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망계급론 - 비과시적 소비의 부상과 새로운 계급의 탄생
엘리자베스 커리드핼킷 지음, 유강은 옮김 / 오월의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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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있고 도덕적인 행동조차 "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저자의 성찰. 구찌핸드백이나 페라리에 돈 쓰는 졸부보다 유기농식품과 공정무역에 돈 쓰는 엘리트 시민들이 훨씬 더 유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들의 일상행동이 사회경제적 바탕을 은폐한 채 그런 선택지조차 없는 계층을 도덕적으로 판단하고, 그들이 예전의 졸부와 달리 주로 투자하는 교육, 연금, 의료 등 비과시적 소비가 계층간 이동가능성을 극단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먼저 강조하는 것은 '소비'의 중요성이다. 소비는 단순히 재화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정체성을 나타내고, 비슷한 다른 집단과 연결되고 분리되는 수단이다. 예전에는 베블런의 유한계급이 물질적인 과시적 소비를 했다면 지금의 능력주의, 권리의식, 도덕의식으로 무장한 '야망계급'이 교욱,연금, 의료 등의 비과시적소비를 통해 계층이동을 극단적으로 막는다. 예전의 사치재는 대량생산의 시대가 도래한 이후 더 이상 계층구별의 표지가 되지 않는다. 프린스턴 대학의 학생들은 물론 열심히 공부하겠지만, 이들은 애초에 그런 문화적, 경제적 자원을 갖춘 엘리트집단 소속일 가능성이 많다. 중간계급은 신형아이폰을 사며 플렉스를 할지 모르지만, 프린스턴 등록금을 감당하는 것은 아예 언감생심이고 때문에 오히려 소소한 플렉스를 할 가능성이 많다. 저자가 계층이동의 요소로 강조하는 것은 특히 지식습득이다. 야망계급은 베블런의 유한계급과 달리 여가에서도 생산성과 효율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고 실업자보다 여가시간이 부족하다. 저자는 유기농 매장에 가고 공정무역 제품을 사는것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이런 실천자체가 지위의 표지라고 한다. 자발적 가난이 가능한 이유는 이미 축적된 부가 있기 때문이다. 돈이 있다고 문화자본을 살 수는 없지만, 문화자본은 돈이 필요하다. 이제 이런 문화적 표지는 일상에서 암호화된 형태로 은밀히 나타나며 이런 표지에 접근하는 정보비용이 필요하다. 여러가지 데이터가 나오고, 전개가 산만한 편이라  약간 지루하지만, 논지는 인상적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의 한 표정이라고나 할 까, 저자가 묘사한 '야망계급'의 초상화가 어떤 형태로든 우리 곁에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알 수 없는 자괴감을 느끼는 나는 루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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