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카인드 - 감춰진 인간 본성에서 찾은 희망의 연대기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조현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 사람은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아요. 그냥 상황에 따라서 선해지기도 하고 악해지기도 하는 것 뿐이죠"  북콘서트에서 어떤 교수님한테서 이 말을 듣고 가장 현실적인 판단 이라고 생각했었다.(이분의 성함을 까먹었다. 죄송)

 저자의 논지는 우리가 인간본성을 부정적으로 보려는 경향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고, 이게 "자기충족적 예언"( "노시보"라고 표현한다.) 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분위기를 조장하는 사례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것으로 책을 전개한다. "스탠포드 감옥실험"과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 실험" 은 평범한 인간이 얼마나 쉽게 악에 물드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의 대표격으로 인용되곤하는데, "스탠포드 감옥실험"의 필립 짐바르도가 쓴  "루시퍼 이펙트"는 나도 인상깊게 읽은 적이 있다. (스탠포드 감옥실험은 "엑스페리먼트" 라는 제목으로 두번 영화화됐다.) 그 책의 논지가 "인간은 이렇게 쉽게 악에 물드니 악인(예를 들어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의 미군들)이라고 무조건 쉽게 타자화해서는 안된다" 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결국 자기성찰을 요구하는 결론이라서 그래 맞아 하고 적극 동의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묘사하는 필립 짐바르도는 연구자로서는 자못 야비한 모습이다. 저자가 파헤친 감옥실험의 진실은 "인간의 악"을 부각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된 것으로, 필립 짐바르도는 처음부터 피실험자를 도발시키는데 적극적이었고, 피실험자는 피실험자대로 연구진 의도를 맞추기 위해 연기를 했다. 나는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실험이 실은 연출된 것이었다는 저자의 주장에 적잖이 당황했다.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도 같은 맥락인데 실험은 특정 결론을 위해 미리 설계된 것이었다. (관련해서 "권위에 대한 복종"을 읽은 적 이 있는데 이 책 역시 날카로운 통찰로 자못 감동을 안겨줬었다.) 저자의 사례는 전쟁터에서 사격을 거부하는 병사들,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협력한 소년들의 실제사례(월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의 반대다.) ,제노비스 살해사건의 진실 등으로 이어지며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불신과 냉소에 싸여 있으니 사람을 더 신뢰하라고, 한 두번 속은 적이 없다면 사람을 신뢰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학교와 회사에서 학생과 교사, 괸리자와 실무자간의 신뢰가 증가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저자가 조사한 사례는 개판오분전이 아니라 서로 자율성과 주체성을 발휘하며 각자의 포텐셜을 발휘하는 현장이다. 어쩌면 인간은 천성적으로 권력구조를 싫어하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이고, "악"은 이런 독립성이 침해당할 때 발생하는 것인지 모른다. 저자는 문명(권력구조, 흡스)과 자연(루소)를 대비시키며 루소의 손을 들어준다. "노시보 효과"를 만드는 주범으로 특히 언론과 미디어를 비판하는데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듯 선정적인 보도로 부정적인 사례만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도 이 책에서 같은 기법을 사용한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저자는 여기에 문화인류학적인 통찰-농업이 출현해서 사유재산이 출현하고 권력구조이 생기면서 "악"이 시작되었다. 인간은 진화과정에 얻은 사교성 때문에 다른 호미닌을 이길 수 있었다 등는-도 곁들이는데 그런 통찰까지 곁들이기에는 이 책의 품이 약간 좁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저런 백데이터를 끼워 맞춘 약간 패스티쉬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아마도 너무 다양한 사례를 싣다보니 논증이 약간 부족한게 아닌가 싶은데, 덕분에 다양한 메뉴가 나오는 패밀리 레스토랑 간 느낌이라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저자가 드는 인간의 약점은 자신의 공감을 동류에게만 발휘한다는 것, 선함을 가장한 악함에 취약하다는 것 등이다. 마지막에 저자는 삶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10가지 원칙을 제시하는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타인을 더 신뢰하고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라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은 타인이 자신을 선하고 정의롭게 보기를 원한다. (전두환조차 그렇다.) 현실에서는 항상 어긋날 뿐이지만. 나로서는 앞선 교수님의 말씀이 더 땡긴다. 


p.s. 비슷한 책으로는 레베카 솔닛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 가 있다. 재난이 닥치면 역설적으로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인간의 모습을 묘사한 책이다. "초협력자"는 과학책인데 결론은 "인간은 초협력자이며 그렇게 진화한 이유는 그것이 생존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 모두 착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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