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
데이비드 H. 프리드먼 지음, 안종희 옮김 / 지식갤러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얼마전에 한국일보에서 MSG가 해롭지 않다는 요지의 기사사 났었죠. 요지인즉슨 얼마전 TV에서 MSG 추방 캠페인 비슷한게 난 모양이에요.신문에서 애기한 건 그런 캠페인성 기사가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는 야그였습니다. 아마  제 기억에 전자파나 원전 방사능이 신문에서 등장할 때 상투적으로 쓰이던 문구가 그 기사에도 달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 MSG가 건강에 해롭다는 바는 아직 증명된 바가 없다."

 

돌이켜보면 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MSG라는 단어 자체를 몰랐더랬죠. 그러다가 (라면인 걸로 기억합니다만)  어느 식품광고에서 MSG 무첨가를 마케팅 포인트로 때려댔죠. 그래서, MSG = 나쁜 식품 이란 인식이 생겨났습니다. (혹은 무관심했죠) 그러다 이번에 TV에서 MSG애기가 나오니까 라는 기사가 나온 겁니다.  그럼 MSG는 해로운 걸까요? 아닐까요?

 

사실 이런예가 이 책에 의하면 처음이 아닙니다. 비타민 E가 건강에 좋다? 나쁘다? 휴대전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한다? 아니다? 마치 청기백기 게임같은 우스꽝스러운 느낌도 나지만

 이것은 엄연히 <과학>의 이름으로 주장된 것입니다. 데이빗 프리드먼은 이 책에서 <스페셜리스트>들의 주장이 어떻게 왜곡되어 전달되는지, 그런 <전문지식>들이 얼마나 빈약한 토대 위에서 생산되는지 그리고 그런 생산구조를 만들어내는 구조(학술잡지?)가 어떤 것인지를 지적해 냅니다.연구실적과 보조금을 받기 위해 유명잡지의 논문게재에 목매는 과학자들, 학계 내부에서 작동하지 않는 검증시스템, 센세이션을 일으키기 위해 전문가들의 애기를 비비꼬아 전달하는 대중매체들 등등이 저자가 지적하는 현실입니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왜 이리 "전문가" 앞에서 주눅드는지 의문이지만,( 이쯤에서 이반 일리히의  "학교없는 사회"가 나오려나?)  과학도 자신만의 담벼락을 높이고 내부에서 고립되어 부패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인터넷의 지식인이나 그럴 듯한 경영이론같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지식, 혹은 사실(?)들이 과연 믿을만한지를 말합니다. 인터넷에서 나도는 맛집이나 상품 후기까지 말이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부 "회의"입니다. 세상에 믿을 놈 없다는 거죠.어쩌면 저자가 처음부터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기 때문에 그런면이 더욱 드러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저자도 후기에서 이 점을 고백합니다.) 저자는 팁으로 신뢰성있는 조언과 그렇지 않은 조언을 구분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쉽게 말해서 확신이 넘치는 발언, 단순명쾌한 발언은 경계하라는 겁니다. 전문지식에서 확고부동한 것은 없다는 겁니다. 모든 연구가 한계와 약점이 있고 그런 한계와 약점을 밝히는 조언이 좋은 조언이라는 겁니다. 글쎄요 전문지식 분야에서도 "겸손" 이 미덕인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전문지식을 소비하는 대중입니다. 저자가 이런 책을 쓴 것은 그런 전문지식을 대중적으로(?) 소비하는 대중 때문일 겁니다. 저자가 드는 스페셜리스트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전문가들이 진실이 아니라 대중이 듣기 원하는 애기를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그들이 먹고살 수 있으니까요. 어쩌면 대중이 원하는 것이 진실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삼천포로 잠깐 빠지자면 도올 김용옥이 처음 노자에 대한 방송강의를 하던 모습이 생각나더군요. 제가 그 방송을 보면서 느낀 것은 도올이 강의를 하면서 굉장히 확정적이고 단정적인 어투를 사용하더라는 겁니다. 그게 도올 강의의 인기 포인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불안하고 나서기 두려워하는 세상,(책임을 지기 싫으니까) , 마치 도올의 어투는 "나를 따르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어투를 사이비라고 비판하겠지만 도올의 이런 어투는 "나를 따르라. 만약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겠다"라는 의미가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나침반이 필요한 대중이 그에게 매력을 느끼는 거 아닐까요?

 

문장에 영어 냄새가 나서 글이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아요. 이런 종류의 책이 있죠. 영국이나 미국의 저널리스트들이 쓴 책들. 읽고 나면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비타민 E가 좋은지 휴대폰은 꼭 핸즈프리를 써야 하는지 우리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남은 것은 어? 이거 진짜 맞아? 하는 멈칫거림입니다. 어쩌면 저자가 정말 원한 것은 그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p.s.:  근본적으로 지식이란 무엇일까? 과학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을 "안다"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인슈타인도 "확정오류"를 저질렀다는 데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지식,문명이란 것은 기반이 불분명한 , 매우 불안한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은 과학의 합리성의 결과물이 아니라 단지 우연인게 아닐까요? 라식수술이 안전한가? 식품첨가물은 안전한가? 원전은 과연 믿을만한가? 전자파는 건강에 해롭지 않은가?....

어쩌면 우리의 일상은 언제 허물어질지 모르는 연약한 땅 위에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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