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먹기 참 좋은 음식이다. 시래기와 동태의 콜라보. 집에서 거의 해 먹지 않기 때문에 주로 얻어먹는다. 음식 잘하는 옆집에서 겨울이 어울리는 이런 음식을 하면 먹어보라고 준다. 어떻든 이런 음식은 겨울에 잘 어울린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여 계절에 맞는 음식이 있다. 제철음식이라고 해서 그 철에 나는 식재료는 신선하고 몸에 좋다고 한다. 당연히 제철에 나기 때문에 수확이 많이 되어서 가격도 저렴하다. 그래서 이래저래 제철음식을 먹는 건 이득이다.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다. 사계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정수라의 노래 중에도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 들’라는 가사도 있다. 그리고 사계절이 있어서 우리는 복 받은 곳에 살고 있다는 말을 어른들 또는 뉴스 앵커나 여러 곳에서 늘 들어왔다.


그런데 정말 사계절이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뚜렷하면 살기 좋은 게 맞나? 하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들었지만, 근래에는 더 들었다. 나는 여름이 아주 좋다. 그래서 여름만 있는 나라가 부럽다. 그냥 일 년 열두 달 반바지 하나만으로 보낼 수 있다. 춥다고 난리 떨면서 패딩을 꺼내서 입을 필요도 없다.


여름에는 기온이 30도를 넘어 올라간다. 겨울에는 추운 곳은 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떨어진다. 이렇게 기온차가 심하게 나는 곳이 과연 살기가 좋은 곳이냐 한다면 글쎄다. 겨울에 한파만 오면 얼어 죽는 사람이 생겨난다. 세상에!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얼어서 죽는 사람이 생기다니. 한파가 오니 주의하세요.라는 뉴스가 뜨면 공무원들부터 해서 잠도 자지 못하고 비상근무다.


도시에 눈이 쌓이면 심각한 상황이다. 교통난에, 자동차 사고에, 동파에, 낙상 사고에. 겨울이니까 두꺼운 옷을 꺼내 입어야 한다. 도대체 옷장에 옷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작년까지 잘 입던 그 비싸게 주고 산 롱패딩을 이제 입지 않는다며 숏패딩을 아이들은 사달라고 한다. 난방을 해야 하지만 가스비와 전기세는 계속 오르기만 한다. 옛날처럼 혹독한 추위가 몰아쳐도 으쌰으쌰 하며 그냥저냥 넘어갈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인구의 노령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장마기간에 늘 흘러넘치는 하수구는 어김없이 그 자리에 또 흘러넘친다. 온열질환자 역시 매년 속출한다. 그렇다고 은행이나 건물이 시원하게 해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전기세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폭우에 시장상인들이 전부 물폭탄을 맞기라도 하면 어디서 어떻게 보내야 할지 깜깜하기만 하다.


마찬가지로 눈에 내리는 폭설에 불이라도 시장에 나서 전부 홀라당 타버리고 나면 어디에서 어떻게 손을 대야 하는지 너무나 깜깜하다. 그 과정에 추운 곳에 그저 내몰리게 된다. 추위 때문에 얼굴이 벌겋게 된 상태로 그저 기다리고만 있어야 한다. 손과 발이 얼마나 시리고 추울까. 여름에도 물 폭탄으로 모든 것이 떠내려가 간 사람들은 에어컨도 없는 곳에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잠들어야 한다.


하나의 계절만 있다면 열심히 그 계절에 맞는 피해복구를 하고 경계를 해서 또 영차영차 재발방지는 될지도 모른다. 요즘은 겨울에 살기 좋다고 말하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초딩 때에는 학교에 가면 재미있고 좋았는데, 학교도 요즘은 전부 힘들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얼마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우울하고 춥다. 게다가 교사와 학생들의 경계가 허물어져서 장점도 있지만 단점들이 더욱 부각되는 시대가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여름만 있는 나라에 가서 살고 싶었다. 더운 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추운 건 참을 수가 없다. 추운 건 정말 싫다. 지금까지 여름에 더우면 더울수록 밖에서 한 시간 열심히 조깅을 하면서 땀을 있는 대로 뺀다. 그러면서 태양의 빛을 받는다. 그러고 나서 샤워를 하고 나면 어지간한 더위는 더위 같지도 않다. 그러면 에어컨 바람보다 선풍기 바람이 훨씬 시원하고 야들야들해서 선풍기 바람만으로 잠을 잤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이번 여름에는 또 모르겠지만 아마 이번 여름에도 그렇겠지. 여름은 옷도 여러 겹 입을 필요도 없고, 겨울보다 마시는 물도 몸속으로 잘 들어가고.


마블리가 나오는 이번 영화 황야에서 이희준 같은 미친 박사가 라면 나는 기후를 바꾸는 연구를 해서 우리나라 사계절을 없애고 여름만 있는 나라로 만들어 버리겠다. 하늘에 여름을 만드는 위성을 띄워서 겨울을 밀어내 버리고 오직 여름만 가득한 나라. 아니, 여름 보다 봄, 가을이 좋잖아요.라고 하는데 나는 봄, 가을도 싫다. 봄은 죽음의 계절이고 가을은 늙은 계절이다. 만고 나의 생각이지만 나는 그렇다. 그냥 해가 쨍 한 더운 여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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