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arkus Gabriel VS -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차이와 분열을 극복하는 철학,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살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쓰키타니 마키.노경아 옮김 / 사유와공감 / 2022년 10월
평점 :
<나는 뇌가 아니다>는 가독성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철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소화할 수 있었던 책으로 기억한다. 그에 비해 일본의 저널리스트들과 줌회의끝에 탄생했다는 이 책은 예전 강신주의 <다상담> 같은 느낌이랄까, 저자의 철학적 식견을 가지고 현실적인 이슈에 관해 툭툭 잽을 날리는 느낌이다. 난민, 계급, 종교 등으로 극도로 분할된 이 세계에 타자와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타자와 마주할 때 발생하는 차별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저자는 인간에게 고정된 정체성은 없으며 우리는 모두 다른 존재인 동시에 꿀벌처럼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행복이란 '테니스같은 사회적 활동'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가 중요시하는 것은 대화다.(그것도 오감을 이용한 '대면 대화'다.) 아프간의 탈레반과는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할까? 먼저 필요한 태도는 '허용'과 '승인'이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위즈덤하우스)에서 저자 리 매킨타이어가 플랫어스주의자들과 대화하는 법은 인내심을 가지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경청하며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이 책에서 저자가 탈레반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거다 "당신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 혹시 우리에게 가르쳐줄 것이 있는가?".
타자에 대한 차별을 아우르는 것은 결국 정치의 영역이다. 귀의 길이를 아무도 신경쓰지 않듯 성별, 출신 등이 아무런 표지가 되지않는 단계까지 정치는 각자의 차이를 인식하고 보듬어야 한다.
<다상담>같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연애와 자유 죽음 등을 다룬 후반부에 더 꽂힐 것이다. 자유란 '올바른 속박을 선택할 자유'이고, 연애를 하는 방법은 적당한 거리두기를 하고 타자와 끊임없이 교섭하는 것이다. 저자는 맥빠지게도 사랑에는 지혜와 수련이 필요하며, 이게 첫사랑이 빨리 끝나는 이유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실제 상처를 주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라는 문장은 불교의 '상카라'를 떠올리게 한다. 도덕에 관한 관점도 눈에 띈다. 저자는 도덕이 타자와의 관계 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와도 관련있다고 한다. 타인에 대한 의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의무도 있는 것이다. 이 책도 전작의 세계관이 이어지고 문장하나하나에 배경지식이 깔려 있지만,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 와닿지 않는 문장은 대충 스킵해도 핵심을 놓쳤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편하면서도 시사점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