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데스티네이션 1, 2, 3, 4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더 하찮게 여기는 영화 시리즈. 이게 말이 돼?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시리즈는 말이 안 될수록 재미있는 거다. 말이 돼?라는 말을 하려면 현실적인 영화에서 말이 안 되게 이야기를 끌어갈 때나 어울린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을 다시 보니 꽤나 재미있다. 정해져 있는 죽음, 그 죽음의 징조가 보이는 주인공들, 그 죽음을 피해 가려는 이야기. 주인공도 죽음의 징조에 불안하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도 하나씩 죽음이 다가오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불안하다. 저게 확 날아가서 목을 떼 버릴지 어떻게 할지 상상이 가는 게 이 영화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불안하면서 짜릿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각 편마다 당시 떠오르는 샛별들이 주인공을 맡았다. 1편의 주인공만 심하게 못 뜨고 2편의 주인공 에이제이 쿡은 최근까지 다니엘 헤니와 함께 인기 졸라 많은 뭐지? 범죄 수사극 같이 했고, 3편의 주인공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는 지금은 너무 유명해졌고, 4편의 샨텔 반샌튼은 미드에 죽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의 필모는 더 보이즈에서 홈랜드의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들놈도. 암튼 전부 초기의 파릇파릇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전부 비슷한 구조다. 주인공이 본 환상대로 죽음의 사고가 터진다. 회를 거듭할수록 죽는 장면도 점점 잔인하고 고어스러워진다. 마음에 든다. 죽음이라는 게 다가오는 징조가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병맛스러운 실수가 죽음으로 몰고 가기도 하기 때문에 이 시리즈는 재미있다.
2편에서 도로에서 사고가 터질 때 브레이크 밟는 곳에 생수가 껴서 브레이크가 밟히지 않는 건 현실에서도 가끔 일어나서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곳에 나오기도 했다. 물이 떨어져 감전을 일으킨다거나 하는 실수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기도 하는데
이 시리즈는 그걸 아주 교묘하게 이용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그래서 재미있다. 시리즈 모두 재미있는 건 아니고.
이 시리즈의 특징은 미국에 낡은 물건이나 건물이 너무 많아서 꼭 그게 불안하게 한다. 천장의 등이 불안하고, 콘센트가 볼안하고, 수도가 불안하고, 의자도 불안하다. 다 오래되어서 불안불안하다.
아무튼 이 시리즈에서 사람 목숨은 파리 목숨이다. 아주 기가 막히게 간단하게 파리채에 당하는 파리처럼 죽음을 맞이한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교훈이 뭐냐. 팬티는 항상 비싼 거 입고 다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