루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될 턱이 없다. 죽기 살기로 덤벼들어 끝장을 보려고 뜨겁게 도전하다 보면 각자가 가진 능력과 개성, 자기 안의 힘이 크게 꽃피는 날이 반드시 온다.”

 

“ 우리 안의 힘이 당장에 꽃을 피우지는 않겠지만 스스로 자신을 키워가다 보면 언젠가는 만개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쉬지 않고, 싫증내지 말고, 자신을 연마하면 길은 열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