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핵가족 붕괴에 대한 유쾌한 묵시록"  처음엔 영화 "기생충"에 관심이 없었는데 남산강학원 홈피에서 이 문구를 보고 별안간 호기심이 들어 관람했다. 포스터의 느낌은 엄청 그로테스크하고 엽기적이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한국적 유머"라는 느낌이 들었다. "플란다스의 개"의 잔혹업그레이드 성인버전이랄까.  봉준호의 관심은 처음부터 계급이 아니었을까 싶다. 플란다스의 개 개봉시 인터뷰에서 봉준호가 계급에 따라 개를 대하는 태도가 틀리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마 키노일 듯). 개의 항문에 쇠꼬치를 들이대는 장면에서 경악하는 사람은 샤방하게 차려입고 영화관 온 언니더라는 애기다. 플란다스의 개에서도 일방적인 악인은 없다. 집안에 기생하는 타인이라는 컨셉트는 에릭 파이의 "나가사키"라는 소설에서 먼저 나왔다. 마음에 남은 것은 송강호와 가족이 탁상 밑에 숨어 있을 때 이선균이 부인과 소파에서 관계하는 장면이었다. 감독은 왜 그 장면을 넣을 걸까. 부부관계는 사적인 장면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그걸 엿듣는다 라는 설정자체가 자극적이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봉준호 감독인데 단순히 관객을 자극하기 위해 쌈마이 같은 짓을 하진 않았을 테고, 내 나름 해석을 해 보자면, 아마 이 장면부터 송강호의 빡이 돌지 않았을까 싶다. 송강호와 윤여정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약간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는데 송강호는 아마 윤여정을 성적 상대로 느끼지 않았을까. 그런 감정이 흐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라이벌이 될 수 있는 이선균과 부인의 응응 장면을 함께 했으니 분명 자신이 수컷경쟁에서 진 듯한 패배감이 들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부부의 성관계장면은 자녀에게 들켜선 안 되는 금기장면이다. 이선균부부는 이 금기를 충실히 지키며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가족과 탁상 밑에 숨어있는 송강호는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 즉 그는 한 마리의 수컷으로서도,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도 패배한 것이다. 이선균이 퇴근하자 개들이 전부 그의 꽁무니를 쫓는 장면에서 드러나듯 그는 여느 중산층 가부장의 돈벌어다 주는 기계이미지가 아니라 집안을 장악하고 있는 확실한 가장이다. 이러한 이중의 패배감이 마지막 파국을 불러온 것 아닐까. 어쩌면 이 영화는 실패한 가부장에 관한 영화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송강호와 지하 거주자 모두 처음에는 알파 메일인 이선균과 일종의 브라더후드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 송강호는 첫 대면에서 “중년남성의 고독”운운 하고 지하거주자도 박사장님 감사합니다 하고 자기만의 세레모니를 한다. 하지만, 이선균이 송강호의 냄새를 말할 때 이선균은 송강호를 브라더후드로 받아들일 의사가 없음을 밝힌다. 마지막 아수라장에서 자기 딸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송강호는 차키를 달라는 이선균에 말에 차키를 꺼낸다. 차키를 넘기는 것이 자기 딸의 죽음을 의미하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이선균이 코를 싸매는 순간 다시 송강호는 이선균과의  브라더후드에 참여할 수 없음이 드러나고 그걸 확인한 송강호는 폭발한다.실패한 가부장은 진짜 가부장을 살해한다. 그리고, 송강호의 뒤를 이어 실패한 가부장이 될 그의 아들은 돈을 벌어서 아버지를 구출하겠다고 다짐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영화를 본 모든 관객이 알고 있다. 만약 이 영화가 불편하다면 마지막에 살해당한 이선균이 자본주의 한국사회에서 그렇게 잘못한 게 없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이선균이 차라리 송강호에게 "야 이 색히야 좀 씻고 다녀"라고 소리라도 질렀으면 송강호의 행동이 더 납득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말없이 코를 감싸쥐었을 뿐이고 냄새난다는 말도 송강호가 없는 줄 알고 한 말이었다. 누가 송강호가 자기 집 탁상 밑에 숨어있다고 상상했겠는가. 진정성없는 태도가 더 문제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한 번 생각해보자.  자신의 상관이 진정성있게 같이 회식하자고 할때 기뻐하며 동의하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이선균처럼 선을 확실히 정하고 룰을 지키면 약속된 대우는 보장하는 상관을 지금 신세대들은 선호하지 않나? 버스를 탄 냄새나는 노숙자를 피한 경험은 나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직 나는 차가 없지만, 아마 자차 소유자들 중 이선균같은 부자가 아니더라도 지하철 타본지 오래된 사람,꽤 될 걸? 돈 많아서 구김살 없이 사는 게 부러워할 일이지 폄하할 일은 아니다. 결국 감독의 시선은 송강호에게 가 있는데 우리의 경험은 오히려 이선균 쪽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뉴스룸장면에서도, 만약 뉴스룸에서 저 기사를 봤다면 송강호를 또라이사이코 정도로 여기며 무서운 세상 정도의 감상으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송강호의 시선을 쭉 따라온 관객은 평소에 자신이 하는 반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일종의 인지부조화에 빠지는 것이다. 근데 남산강학원 홈피처럼 이제 핵가족 붕괴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강사가 핵가족제도를 계속 공격했던 고미숙씬데 여기서 갈등의 단위가 가족인건 맞다. 이선균 가족, 송강호가족, 가정부 부부. 가족이 여기서 부각되는 장면은 가정부부부가 송강호가족을 벌세우며 아빠,엄마, 아들, 딸 이런식으로 호명하는 장면인데 음, 어떤 사회경제적 함의가 있는 걸까. 이 장면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가정부 부부인데 그 이유는 상대 역시 가족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엄마, 딸, 아들이라는 이유로 이들의 역할과 의미는 이미 만만한 상대로 고정되어 있다. 남산강학원 홈피 문구와 달리 영화가 그리 유쾌하진 않다. 극장에서 영화본게 정말 오랜만인데,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마지막 영화로 삼고 싶진 않다. 봉준호 입장에선 그냥 한번 만들어 본건데 알아서 칸에서 상 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 영화와 핵가족 붕괴가 어떤 관계인지 아시는 분께는 한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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