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의 처형자가 되기 싫다 - 실존심리치료, 개정판
어빈 D. 얄롬 지음, 최윤미 옮김 / 시그마프레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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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코미디인데 내가 35살 때 27살 여자애를 좋아하면서 나이 때문에 자괴감에 빠진 적이 있다. 그 때는 그녀가 그렇게 젊어보이고 내가 그렇게 나이들게 느껴졌었다. 우울해하면서 책상 한 쪽에 이렇에 낙서를 한 기억이 난다. "괜찮아, 그녀도 늙고 병들테니까"

 

실존이라는 단어는 왠지 거창하게 느껴진다. 저자는 스탠퍼드 교수 출신의 정신과의사로 자신이 겪은 상담사례를 우아하고 섬세하게 엮어낸다. 나무잎맥처럼 바른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이런 애기들이 구질구질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의 등장인물들에게 연민과 동질감이 느껴진다.(특히 35살 연하의 젊은이와 사랑에 빠진 할머니) 이제는 나 역시 어딘가가 뒤틀려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저자는 실존의 부조리를 두 개의 단어로 요약하는 것 같다.

"유한성과 우연성"

정말로 자신의 죽음을 가슴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상담사례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노화와 죽음을 외면하거나 과거의 한 점에 고착되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죽음을 올바로 직시할 때 역설적으로 삶이 풍성해 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어째서 나에게 이런 일이" 라고 한탄하지만, 사실 우주의 법칙의 본질은 "불공평"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읽다 보면 환자를 대하는  정신과의사들의 속마음이나 정신과치료가 진행되는 과정 등을 엿볼 수 있다. 얼마 전에 시끄러웠던 빌런 정신과 의사를 떠올리게 하는 케이스도 있는데 결말은 사뭇 다르다. 번역을 못한 것 같지는 않는데 원래 문장이 섬세해서인지 읽을 때는 약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우울할 때 읽어보면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질 것 같다. 책을 읽고 나은 다음에 가급적자주 되뇌이기로 했다.

 

"나는 언젠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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