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특별한 여행
이종은 지음, 김예진 그림 / 노루궁뎅이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특별한 책을 한권 만났다.

하드 표지에 풍선타고 여행을 떠나는 할머니의 모습과 그 할머니를 배웅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담긴 표지 그림이다.

노루궁뎅이에서 이종은 작가의 작품이 그림책으로 출간되었는데  삶과 죽음을 동화로 풀어 주인공인 어린아이의  시각을 통해서 묘사되어 있다. 

흔히 죽음이라고 하면 장례식장의 무거운 분위기와 눈물로 며칠을 지내우는 걸 떠올리는데 이 그림으로 봐선 죽음을 또 하나의 여행으로 표현해서 그런지 몰라도 슬픔보다는 또 하나의 기다림으로 보인다.

 

물론 나 자신도 어린 시절 할머니와 보냈고 나이를 먹은 뒤 할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샛별이처럼 할머니를 기다린다는 자체가 없었다.

순수함을 잃고 살았다고나 할까?


 

할머니, 아빠, 엄마, 누나, 그리고 샛별이 함께 사는 집.

모두가 할머니를 좋아하고 따르는 집이다. 가족간에 아주 화목한 집이다.

그런 집에서 어느 날부터인가 할머니가 번데기처럼 거실 쇼파에 누워있고 하나, 둘 잊어버리기도 하고 평소 하시던 일을 뒤로 미루기도 한다.

할머니에게 일상이 점점 버거운 일이 된 것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가족 모두 할머니를 그리워 한다

함께 했던 시간 안에서 기억으로만 남은 할머니는 그리움의 대상이다.

모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할머니를 그리워한다.

 

할머니 없는 빈 집.

같이 살던 집에서 누군가 한사람이라도 빠지면 집이 텅 빈 절간 같은 느낌이 드는 건 경험들 해봤을 것이다.

2박3일 짧은 여행에서도 그런 걸 느끼는데 영영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실감하게 되면 그 상실감은 참 크다.

모든 것은 그 그대로인데 오직 한 사람만 없다는 것.

그걸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참 오래 걸린다.

 

 

샛별이는 기다리기로 한다.

백일 뒤에 웃으며 돌아오실 할머니를 .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자기만의 할 일을 씩씩하게 해가면서 그리고 할머니가 무사히 건강하게 돌아오시도록 기도하는 것도 잊지 않고

할머니를 기다린다.

 

그러는 중에 할머니를 꿈에서 만난다

편찮으시던 할머니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계셨다.

수영도 잘 하고 달리기도 잘 하고 거기다가 할머니의 얼굴은 아주 행복한 얼굴을 하고 계신다.

 

드디어 샛별이의 기도 덕분인지 할머니가 길을 나섰다.

지도와 노란우산을 들고서 샛별을 보기 위해 오셨다.

 

 

샛별이와 할머니는 오랫만에 만나 기쁨을 나눈다.

그러면서 새로운 약속을 하게 된다.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주는 약속.

할머니의 세상 구경에 샛별이가 아무 말 않고 들어주는 것이다. 오히려 날개를 달아준다.

샛별이가 잠에서 깨어 났을 때 창 밖에는 새들이 날아가고 있었다.

샛별이는 그 새를 할머니라고 굳게 믿었다. 자신이 달아준 날개를 달고 여행을 떠나는 할머니를 배웅해 주는 것이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생일 날이다.

맛있는 음식으로 할머니를 기억하는 가족들.

샛별이가 부쩍 자랐다. 꿈에서의 약속을 입 밖으로 내면 안 될까 봐 꼭 삼키면서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킨다.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걸로

그러면서 샛별이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할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삶과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로 시작하는 동화지만 읽고 나면 이 땅에서 할머니와 함께 하는 아이들에게는 유대감을 계속 이어가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 같다.

단절이라는 느낌이 아닌 지속적인 소통, 그리움, 기다림.

이런 것이라면 아이들도 충격이 덜 하지 않겠나 싶다.

다만 오줌을 자고 싸고 하던 샛별이가 할머니가 돌아가시자마자 저렇게 스스로 뭐든 알아서 하는 의젓한 아이로 변했다는 것이 좀 급작스럽지 않나 싶다. 저 나이대에 어른들의 뒤뜸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스스로 저런 대견한 생각을 하고 시도한다는 게 가능할까?

주위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자세가 어른보다 더 현명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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