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단순한 리듬은 그대의 영혼에 좋다. 단순하고 단순하게 흐르는 리듬이 때로는 격렬하게 마음을 뒤 흔들기도 한다. 단순한 반복, 반복이 인간을 천상에 도달하게 한다. 천상에 당도했던 자들이 음악을 연주하며 지상으로 하강하기도 한다. 그런 음악이 세상에 존재한다.
시인 박정대는 자신의 시에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을 찬양했다. 산울림처럼 단순한 음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뛰어난 기교가 있는 것도 아니며 현란한 솜씨를 뽐내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깊은 늪으로 빠져 들어가는 착각에 빠진다. 그 늪은 순수한 영혼 수십만 개가 뭉쳐 있는 늪이다.
담배연기를 빨아들이고 나면 세포는 격렬한 몸부림을 친다. 폐는 쥐어짜는 고통을 호소하고 혈관은 머리가 띵할 정도로 수축한다. 하지만 곧 후하며 연기를 내뱉고 나면 찰나로 세계가 바뀐다. 세상이 연기로 가득 차며 그 중심이 내가 있고 나는 연기 속을 걷는 주인공이 된다. 그날이 바로 퍼펙트 데이다.
바나나로 만든 마이크를 들고 니코가 노래를 한다. 니코의 음색에서는 니코킨 냄새가 난다. 나는 니코보다 루 리드의 목소리가 좋다. 그의 목소리는 순박한 물질이다. 그 물질은 지구 밖에서 온 물질 같다. 그 물질이 나를 이끈다.
사인 박정대는 이어서 루 리드에 대해서 시로 이야기를 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팩토리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착각이 든다. 앤디 워 홀의 팝 아트도 숨을 쉬고 에디 세즈윅의 방탕하고 외로운 자유가 연주 중간중군 나온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을 루 리드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보듬어 준다. 어쩌면 기적과도 같은 일이 아닐까.
시인 박정대의 시 제목처럼 그들은 진정 타락 천사이었거나 전직 천사였다. 순수한 물질로 똘똘 뭉친 그들의 늪과 같은 음악은 누군가를 닮았다. 눈으로 본모습은 변하기도 하고 잊히기도 하는데 손은 생생하게 그 누군가를 기억하고 있다. 도자기 같은 가녀린 목과 언저리 부분을 나의 손은 기억하고 있다. 그대의 목은 초현실 세계, 나는 그렇게 그대의 세계에 스며든다. 바로 퍼펙트 데이다.
루 리드의 퍼펙트 데이 https://youtu.be/9wxI4KK9Z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