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 뇌과학자의 뇌가 멈춘 날, 개정판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장호연 옮김 / 윌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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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니어바우어의 <자네 좌뇌한테 속았네>를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뇌졸증을 극복한 인간승리의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이 책에서 짚어야 할 부분은 좌뇌가 멈춘 상태가 함의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뜬금없이 좌뇌, 우뇌 냐고 하시는 분들은 스티븐 니어바우어의 책이나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뇌의 기능분화를 명상이나 종교적 체험과의 연결시키는 논의는 70년대부터 있어왔다. 스티븐 니어바우어의 의견에 따르면 지금 과학계,심리학계가 이런 연구들의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고 한다. 뇌과학자인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뇌졸증의 상태를 상세히 묘사한다. 그런데, 이 경험이 묘하게 불교의 열반이나 힌두교의 신비체험과 비슷하다는게 주목할 만하다. 저자의 이력에 따르면 저자는 회의주의와 합리주의로 무장한 뇌과학자이다. 하지만,  저자는 불교의 열반이나 무아같은 것을 아예 진리라는 디폴트 값으로 정해놓고 그 때의 경험을 묘사하고 이후의 삶의 태도를 결정한다. 무아나 열반같은게 진리 아닐까 하고 묻는 수준이 아니다. 이미 그것은 중력의 법칙처럼 저자의 사고방식 밑에 자연스럽게 깔려 있다.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저자가 뇌졸증 이후 동양의 언어를 접했을 가능성이다.  그리고, 그 언어로 자신의 경험을 해석한 것일 수 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신뢰할 만한 사람이 "내가 해봐서 아는데"의 어조로 이야기기하니 당혹스러우면서도 어쩌면 신비주의의 언어들이 정말 진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미안해요 요가난다 아저씨) 더 당혹스러운 것은 그걸 진리라고 믿는다 하더라도 지금의 내가 변할 것은 없다는 것이다. 수년전에 남산강학원에서 정화스님이 특강 중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요새는 뇌과학책 몇 권만 읽어도 부처님 말씀이 진리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 수 있어요. 가슴으로 오지 않아서 그렇지"  그 때가 이미 수년전이었으니 지금의 뇌과학은 어떤 상태일까?  저자는 안전하게 뇌졸증을 경험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일반인도 경험하게 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동정의 시선이 아닌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겉보기와는 달리 그들이 내적으로는 열반에 도달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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