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2초만 시 읽는 어린이 118
윤형주 지음, 한수희 그림 / 청개구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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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스해지는 동시

딱, 2초만/윤형주/청개구리/2020

 

동시를 읽는 시간만큼은 행복하다. 크고 작은 일은 잠시 밀어두고 마음이 따스해지는 글에서 마음의 위안을 받다보면 스트레스를 받던 일도 어느 사이 조금은 덜어낸 듯 가벼워지곤 한다. 차분하게 읽히는 동시집 한 권을 만났다.

이 동시집을 낸 윤형주 시인은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2015년 전북여성백장일 시 부문 차상을 받았고, 201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에 당선되었다. 2020년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꿈나라에서/ 놓아주지 않은 걸 어떡해// 그 나라에선/ 내 인기가/ 만점이라서// 조금만/더 놀자고/ 사정을 하는 거야// 늦잠 자는 이유 (34쪽)

 

늦잠을 자는 이유는 많다. 여러 가지 이유 중에 달콤한 꿈을 꿀 경우에 누가 깨우면 그때만큼 아쉽고 서운한 일도 없다. 꿈속 인기 때문에 늦잠을 잔다는 당돌한 이유가 재밌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힘센 사람이/ 이긴다고?// 우리 엄마/ 눈빛 한 방이면/ 그만인 것을// 동생 울음도 뚝/ 아빠 TV도 뚝// 누가 그래(42쪽)

 

집안 풍경을 재미있게 그린 동시다. 때로는 목소리보다 침묵이 더 무서울 때가 있고, 째려 보는 눈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엄마인 경우가 많다.

 

일어나려고 했어요./ 엄마가 깨우기 전에// 학교 가려고 했어요./ 엄마가 말하기 전에// 밥 먹으려고 했어요./ 엄마가 부르기 전에// 공부하려고 했어요./ 엄마가 시키기 전에// 엄만, 항상/ 저보다 1초가 빨라요./ 1초만 기다려 주면 안 될까요?// 딱, 2초만./ 그럼 제가 엄마보다/ 1초 더 빠르겠죠?/ 저도 잘할 수 있어요.//

 

이 동시집의 표제작인 딱, 2초만은 자신의 행동보다 먼저 엄마가 이야기 하는 바람에 기운 빠지는 아이 이야기다. 그럴 경우 엄마의 말은 잔소리처럼 되고 아이는 아이대로 자책도 하며 엄마의 잔소리에 점점 스트레스를 받는 게 반복된다. 사실 믿고 기다려주는 것 쉬운 것 같지만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동시 속 아이는 엄마에게 딱 1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럼 자신이 1초 더 빠를 수 있을 거라고. 아이도 생각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시다. 모두가 이렇게 커 가는 모양이다. 마음이 따스하고 참한 아이 한 명을 동시집에서 만난 기분이다. 아마도 저자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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