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낯설지 않은 바닷가 한 지명이다.
내 고향도 7번 국도를 따라 가다 보면 있어서 그런지 그 국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지점에 있는 구룡포 바다를 나 또한 몇 번은 갔었다. 잔잔하면서 눈이 부시도록 푸른 바다가 반겨주고 멀지 않은 위치에 등대도 있어 아이들과 나들이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바다가 구룡포다 보니 괜히 반갑다.
요즘엔 사별이건 이혼이건 간에 한 부모 가정이 많다.
그 가정에서 새로이 한 사람을 받아들이는 일은 필요하면서도 어렵다. 그간 긴밀하게 가족간에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던 사람들이 새로 가족을 받아들이게 되면 아무래도 그 틈이 얼마간은 흩트러지기 때문이다.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고 한 다빈 엄마의 이야기가 내용중에 나오지만 그 마음의 눈은 오랜 시간이 지나 욕심을 놓아버린 다음에야 떠질까... 현대사회에선 대부분 자기자신이 중심이다 보니 나의 자리에 대한 집착이 강한 것 같다.
엄마 잃은 소녀 다빈이가 새엄마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오는 외로움을 할머니가 계신 구룡포에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돌아가신 엄마의 흔적을 바다에서 발견하게 되는데 새엄마였던 할머니가 본인이 낳지 않았던 4명의 고모들까지도 잘 기른 걸 보고 또 할머니가 골고루 나눠주기 위해 또아리를 틀어놓은 미역타래를 보고 다빈이는 할머니는 미역만 골고루 주시는 게 아니라 그 사랑까지도 자신이 낳은 자식과 낳지 않은 자식들에게까지 골고루 주신다는 걸을 알게 된다.
사실을 근거로 이 동화가 쓰여진 것으로 아는데 요즘같으면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요즘이야 자식도 이만큼 없지만 물불가리지 않는 사랑이라 해도 자신의 굳이 힘든 길을 선택하려는 사람이 없다보니 대단한 삶을 산 할머니다 싶다.
사람이 사람에 의지하는 경우도 많지만 할머니의 경우엔 바다에 의지하고 산다.
바다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있고, 며느리가 있고, 9남매 훌륭하게 키워낸 삶의 터전이다 보니 바다가 곧 할머니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제목이 엄마의 바다...라기 보다 할머니의 바다..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처음 이야기의 시작은 화자가 할머니였는데 뒤에 가서는 다빈이도 화자가 되기도 하고 해서 시점이 전지적 작가시점인가?
집을 떠나 할머니와 머무르면서 엄마를 느끼고 할머니의 모습을 새로 보게 된 다빈이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엄마가 이야기한 마음의 눈으로 새엄마와 좋은 시간을 나눠 갖었으면 한다. 사실 방황을 많이 할 수록 손해나는 건 자신이라는 걸 그 당시는 모르니까...
모두가 넓은 바다 하나씩 마음에 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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