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바다에 매일 나오다 보면 갈매기들을 늘 볼 수 있어. 그런데 바다에 나왔는데 갈매기들이 한 마리도 없는 날이 있어. 마치 갈매기들이 [우리 바다에 나가지 말자] 라며 담합으로 농성을 하는 파업자처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날이 있어. 한 마리쯤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늘 생각은 빗나가고 말아.


생각이라는 건 언제나 빗나가는 것 같아. 내가 하는 생각이란 그래. 언제부터인지 바다에 갈매기보다 비둘기나 까마귀가 더 보이기 시작했어. 비둘기가 귀엽게 모여 있다면 까마귀들은 무서운 얼굴을 하고 바닷가를 점령해 버리고 말아.


비가 내리고 난 후 지저분해진 바닷가에 모여서 크악 크악 공격적인 소리를 내며 인간이 버려놓은 음식 찌꺼기를 먹으려고 날개를 펼치고 서로를 노려봐. 까마귀들은 저들의 공간에서 어쩌다가 바닷가까지 와서 공격적인 모습으로 도로 위의 버려진 음식 쓰레기를 쪼고 있는 걸까.


까마귀들을 보고 있으면 내 감정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어. 세상에는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은 거 같아.


까마귀들이 먹이 때문에 생존을 위해 날개를 펴 크악 크악 거리는 모습은 글쎄, 조금은 괴로워. 사실 이런 종류의 괴로움은 육개장을 먹고 나면 약간 남아있는 국물처럼 늘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어.


조금 괴롭다는 말은 정말 괴롭지 않다는 말일지도 몰라. 정말 괴롭지 않음은 늘 괴롭다는 말과도 같을까. 손을 뻗을 수 있는 곳이면 언제나 괴로움이 침잠해 있어.


꿈에서마저 까마귀들이 나와. 여긴 우리 자리야 이제 넌 다른 곳으로 가버려. 라며 까마귀들이 바다에서 나를 쫓아내려고 해. 나는 싫다고 해야 하지만 입이 벌어지지 않아. 그때 트럭이 까마귀들을 밟고 지나가 버려.


도로에 쩍 붙어 까마귀를 나는 토를 참아가며 떼어내고 있는데 그 소리가 소름 끼쳐. 적요한 흙구덩이 속에 들러붙어있던 내 신경줄을 억지로 뜯어내는 소리 같거든. 이런 꿈은 마음이 불편해. 불편한 이면에는 소름이 눈을 홉뜬 채 나를 노려보고 있어.


상처가 아물기 전에 딱지를 떼어 버리고 난 다음을 후회할지라도 속살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처럼 소름 돋는 소리 지만 나는 신경줄을 억지로 뜯어내는 거지.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한정적이야. 겁을 집어먹는 것과 지금까지 해 오던 짓을 지치지 않고 계속해야만 한다고 내가 나에게 꾸짖고 소리 지르는 것. 겁이 나고 무섭지만 입으로 무섭다고 할 수 없는 이상한 어른이 이미 되어 버렸어.


콤플렉스를 표현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을 합리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일지도 몰라. 세상이 불합리적으로 모순인데 합리적으로 비합리를 설명해야 한다는 게 그게 너무 이상하잖아. 잠이 들어 까마귀조곡을 들어야겠어. 그게 어쩌면 유일한 존재양식의 행로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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