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의 천재들
정혜윤 지음 / 봄아필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사람이야기다 보니까 외로울 때 읽어보면 좋아요.  정혜윤씨 말투도 나긋나긋해서 마치 촉촉한 초콜릿 칩같군요...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달아서 약간 느끼한 기분도...)  쌓아놓은 이불 무더기에 기대어서 긴장을 푼 채 읽으니까 꽤 분위기 나더군요..마치 내 자신이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습니다.이 분이 연재하던 한겨레 신문 서평 꽤 재미있게 읽었더랬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윤태호씨 이야기 였습니다. 일전에 강신주박사님 강의를 들은 적 있습니다. 박사님이 그러시더군요   "창조적인 일들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 오르기 까지 개고생한 사람들이다"  

 

윤태호씨 강의를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도 이 애기를 들었지만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저 사람은 힘들게 만화를 배웠구나 정도 였죠. 그런데 그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 이 책에서 윤태호씨 애기를 다시 접했더니 새삼 놀라운게 있더군요 (이런게 '생각의 벽' 일까요?)  그건 이 분이 정말로, 글자 그대로 엄청난 고생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생은 오로지 만화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정말 죽기살기로, 엄청난 노력을 해서 지금의 위치에 다다른 겁니다. 저 같으면 도저히 만화를 그리기 위해 만화학원에서 숙식을 하고  벤치에서 노숙을 하고,목욕은 공중화장실에서 하고  자신이 그린 만화를 허영만씨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화 모서리를 깔고 책상에 엎어져 잘 수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만화 그리기는 윤태호씨의 레종 데트르였을 겁니다.( 아 정말 오랫만에 이 단어 떠올리게 되네요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나오는 단어 입니다. 존재이유라는 뜻이죠. 예전에는 이 소설 진짜 좋아했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이 소설도 좀 닳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아마 이런게 강상중씨가 "살아야 하는 이유"에서 말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지탱해주는 무언가. 이것만 있으면 난 괜찮아 하고 말할 수 있는 것 

 

그래서, 저는 또다른 물음을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원한다고 생각했던것 ,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이것은 과연 나의 진짜 욕망일까?  이것은 나의 레종데트르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이것때문에 직장까지 바꾸었는데. 과연 나는 윤테호씨처럼 삶을 맞닥뜨릴 수 있을까?  그냥 나는 다른 사람들이 우연히 방문하는 블로그에 글이나 끼적대고 있지 않나....

 

사람은 인생을 가짜로 살 수 없다-  우습게도 이건 만화 "도박묵시록 카이지"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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