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보는 내내 미소가 멈추지 않았던 영화다. 이렇게 청량하고 맑고 깨끗한 포카리 스웨트 광고 같은 첫사랑 이야기를 어쩌면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너무 잘 만들고, 잘 만들려고 했던 영화만 봐서 그런지 자꾸 보면서 의도치 않게 분석을 하게 되었는데, 고백의 역사는 오랜만에 예전 덕선이를 볼 때처럼 기분 좋았다.
덮어 놓고 친구 일이라면 달려드는, 귀에서 피를 내게 하는 백성래와 이상한 삼인방 친구들도, 사진기사 아빠도, 츤데레 담탱이도 보는 동안 흐뭇했다.
근 몇 년 동안 학교에 관한 영화나 시리즈는 전부 살벌한 학폭 이야기였다. 학폭 빌런들을 끝장내는 이야기가 재미있었지만 그게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였다.
고등학교 클럽 활동에서, 또 군대에서 많이 맞았지만 사람을 한 번도 때려 본 적이 없는 나는 빌런들을 때리는 액션이 좋으면서도 이상하게 그런 장면이 꽤나 스트레스다.
폭력이라는 것에 미학이 입혀지면 마땅한 것처럼 흡수한다. 학교, 학생들의 이야기가 몇 년 동안 그랬다.
그러다가 보게 된 고백의 역사는 맑고 깨끗한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기분이었다. 초반 박세리가 고인돌을 만나는 장면부터 너무 재미있다.
둘 다 한 톤 낮춰, 오늘 좀 빗었네? 응, 오늘 숨 좀 죽있다. 부터 계속 재미있다.
손해교, 정지현 같은 깨알 같은 이름도 재미있고, 경상도 서울 사투리도 듣기 좋았다. 야, 한윤석? 이렇게 부르는 건 경상남도 권에서 고등학생이 친구를 부를 때, 딱 그렇다.
어? 할 만한 카메오도 재미있었다. 왜 우일이 형 이야기는 안 하냐고.
악성 곱슬머리의 고마세리가 바로 옆의 한윤석에게 다가가는데 꼬박 1년이 걸린 이야기 [고백의 역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