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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 짜! 짜!
김현서 지음, 김슬기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평점 :
『짜! 짜! 짜!』 /김현서 동시집 /창비 / 2023년
김현서 시인이 『짜! 짜! 짜!』라는 제목의 동시집을 출간했다. 제목을 처음 대했을 때 노래일까? 음식의 짠맛일까? 이런저런 궁금증이 일었는데 유쾌한 동시집인 건 틀림없다. 삽화의 풍성한 색감과 동시 한 편 한 편에 등장하는 화자가 엉뚱하면서도 발랄해 재미있다. 작가의 상상력이 독자에게 전가되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김현서 시인은 1996년 《현대시사상》 가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1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시와 동시를 함께 쓰고 있다. 동시집 『수탉 몬다의 여행』, 청소년 시집 『탐정동아리 사건일지』, 『숨겨 둔 말』, 시집 『코르셋을 입은 거울』, 『나는 커서』 등이 있다.
악어들이
누구 이빨이 가장 센지
늪에 모여 회의를 했다
취재 나온 기자 셋이
회의에서 나온 말을
신문 기사로 썼다
한 명은 ‘악어는 눈물이 많다’라고 썼고
한 명은 ‘가죽을 기부한 착한 악어’라고 썼고
한 명은 ‘무시무시한 악어를 조심하라’고 썼다
-「악어들의 회의」 전문 (18쪽)
이 짧은 동시에 사회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마치 미디어를 통해 사건을 소개하는 것 같다. 하나의 사물이든 사람이든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각각 다르고 어떤 이는 분개하는 일에 어떤 이는 우호적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본 척 만 척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듯 물러서 있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같은 관점은 아니라 다행인 것은 맞는데 서로의 목소리만 크게 주장하다 보니 결과까지는 멀어 보인다. 마치 정치판처럼.
짜! 짜! 짜!
노래를 부르며
할머니가 요리를 하신다
조물조물 짜! 짜! 짜!
할머니가 무친
시금치나물
보글보글 짜! 짜! 짜!
할머니가 끓여 준
된장찌개
짜! 짜! 짜!
짜도 맛있다
-「짜! 짜! 짜!」 전문 (29쪽)
표제작 「짜! 짜! 짜!」다. 나이가 들면 우리 혀에서 맛을 느끼는 감각이 둔해진다고 한다. 맛을 느끼는 미뢰의 수가 젊었을 때보다 나이 들었을 때 확 줄어든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많은 노인이 나트륨 과다섭취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 시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짜! 짜! 짜! 라고 외쳐도 엄마가 무쳐준 시금치나물, 엄마 끓여준 된장찌개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다시는 먹을 수 없기에.
뽕나무 나라의 왕을 뽑기로 했다
흑염소가 후보로 나왔다
후보가 된 흑염소는
요술을 부린 것처럼 얌전해졌다
젊은 뽕나무를 위해 거름을 주고
늙은 뽕나무에게는 물을 주겠다고 했다
그걸 진짜로 믿은 뽕나무들은
흑염소를 왕으로 뽑았다
왕이 된 흑염소는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며
뽕나무 이파리를 마구 뜯어 먹었다
-「왕이 된 흑염소」 전문 (87쪽)
우리의 선거판을 보는 듯 하다. 흑염소 같은 이를 왕으로 뽑지 않으려면 뽕나무도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무조건 맹목적으로 믿어서도 안 되고 나라 전체의 발전을 위해 옳고 그른 것을 가려낼 줄 알아야 한다.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 중에는 더러 무서울 게 없는 완장을 찬 것처럼 행동하는 이도 있다. 요즘 광고 중에 “팩트 체크 하셨습니까?”라는 광고가 있다. 팩트 체크 잘 해서 나, 우리, 우리의 후세까지 도움이 되는 그런 일꾼을 뽑아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짜! 짜! 짜!』에는 돌아온 수탉 몬다를 비롯해서 개구리, 개미, 달팽이, 악어, 메뚜기 등 다양한 화자가 등장한다. 이런 화자를 통해 독자를 유쾌하고 조금은 엉뚱한 동시의 세계로 이끄는 김현서 시인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