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의 배신 - 편리함은 어떻게 인류를 망가뜨리는가
바이바 크레건리드 지음, 고현석 옮김, 박한선 해제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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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일종의 페이크다.  이 책의 원제는 "거대한 변환" 정도 된다. 아마 저자는 문명의 발달과 그에 따른 인류의 몸과의 상호작용을 규명하고 싶었나 보다. 즉 약간 보건서적 삘나는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나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 같은 부류의 서적이다. 당근 두껍고, 내용도 방대하다. "진화의학"이라는 용어를 이 책에서 처음 읽었다.  근데 이 책을 읽다보면 책을 던져버리고 싶을 때가 몇번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기가 망설여진다. 이유는 늘어놓는 사실들이 방대하다 보니 각각의 사실들이 그냥 따로 노는 잡학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오래 앉아있는 것은 고관절근육을 손상시킨다. 그래서 어쩌라고? 뭐 오래 앉아있는게 건강에 안 좋은 건 예전부터 대충 알고 있었다능... 저자도 이런 것을 예상했는지 각 장의 말미에 써머리처럼 요약본을 집어넣었다. 다른 리뷰에는 번역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는데 중간중간 문장이 안 통하는 데가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이 책이 지금 우리 생활의 근본을 건드리기 때문인 것 같다. 편견인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 앞에서 펜대를 놀리는 것이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FM 이 되어버린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좋은것"인 교육도 앉아서 이루어지지 않는가. 하지만, 저자는 이런 앉아있기가 인류의 몸에서 무엇을 빼앗아가는 지 서술한다. 퇴근 후 헬스클럽에서 뛰는 건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앉아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저자 말대로라면 우리는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생활방식을 뿌리부터 갈아엎어야 한다. (한곳에 매여있는 직업을 피하라고 하니 회사다니지 말라는 애기다.)근대 교육 역시 빅토리아 시대에 공장의 모델이 도입된 것이다.(유치한 비유이긴 하지만 역시 핑크플로이드의 월 이 맞았어). 결과적으로 새로 늘어난 질병은 ADHD 이다. 저자는 우리가 받아들이는 가치인 효율성, 합리성 등(대부분 자본주의적 가치다) 이 우리의 몸과는 맞지 않다고 한다. 읽고나면 문명이 인간의 생명력이랄까, 활력을 빼앗으면서 성립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인간이 문명을 만든 이유는 물론 생존과 안전을 위해서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저자는 냉소적이다. 우리가 대도시에 살면서 유리한 점은 "공룡에 잡아먹힐 확률이 줄어든다" 정도 라니. 저자가 보기에 현대의 사무환경은 19세기의 노동환경마냥 열악한 것이다.  이 책을 한 호흡으로 읽기에는 무리이다. 소파 옆이나 침대옆에 짱박아 놓다가 한 장씩 읽는 병렬형 독서에 적합한 것 같다.(이것도 책을 구매하게 하려는 의도인가? 도서관 대출과는 맞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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