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를 그만두다 - 소비자본주의의 모순을 꿰뚫고 내 삶의 가치를 지켜줄 적극적 대안과 실천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1인가구가 이제는 대세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제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사회단위로 등장한 개인이 모든 것을 시장에서 해결하기 때문이다. 즉, 모든 것을 돈을 주고 사는 것이다. 돈이 사회를 살아가는 안전망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 결국 문제는 돈이다. (뭐니뭐니해도 money가 최고라는 수십년전 농담)

문제는 이제 사람들이 앞으로 돈을 획득할 가능성이 점점 낮아진다는 거다. 일본의 경제성장은 성숙기에 도달했고, 저출산에 고령화, 총수요 감소가 진행중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 불행히 겪어보지 못했지만 돈의 유동성이 지극이 높아지면 설사 벌이가 많더라도 인간성 자체가 소모된다고 한다. 40년이상 사업을 해온 저자의 경험담이란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현재 진행중인 “내리막 사회”에서 말이다.저자는 돈 대신 “관계”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고리가 안전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지연”을 강조한다. 여기서 지연은 어디 출신이라는 것이 아니라 “얼굴있는 소비자”가 되어 장소와 결합하는 것이다. 익명의 개인이 누리는 자유의 매력 때문에 도시화가 진행되고 화폐경제가 발전했다면,이제 다시 “얼굴있는 소비자”가 되어 지역에서 인격적인 관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여기서 평소 저자가 주장하는 “소상공인”의 개념이 연결될 것이다. 대형할인점의 지역파괴와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예로 들면서 저자는 교환가치이고 본질적으로 유동적인 화폐는 평온과 충족감을 주는 삶의 토대가 될 수 없다고 애기한다. 가족간의 결속만 중시하고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는 미국은 공허한 나라이며 후세에 실패한 나라로 기록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저자가 깨달은 것은 현대인의 과잉소비는 과잉스트레스에서 온 공허감을 메꾸기 위한 대상행동이며, 소비에 대한 욕망은 안정적이고 리드미컬한 생활 속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게 그리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우치다 타츠루의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이나 고미숙씨의 “호모 꼬뮤니타스” 같은 책에서 줄기차게 애기된 것이기도 하다. 증여를 하고 관계를 만들으라는 것. 게다가 돈 때문에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삶이 피폐해지는 것이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아닐까. 삶과 일이 함께 가는 것은 소수의 행운아에게나 해당하는 일이다. 아마 저자가 주장하는 소상공인이라는 개념도 아마 이런 행운아에 관한 애기아닐까.

 

저자의 애기가 여러 방면에 조금씩 걸쳐있고, 단문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한 눈에 조망이 들어오진 않는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는 구체적인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게 슬프다. 월마트가 아니라 동네소매점에 가 본다고 해보자. 물론 첫걸음이지만, 안정적이고 리드미컬한 삶이 갑자기 나올 리가 만무하다. 그리고, 저자도 지적했듯 과거의 지역공동체는 토대이자 동시에 구속이었다. 이미 자유의 맛을 본 익명의 개인들이 타인을 어느정도까지 받아들이려고 할까. 혼밥과 혼술남녀가 유행하는 지금 말이다. 타인과의 관계설정이란 철학적이기까지 한, 만만찮은 주제일 것이다. 그리고, 하루종일 원거리 지역에서 근무하고 저녁과 주말만 집에서 보내는, 야근에 쩌는 직장인들에게 지역공동체는 먼나라 애기처럼 느껴질 것이다. 요컨대, 노동과 삶, 사람사이의 관계가 총체적으로 엮여 있어 저자의 애기가 실감이 나지 않는 것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애기가 어떤 단초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동네 소매점에 한번 가보자. 소비를 줄이고 그걸 동력으로 다른 노동양식도 상상해보자. 조금씩 조금씩 실천해보면 저자가 말하는 안정적이고 리드미컬한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원래 비와 이슬을 피할 집이 있고, 그 곳에서 가족, 친구들과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떠들썩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행복을 느끼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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