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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끼가 배꼽 빠질라 ㅣ 사투리 동시집
박해경 지음, 박미나 그림 / 책내음 / 2021년 8월
평점 :
『우끼가 배꼽 빠질라』/ 박해경 시, 박미나 그림/ 책내음/ 2021

재미난 사투리 동시
제목이 한껏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얼마나 웃길래나? 하고.
전에 읽은 두레 밥상 내 얼굴은 생각이 깊이 하게 동시집이었고 하늘만침 땅만침을 울산 사투리 동시집이었는데 이번에 나온 우끼가 배꼽 빠질라도 울산 사투리 동시집이다. 같은 소재로 2권을 내기가 힘든데 이것도 작가의 저력이 아닐까. 이 시집 역시도 사투리만 부각한 것이 아니라 사투리를 시에 적절히 녹여내 시를 훨씬 깊이 있게 한다.
울산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살고 있다는 박해경 시인은 2014년 아동문예 동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창작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딱! 걸렸어』, 『두레 밥상 내 얼굴』, 『하늘만침 땅만침』, 『우끼가 배꼽 빠질라』를 출간했다. 2021년 한국안데르상 창작동시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동시를 읽으면서 아는 사투리도 있었지만 모르는 사투리도 꽤나 있다. 같은 경상도라도 경상남도와 경상북도가 다르고 경북이나 경남도 각 지역마다 조금씩 사용하는 사투리도 달라 그런가 보다.
우리 할머니
옛날 이바구에는
언제나 똥오줌 잘 싸는
도깨비가 주인공.
우리 엄마
이바구에는 언제나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엄마 친구 아들이 주인공.
*이바구: 이야기
「이바구」 전문 20쪽
이 세상 많은 엄마가 실수하는 부분이긴 한데 알면서도 그 실수를 무한 반복한다. 내 아이도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앞서서 자극을 받으면 나아질까 싶어서. 이런 이바구는 아이한테 오히려 반감만 갖게 하는데 말이다.
오래된 버들나무 한 그루 쓰러져 우듬지가 물속으로 들어가 있어요.
지나가는 사람마다
-자르지 왜 저렇게 두는지
-보기 싫다 베어 버리지
한 마디씩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버들나무
_제 우듬지에는
물새가 알을 품는 둥지가 있고요. 다슬기가 알을 낳아 놓기도 하지요. 가물치에게 쫓기던 송사리가 숨기도 하고요. 선바위에서 힘차게 내려오던 큰 물줄기도 제 품 안에서 잠깐 숨 고르기를 해요. 왜가리는 잡아 온 물고기 어떠냐며 보여 주기도 하고 청둥오리 가족이 쉬어 가기도 해요. 연어떼 까마귀 떼 언제 찾아오는지, 백로는 언제 알을 낳는지 다 알고 있어요. 헤엄치며 노는 수달에게는 제가 아주 좋은 놀이터이지요.
이래도
저를 자를 수 있겠어요?
*버들나무: 버드나무
「버들나무 우듬지」 전문 56쪽

2021년 한국안데르상 창작동시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다. 동시를 읽으니 버들나무 절대 자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동시는 이렇게 창작자의 손을 거쳐 많은 독자에게 생태계의 중요성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