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애비뉴의 영장류 - 뉴욕 0.1% 최상류층의 특이 습성에 대한 인류학적 뒷담화
웬즈데이 마틴 지음, 신선해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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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우면서도  지적인 자극과 (초엘리트의 삶을 엿볼수 있다는 점에서) 선정적인, 흥미로운 넷플리스 시리즈를 시청하고 싶은 욕망이 든다면 이 책을 읽을 타임이다. 이 책을 읽다가 명품 브랜드 몇개를 알게된 지 모른다.( 티 쪼가리 하나에  3~4백이나 하다니. 오래전 <라스트 보이스카웃>의 브루스 윌리스 대사처럼 바지에 티비라도 달렸나? 수십만원 짜리 플랫슈즈 정도는 나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옥상이 있다면 옥상옥이 있다. 여유있게 맨해튼 어퍼이스트 명품매장에서 버킨 백을 사는 부유층이 있다면 명품매장이 폐점 후 프라이빗 쇼핑을 하는 초부유층이 있다. 저자가 엉겹결에 끼게 된 어퍼이스트 어머니 모임은 문명의 이기가 집약된 생태해방적인 공간이지만, 역설적으로 (야만적) 부족주의와 지위경쟁이 난무하는 곳이다. 아파트는 주거지가 아니라 회원제클럽이고, 어린이집 복도는 침팬지가 서열을 정하듯 지위경쟁이 벌어지는 전쟁터다.(아 웃겨 , 어린이집 복도인데!)  이런 어머니 모임에서 초짜로 끼어들어 무시당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그냥 부자동네로 이사한 것 뿐인데  '생존기'를 써야 하는게 어이없기도 하다. 엄마들이 어린이집부터 명문을 따지고, 심지어는 아이의 출생월조차 학업에 맞춰 조절하는 모습을 보면 스카이캐슬이 한국의 특수한 현상이라고 개탄할게 아니라 실은 미국이 원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부족한 것 없는 이곳의 여성들을 지배하는 정서는 불안과 공포다. 자신의 지위를 유지시켜주는게 남편의 돈이니 자신을 계속 보톡스와 스피닝57로 다듬어야 하고 , 망가진 몸매는 또다른 지위게임에서 패배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 부도 대부분 대물림된 것이라 시어머니,장인 장모의 간섭도 피할 수 없다. 지나친 지위경쟁은 완벽주의로 연결되어 언제 게임에 탈락하게 될지 모르는 공포와 수치심이 정서의 주를 이루게 된다.  저자는 이런 문화에 저항하기도 하고 동화되기도 한다. 마지막 반전도 아니러니하고 우습다. 저자가 아이를 유산하자 그 전에 저자를 왕따 시키던 엄마들이 저자를 돌봐주고 친구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아이들이 전쟁놀이하면서 티격태격하다 한 명이 코피나면 우루루 몰려드는 것 같다. 이거 여기 규칙이라서 그냥 당신에게 그렇게 대한 거지 악감정 없는 거 속으로는 전부 다 알잖아 하는 것처럼. 아기 돌보는 보모 연소득이 1억원이 넘는 세계, 부동산중개업소의 중개사마저 명품으로 옷을 휘감는 세계. 이들의 지위경쟁을 보면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동화책이 생각난다. 서로 위로 올라가려고 경쟁하는 애벌레들에게 왜 위로 올라가냐고 주인공 애벌레가 묻자 나도 몰라, 근데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위에 대단한게 있대. 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오는 장면. 어퍼이스트의 엄마들이 이렇게 지위게임에 몰입해서 승리한다 한들 그 위에는 동화에서처럼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닐까?.  키득거리면서( 물론 자괴감이 웃음으로 변해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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