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우리가 보호해야 할 것들

비버 가족의 재회 ㅣ 빨간우체통 2
패트릭 왓슨 지음, 트레이시 톰슨 그림, 윤희순 옮김 / 박물관 / 2008년 2월

엄마는 없었지만 할머니, 아버지 비버와 행복하게 사는 아흐멕이 이란 비버가 있었다. 비버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댐을 만들고 그곳에다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등 비버 안에 스스로 태어나면서 부터 가지고 태어난 기술이 있다. 평화롭게 살던 비버네 가족들에게 사람 냄새가 댐근처에서 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착하게 보인 탐이란 사람이 나타나 과일도 얻어먹고 그 사람과 제법 친하게 지냈지만 밀렵꿈이  나타나면서 부터 아흐멕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이때부터 혼자 살아가는 아흐멕의 모습을 이 책에선 잘 그려내고 있다. 어린 아흐멕...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자식 혼자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애가 탈까? 요즘 같이 신문의 사회면이 어지러울 때... 어른인 내게도 엄마가 늘 전화를 해서 "빨리 들어가라, 늦게 다니지 마라." 당부의 말을 늘어 놓으신다. 그런데 한참 위험한 상황에서 헤어지게 된 비버 가족은 비버들에게 있어 자신들의 환경을 파괴하고 심지어 자신들을 몰래 잡아가는 밀렵꾼은 결코 반갑지 않았다.   혼자 남쪽으로 남쪽으로 길을 떠나는 아흐멕은 무드지이카위스를 만나고 늙은 사향쥐 와흐주스크를 만나고, 크웨젠흐스를 만나고, 테스를 만났다. 사향쥐와 와흐주스크가 부부가 되고 아흐멕과 크웨젠흐스가 부부가 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지만 그들은 이웃해서 살며 서로 외롭지 않게 도와가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자식들이   태어나고 보니 마음 속에 잊혀지지 않던 가족들 생각이 아흐멕에게 간절해졌다. 가족... 멀리 떨어져 있어도 늘 그리운 것이 가족이다. 피를 나눈다는 것이 아마도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사람만이 아닌 동물들에게도 가끔 사람보다 더한 모정이나 부정이 있는 걸 다큐멘터리를 통해 본 적이 있다.   비버도 자신의 가족을 찾기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3일 걸려 도착한 곳에서 제일 처음 살았던 댐을 발견하고 보수하는 가 하면 비상통로도 새로이 정비하고 친절한 아저씨와 처음 만났던 곳도 살펴보고 있는데 친구 수달을 만나게 되었다. 비버와 수달을 천적이지만 아이들의 경우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것처럼 어린 수달과 비버도 친구였다. 수달이 깜짝 놀랄만한 친구를 데려오겠다고 말하고  떠난 뒤... 다음 날.. 어디로 갔는지 행방조차 알 수 없었던 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주 오래 전에 죽었다까지 생각한 엄마 비버까지 아흐멕 앞에 나타났다. 믿기 어려운 현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새로 만난 가족들은 많이 성숙해 있었다. 어리던 아흐멕은 아빠가 되어 있었고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는 아젓한 가장이었다. 더불어 친구 사향쥐와의 우정도 잊지 않는 의리파다. 화가 탐 톤슨의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 있는 그는 실존 인물이라 한다. 그림을 그리고 밀렵꾼에 맞서고 하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이 책에선 탐이 연못에서 죽어 있는 모습을 봤다고 아흐멕에게 전해 주는 말이  나온다.   밀렵꾼은 아흐멕의 가족이 커다란 나무를 쓰러뜨려 쫓아보내는 걸로 나오는데 자신들의 안전을 자신들 스스로 지키는 설정은 말이 되긴 하지만 비버에게 쫓기는 밀렵꾼... 좀 억지스런 면도 없지 않아 있다. 다만 비버에게 쫓겨가지 않고 사람들 스스로가 지켜줘야 할 건 지켜주고 하는 신사다운 모습을 보여줬다면 더 좋았을 걸 싶다. 환경은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다. 어떻게 지키고 보호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해를 줄지 이득을 줄지 그들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겸손해야 할 건 지구상에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