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부 하나의 포즈로 사진을 찍어요?


2주 전 일하는 건물 로비에 크리스마스트리 포토존이 생겼다. 나는 바로 트리가 보이는 곳에서 일을 하기에 로비를 지나치며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2주 동안 내내 봤다. 아이들과 함께 건물에 들어온 엄마아빠들은 어김없이 아이들을 앉히거나 트리 옆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전부 아이에게 카메라를 보라고 하여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대체로 아빠보다 엄마가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주었는데 백 퍼센트에 가깝게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보라고 하여 사진을 담았다.


자, 여기 봐, 여기 좀 봐. 폰 보자.


나이가 6, 7세 정도 된 아이들은 그동안 엄마에게 많이 사진을 찍혀봐서 가만히 훈련된 미소를 짓고 카메라를 봤다. 그러나 나이가 어린아이들, 2살 정도, 그 미만의 아이들은 카메라를 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들이었는데도 반드시 카메라를 보라고 해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이상하다, 굳이 아이가 카메라를 보지 않고 고개를 돌리고 있어도, 뒷모습이라도 그것대로 사진을 찍으면 자연스러워 보이고 드라마틱하게 나올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모든 어른들이 아이들의 눈높이보다는 약간 구부정하거나 똑바로 일어서서 아이의 사진을 담으니 카메라가 밑으로 내려다보는 구도로 찍었다. 아마 태그로 들어가서 이 트리를 배경으로 찍은 아이들 사진을 보면 전부 비슷할 것이다.


아이들의 얼굴은 전부 다른데 모두가 비슷한 구도와 비슷한 모습을 사진이 찍혀 있는 건 어째 생각해도 이상하다. 어색하게 훈련된 미소와 아이들을 조금 내려다보는 듯한 카메라의 구도는 완벽하게 어른이 바라는 사진인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커서 지난날의 사진을 보면 왜 나를 이렇게 찍었어?라고 한다.


어떤 아이들은 너무나 순수해서 지나가면서 산타에게 인사를 한다. 오늘은 어떻게 지냈어? 라며 평소 친구에게 하듯이 말을 건넨다. 그때 말을 건넬 때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으면 아주 멋진 사진일 텐데, 그런 아이를 돌아서게 해서 미소 짓게 만든 다음 카메라를 보기 바라며 사진을 담는다.


물론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의 얼굴이 환하게 나오는 사진을 담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폰 갤러리를 보면 아이의 사진이 전부 비슷하다. 엄마의 눈에는 비슷하게 보이는 모든 사진 하나하나가 전부 소중하고 다르게 보이겠지만 사진에서 엄마의 사랑을 소거하면 너무나 재미없고 다 같은 사진일 뿐이다. 한 번쯤은 자유로운 아이의 모습을 담아도 된다.


아이의 사진으로 너무나 유명한 ‘천국의 정원으로 가는 길’은 유진 스미스가 자신의 아이들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아이들이 어딘가를 향해 아장아장 걸어간다. 그 뒷모습을 담았다. 제목처럼 정말 천국으로 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카메라를 응시하며 아이들 사진을 담는 작가 중에 셀리 만이 있다. 셀리 만은 자신의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는데 이렇게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을 담아내기까지 많은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사진을 담고 있다. 마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겠다는 듯이.




또 사진 저널리스트, 다큐 사진작가 메리 엘렌 마크 역시 카메라를 응시하는 인물을 많이 담았는데 다큐 사진의 특성이 짙게 드러난다. 메리 엘렌 마크는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빛으로 잘 표현한 사진작가라고 나는 늘 생각한다. 그녀는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을 검수하기도 했다.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영화를 보면 아주 짧게 메리 엘렌 마크가 나온다. 그녀는 비교적 우리와 오랫동안 같이 살아있다가 몇 해 전에 죽었다.




모두가 사진작가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누구나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제 사진이라는 건 한 개인이 매일 수십 장씩 찍으니까 현재는 더 이상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나의 가족,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기록한다. 이 만큼 추억하기에 좋은 매개는 없다. 내 아이의 모습을 담을 때 눈높이만 맞춰보자. 그러면 시간이 지난 후 그 아이가 조금 컸을 때 꽤나 드라마틱하게 추억할지도 모른다.

너 코


내 코



뭐 어쩌라고


디자인해 봄



출력해 봄



그나저나 트리 그렇다 쳐도 크리스마스는 너무나 기묘해서 하루만 지나면 캐럴이 듣기 싫다고하루 종일 나오는  캐럴들트리는 내년에 치우더라도 캐럴은 그만  틀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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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2-12-29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배 피는 포스가 장난이 아닙니다. 포스가 함께 하길...

교관 2022-12-30 11:44   좋아요 0 | URL
네 ㅎㅎ 그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