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둥지엔 왜 지붕이 없을까 브로콜리숲 동시집 40
권영욱 지음, 나다정 그림 / 브로콜리숲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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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둥지엔 왜 지붕이 없을까/ 권영욱/ 브로콜리숲/ 2023

 

바깥 외출이 줄어든 요즘 책 읽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내용이 많은 책이 읽기 힘들다면 동시를 읽는 것도 방법이다.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저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또는 자신만의 추리로 저자의 의도를 읽어내고 자신의 이야기와 연결해 새로운 동시를 구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재미있다.

권영욱 시에 나다정의 삽화를 입혀 출간된 새 둥지엔 왜 지붕이 없을까는 동시집이면서 천일야화처럼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오는 느낌이다. 그만큼 시인은 독자 몫으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두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따스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삽화도 동시집을 손에서 놓지 않게 한다.

권영욱 시인은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PEN문학 시인상,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수상하면서 활동을 시작해 대구문화재단,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동시집 웃음보 터진다(공저), 구름버스 타기(공저), 불씨를 얻다가 있다.

 

빌딩 굴뚝/ 공장 굴뚝/ 멀리 보이는 발전소 굴뚝// 굴뚝새/ 깃들지 못해도/ 높고 높아야 한단다// 굴뚝새보다/ 굴뚝 바로 아래 사는/ 사람들로부터// 나쁜 연기를/ / 다른 동네로 보낼 수 있어야// 보다/ / 좋은 굴뚝으로 우러러본단다// - 좋은 굴뚝전문

 

TV 퀴즈프로에서/ 마지막 도전 문제를 맞힌 학생이// 새벽에/ 우유배달을 하고/ 저녁에/ 피자배달했다고 했어// 진행자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겠냐고 했더니// 어려운 가정형편/ 덕분에/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힘을 키웠다며// 엄마 아빠 동생들 모두 사랑해!/ 하며/ 골든벨을 울리는 거야// - 덕분에전문

 

좋은 굴뚝에는 빈부의 차이, 지역 이기주의 같은 말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요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고 덕분에는 어려운 형편이지만 바르게 잘 자란 학생, 감사할 줄 알고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학생이 있다는 건 그래도 우리 사회가 밝고 건강하다는 뜻이다. 또한,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시가 될 소재를 잘 포착한 시의 밝은 눈도 눈에 띈다.

 

새들은/ 누가 낳은 알이든// 묻지 않고/ 품는다// 오목눈이는/ 제 알 밀어내고 낳은// 뻐꾸기알도/ 품어// 둥지를/ 떠날 때까지 키운다// ‘낳은 엄마’/ ‘기른 엄마라는 말// 새들에게 없다/ 새들은 둥그런 알을 낳는다// - 새들은 알을 낳는다전문

 

새끼들/ 눈 뜨자마자// 높고/ 넓은 하늘// 마음껏/ 꿈꾸라고// 하늘/ 활짝 열어두었다// / 바람// 막아주는/ 지붕 대신// 엄마 아빠/ 따뜻한 체온// 나누고 싶어/ 새 둥지엔 지붕이 없다// - 새 둥지엔 왜 지붕이 없을까전문

 

위의 두 편은 새를 소재로 쓴 동시다. 오목눈이를 통해 조건 없이 품는 게 잘 안 되는 사람이 낳은 자식기른 자식차별하는 것에 대해 에둘러 반성하게도 한다. 이럴 때는 새들의 세상이 단순하면서도 따듯해 보인다. 둥지에 지붕이 없는 이유를 체온을 나누고 싶어서라고 말하는데 비바람보다는 맞으면서 체온을 나누고 사는 게 훨씬 유대감이 생길 것도 같다. 어쩌면 제각각 자신의 방에 들어앉아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사람은 서로의 체온을 나누고 살지 않아 까칠해지는 걸까?

 

권영욱 시인은 따듯한 마음을 지닌 시인이다. 세상을 보는 눈으로 시가 될 소재를 낚아채 와서 동시집에 펼쳐 보인 걸 보니 더욱 그 생각이 굳어진다. 어려운 이웃을 보는 눈, 작고 여린 꽃, , 동물, , 단풍, 파꽃 등에 일일이 눈길을 주며 시상을 펼쳤다. 대부분의 시가 장시가 많은데 짧은 시가 많은 요즘 이렇게 긴 시를 쓴다는 것도 누군가는 전통 동시를 이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든든한 생각도 든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이런 문장이 있다. “만약 내가 시인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이 무슨 대답을 할지 같이 생각해 주세요. 그들은 이야기 속에서 찾아봐하고 대답하겠지요. 이미 시인들은 보물 사이를 헤매는 많은 부자들보다 이야기 속에서 더 많은 빵을 찾았습니다. 시인들은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그와 반대로 더 많은 빵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던 곳에서는 그 노력이 수포가 되고 말았지요.”

 

권영욱 시인의 동시집 새 둥지엔 왜 지붕이 없을까를 차근차근 읽어보면 동시집에 실린 동시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고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세한 이야기와 생각은 동시집에서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읽을 때마다 다른 이야기와 생각이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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