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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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흥망성쇠를 빌 브라이슨 류의 방식으로 쓴 책.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히스토리 채널 보는 기분이다. 읽을 거리가 풍부해서 "쾌락독서"를 즐기시는 분께는 킬링타임용으로 딱이다. 물론 성찰도 있다. 내가 이 책에 호기심을 가진 이유를 생각해보니 결국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성찰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고대 우루크부터 근대의 파리, 현대의 로스앤젤레스까지 저자는 도시의 키워드를 하나씩 잡아내서 분방한 지식과 "썰"을 풀어놓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도시는 욕망과 관능,삶의 의지와 역동성으로 고동치는 곳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라고 했던가. 저자가 지적한 대로 나 역시 마찬가지지만 도시에 대한 반감은 사람들의 선입견으로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도시에 대해 지극히 호의적이다. 도시는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인간의 삶을 표현하고, 모여사는 호모사피엔스들은 머리를 모으고 자신들의 창의력과 잠재력을 폭발시킨다. 저자에게는 도시화를 감당하지 못하는 지구에 관해서는 우리가 다시 도시의 양식을 적응시킬 것이라는 낙관이 있다. (그 예로 청계천과 서울의 녹지가 거론된다.) 우루크나 알렉산드리아는 너무 먼 이야기이고 살갗에 와 닿는 것은  엘에이나 라고스의 이야기다. 미국영화의 배경으로 종종 등장하는 교외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파리의 도시관찰자를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서울에서도 충분히 적용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럼 더 이상 나는 서울의 아웃사이더가 아니겠지. 하지만, 나는 아직도 도시에 위화감이 든다.  도시는 "인공의 생태계"이고 인간이 쌓아올린 거대한 직접물이다. 자동차에 비유해도 좋다. 그 자동차를 움직이는 연료는 "날것의 자연"이다. 인공의 생태계는 끊임없이 인간이 강제로 원료를 들여오고 그 배설물을 배출시켜야 유지되는, 인간의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그 가상을 현실화한 것이다. (그래서  "자연"이 아니고."자동화"는 없다.) 그리고, 그 자연이 다 떨어지면 자동차는 멈추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교외와 도시의 확대가 이번 판데믹에도 분명히 한 몫 했을 것이다. <돈 한푼 안 쓰고 일년살기> 의 마크보일은 수세식 화장실에조차 엄청난 적대감을 드러낸다. <노 임팩트맨>의 콜린 베번은 화장지 안쓰기를 실천했다.  근본적인 인간의 삶의 방식, 도시의 방식이 변화하지 않고 저자의 낙관대로 다가오는 기후변화와 재앙을 막을 수 있을까? 그런 "절충주의"는 그냥 눈가림이나 자기만족이 아닐까? 이제 나는 깨끗한 공기와 물놀이 할 수 있는 하천이 귀하게 느껴진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귀하기는 커녕 그런게 있는지도 몰랐다. 고려가, 신라가 망했을 때 어느날 갑자기 "오늘부터 멸망"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도 사람들은 삶을 즐기기도 했을 테고, 여러가지 삶의 순간들이 있었겠지. 지금은 바로 그런 순간들인지도 모른다. 안목이 짧은 나로서 감히 이 책의 깊이를 논할 수는 없으나 아주 새로운 통찰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각 장의 도시들이 하나의 주제로 꿰이지 않아서 "잡학"이라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그래서 재밌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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