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남기지 않기 - 아잔 브람의 위빠사나 명상 강의
아잔 브람 지음, 지나 옮김 / 불광출판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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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혜민스님 해프닝으로 상처입은 사람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필요한 것은 도덕적 비난보다 관용인지도 모른다. 아잔 브람이 이 책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결점을 찾기보다 장점에 감사하는 자애로움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수행이나 명상이라고 하면 대놓고 코웃침치거나 닭살 돋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상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전북 진안의 고엔카 센터만 해도 입소 경쟁율이 많이 올라갔다. 아잔 브람도 이 책에서 서구에서 명상은 하나의 시장을 이루고 있다고 하니, 확실한 트렌드는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명상에 처음 입문하게 되면 이 업계가 일종의 고시학원가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스타강사"가 있고, 이게 정도네 저건 외도네(xx강사가가 틀렸다) 우리가 순수하네 이것만 따라해야 되네(합격하려면 이 책 한권만 보세요)하는 논란을 보게 되는데, 아잔 브람도 이런 이야기를 하니 이것도 트렌드인 것 같다. (아잔 브람의 의견은 이런 거 신경쓰지 않는다이다. 그냥 자기 편한대로 여러가지 섞어서 수행하라고 한다.) 위빠사나 명상만 해도 정의에 논란이 있음을 이 책에서 알 수 있다. 어떤 종파는 위빠사나와 아나빠나 명상을 나누고, 아잔 브람은 아나빠나안에 위빠사나 명상이 들어 있다고 한다.명상을 할 때 어려움 중 하나는 이게 순전히 개인적인 체험이라는 것이다, 벽돌 100개 쌓기를 한다면 자신이 벽돌을 몇 개 쌓았는지 옳게 쌓았는지 확인 할수 있지만 수행이라는 것은 그게 불가능하다. 그리고, 명상을 지도받는 것도 언어를 통해서인데 그 언어라는 것이 애매할 수 밖에 없다. "내려놓고 가슴을 열라"는게 대체 어쩌라는 말인지? 때문에 신참자는 오랫동안 수행한 사람의 노하우나 팁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 그런 팁을 얻을 수 있다. 보통 명상수련회를 하면 저녁 시간에 법문을 듣는데 아잔 브람의 법문 모음집이 이 책이다. (고엔카처럼 아마 열흘을 하나보다) 단, 이 팁은 아잔브람의 팁이다. 고엔카 문파(?)라면 동의하지 않을 부분도 있고, 아잔 브람도 존경하는 동료 스님과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하니 진리로 가는 길은 참으로 다사다난한 것이다. 내게 인상적인 팁은 아잔 브람이 수행하는 자세 중 "자애로움"과 "행복"을 강조하고 사마디를 "집중"이 아닌 "고요함"으로 해석하는 점이다. 호흡을 억지로 붙들려 하지 말고, 수행의 고요함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호흡은 자연히 제 자리에 머물 것이다. 수행 역시 행복해야 하는 것이니 가부좌하다 다리 아프면 자세를 바꾸는 게 맞다. 수행을 하나의 성취의 목표로 삼고 긴장을 하면 그건 결국 에너지의 소모일 것이고 수행을 방해할 것이다.아나빠나 명상을 할 때 드는 음란마귀의 망상을 막는 방법은 그걸 제압하는 게 아니라 수용하는 것인 것이다. 명상지도하는 책이다 보니 아무래도 추상적인 문장이 많아 가독성은 약간 떨어지는 편이지만, 명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참고할 수 있는 유용한 팁들이 많이 들어 있다.  아잔 브람의 권위는 어느 정도일까? 아잔 브람이라는 이름이 간간히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 때가 5~6년 전인 것 같다. 서구 출신 스님들의 장점은 아무래도 현대적인 감각과 대중적인 언어로 불교 이야기를 한다는 것인데 내가 읽은 아잔 브람의 다른 저서도 가독성은 높은데 깊이는 약간 없다는 느껴지는, (읽기는 쉬운데 읽고 나서는 기억에 남지않는) 일종의 불교 입문서였다.  태국에서는 아라한으로 추앙받던 아잔 차 의 제자라고 하는데 아잔 차에 관한 책으로는 <붓도 위빠사나> 있으니 세트로 읽어보면 이 쪽 종파의 흐름을 알 수 있을 듯하다. (같은 남방불교인데도 고엔카의 미얀마 방식과 스리랑카방식이 또 다른 것 같다. 이 책에서 미얀마 위빠사나에 대한 아잔브람의 평을 볼 수 있다. )


ps. 근데 불교나 수행에 심취하면 연애 못한다. 정말이다. 연애라는게 기본적으로 "내가 원하는 상대에게서 내가 사랑받고 싶은 욕망" 아닌가.  그런데 그 상대와 내가 전부 "환상"이라는데 무슨 관계가 애초에 성립할 수 있겠나. 부정관 할 것도 없이 그 상대라는 게 속에 얼마나 많은 트라우마와 업이 쌓여 있을지를 상상하면 대번에 마음이 움츠러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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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 2023-12-18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3.12.8 재독: 사티파타나 숫타 중 ‘삼빠자나‘(지혜를 가지고 알아차림) 이란 단어의 해석 대립
고엔카: ˝아니짜의 지혜를 가지고 알아차려라-> 평정심을 가지고 알아차리란 뜻?

아잔 브람: 무엇을 하는지, 목적이 무엇인지 등을 챙기면서 알아차려라

어떤 게 맞는 걸까? 아잔브람은 사념처 수행이 해탈의 유일한 길(에까야나 막고)이라는 해석도 반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