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거짓말 시인세계 시인선 25
임창아 지음 / 문학세계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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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거짓말』 , 임창아, 시인세계사, 2017 
 
‘거짓말을 어떻게 하기에 즐겁다는 걸까?’ ‘왜 즐겁다고 했지?’ 꽃분홍 표지를 하고 나에게 온 시집 『즐거운 거짓말』과의 첫 대면은 혼자서 상상하기다. 시인세계 당선작인 『어떤 일의 순서』로 시작하는 이 시집은 임창아 시인의 첫 시집이다. 남해에서 태어나 시인세계로 등단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오래전부터 시를 썼다. 이 시집 자체가 임창아다. 그렇게 말하고 싶다.   
 
1부 밀가루는 밀가루를 털어내기 바빴고, 2부 나를 함부로 탐독하지 마라, 3부 혼자, 라고 말하면, 4부 당신이 좋다면 그것으로 됐어요 총63편으로 구성된 시집이다. 즐거운 거짓말에는 평소 시인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듯한 시편이 있는가 하면 꽤나 낯선 시인의 모습을 마주한 듯한 느낌이 드는 시도 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해설을 쓴 장석주 시인은 『즐거운 거짓말』의 해설에서 임창아 시인을 과거지향적인 시인이라 언급했다. 미래는 예측불가한 삶이라 우리는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과거의 일부를 꺼내 그때그때 재활용한다. 시인 뿐만 아니라 대분이 그렇지 않을까? 이걸 쓰고 있는 나 역시도 과거를 재활용한다. 어느 날, 시집이 나온다고 얘기를 한 시인이 “내가 과거지향적인 시를 쓴다는 걸 처음 알았어.”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내 주특기는 사람 좋아하는 것이고/정 주는 것은 고질병이다/사랑이 아니길 바랐지만 끝내 사랑이 되어 버린 사람도 있다 -p76 「아주 사소한 병」 일부 
 
눈물이 많고 정이 많은 작가 자신을 한 연으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 고질병이라고 말 하지만 절대 치료하거나 고칠 생각이 없는 병이다. 본인이 환자도 의사도 되는 병. 그래서 작가가 환하게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하는 것이다. 주특기인 사람 좋아하는 것 때문에. 
 
내것 아닌 것은 항상 그리운 법/한 문장이 그리웠다/몸살나게 지독한 열병이었다 그러다가/
괜찮네, 라는 누군가의 한 마디에/나는 선택된 시가 되었다 -p123 「선택된 시」 일부 
 
제일 마지막 시편이다. 글이라고 쓴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글에서 표현의 한계에 대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것은 신인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썼다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한 편의 글이 쉽게 오지 않듯 한 번 내게로 온 글들은 선택되어 온 문장이다. 그래서 즐거운 거짓말의 시편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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