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 바람을 가르다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박소명 지음, 한수언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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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 바람을 가르다/ 박소명/ 단비어린이/ 2021

가야금으로 지켜낸 우리의 정신

 

며칠 전 국악협회 정기연주회에 다녀왔다. 가야금, 아쟁, 큰북, 작은북 등 여러 악기가 나왔고 조금 생소한 악기들도 있었다. 그 공연을 보고 들을 때 든 생각이 참 편안하다는 느낌이 줄곧 들었는데 아무래도 우리 정서에 맞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우리 것을 지킨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일이 다수가 하지 않아 희소성이 있는 일이라면 더 힘든 일이다. 어쩌면 사라질지도 모르는 것을 자신으로 인해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박소명 작가의 오현, 바람을 가르다는 우리 것을 지키는 한 소년의 이야기다. , 칼만이 나라를 지키고 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이 알려준다. 이 세상이 잘 돌아가는 것도 각자 자신의 맡은 일을 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한 곳에서라도 빈틈이 생기면 당장 무게 중심이 기울어지기 때문에 시장에는 혼란이 생긴다. 가야금으로 우리의 정신을 지켜낸 오현의 삶을 좀 더 자세히 보자.

 

이제부터 고토를 연주하라는 명령이오.”

조선인이 왜 일본 악기를 연주한단 말이오.” (38)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은 조선을 정신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창씨개명은 물론이고 우리 말, 우리 글, 우리 악기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 보아라. 가야금 위가 이렇게 둥근 것은 하늘을 나타내서야. 평평한 아래는 땅이지. 위판가 밑판의 비어 있는 공간은 하늘과 땅 사이란다. 12줄 현과 12개 안족은 일 년 열두 달을 뜻하지. 안족 높이가 3치인 것은 천(), (), (), 6자 길이는 율수를 나타낸 것이야. 조상들은 어느 것 하나 그냥 만들지 않았어.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연주하는 게 바로 가야금이다. 앞으로는 너희 둘 다 가야금을 타게 할 것이다. 알겠느냐?” (80)


가야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는데 이 부분에서 가야금에 대해 살짝 알게 됐다. 우리의 옛것은 어느 것 하나 자연의 이치를 따지지 않은 게 없다. 그러니 자연의 일부인 사람마저도 자연의 일부인 악기와 하나가 되어야만 더 잘 탈 수 있는 거겠지.

 

힘들었겠지. 조금만 기다려 주렴. 사람마다 가야 할 때가 있고 가야 할 길이 있단다. 넌 이곳에 남아서 내가 못 다한 일을 해 주렴.”

아버지는 윗목에 있는 낡은 가야금을 가리켰다. (129)

 

독립운동 하는 아버지는 어린 오현에게 가야금 만드는 일로 나라를 지켜달라고 당부한다. 지금 우리 나이로는 오현도 어린 나이인데, 저렇게 당부를 하고 가야만 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라를 잃는 백성이 삶이 편할 리야 없겠지만 그럼에도 독자들은 짠하다.

 

우륵 선생님이 악기를 만들 나무를 구하러 다니다 우연히 오동나무를 발견했지. 나도 우륵 선생님처럼 좋은 나무를 찾는단다. 음악이란 사람의 영혼을 닦아 주는 바람과도 같고 깨끗한 물과도 같지. 그러니 좋은 악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 가야금은 우리 민족의 혼을 담은 악기니 더더욱 좋은 오동나무를 써야 하느니라. 오동나무는 천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소리를 지니고 있어서야. 아무리 비바람이 쳐도 오동나무는 오동나무 성질을 버리지 않듯, 아무리 조선을 탄압해도 조선은 바뀌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오동나무의 본성에서 조선의 정신을 읽는다. 그 오동나무로 가야금을 만드니 가야금 만드는 일은 곧 나라를 지키는 일이다. 일제가 아무리 빼앗아 간들 우리 것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은 쉽게 모든 걸 없앨 수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독립을 했고 지금 국악기로 연주하는 연주회도 갈 수가 있는 것이다. 오현 같은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이 책을 쓴 박소명 작가는 시와 동시를 쓰다가 광주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동화도 쓰고 있다. 오늘의 동시문학상, 황금펜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KBS창작동요제 우수상을 수상했고, '삼성전자 캠퍼스 사계' 시와 군포의 사계' 합창곡을 썼다. 동시집 뽀뽀보다 센 것, 올래야 오름아 바다야, 꿀벌 우체부외 여러 군이 있고 동화 흑룡만리, 엄마에게 점수를 줄 거야외 여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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