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 방앗간을 들리는 참새처럼 밴드 에이드의 ‘Do They Know It's Christmas’를 몇 번이고 듣게 된다. 밴드 에이드 속에는 죽어버린 조지 마이클도, 프레디 머큐리도, 데이빗 보위도 아주 젊은 보노도 있다. 수많은 캐럴이 존재하지만 빙 크로스비와 머라이어 캐리와 다른 점은 그저 뭉클하다는 점이다. 첫 시작의 드럼 소리가 가슴을 두드린다. 요즘은 그저 릴리 콜린스의 아빠로 불리지만 전설의 제네시스의 드러머이자 팝 스타 필 콜린스의 드럼이 정말 굿이다.
https://youtu.be/j3fSknbR7Y4 <= 밴드 에이드의 ‘Do They Know It's Christmas’ 영상: Christmas Music Videos
80년대 당시 유럽의 최고 슈퍼스타들이 전쟁과 기근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84년에 노래가 나오고 후에 라이브 에이드에서도 같이 부르는데 이때에는 멤버가 조금 바뀐다. 데이빗 보위, 프레디 머큐리까지 합세한다. 정말 좋다. 유튜브 만세! https://youtu.be/NxaGnK3A-Pc <= 85년 라이브 에이드 영상: Chief Mouse
밴드 에이드의 여러 버전이 있고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에드 시런을 비롯해서 유럽의 후배 스타들이 리메이크를 하는 버전도 있다. 밴드 에이드가 먼저 출범했지만 다음 해에 유럽에 질 수 없다며 퀸스 존스를 주축으로 어마어마한 미국 미국 한 ‘위 아 더 월드’가 나와서 전 세계를 휩쓸었다. 죽어가는 많은 사람들을 돕게 된 정말 좋은 노래였다. 중심에 당연히 마이클 잭슨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 2010년에 아이티 대지진으로 아이티 국민들이 전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 ‘위 아더 월드’가 다시 한번 뭉쳤다.
퀸시 존스가 다시 한번 늙은 몸을 일으켜 전사들을 불러 모았다. 30년이 흘렀기에 대부분의 슈퍼스타가 교체가 되었다. 라이오넬 리치로 시작하는 위 아더 월드는 저스틴 비버가 스타트를 끊는다. 그리고 신디 로퍼의 고음은 셀린 디온의 터질 것처럼 폭발하는 고음으로 대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마이클 잭슨의 빈자리는 너무나 컸다. 자넷을 불렀지만 무리였다. 할 수 없는 퀸시 존스는 영원히 잠든 마이클 잭슨을 찾아간다.
이봐, 잠자는데 미안하네,
이번 한 번 다시 위 아 더 월드를 불러줘야겠어.
자네가 아니니까 도저히 노래가 완성이 안 되네.
노래를 부르고 난 다음에, 그리고 푹 자게.
그리하여 위 아 더 월드 2에서는 마이클 잭슨이 부활하여 자넷과 그 부분을 부른다.
아무튼 밴드 에이드의 ‘Do They Know It's Christmas’를 매년 듣다 보면 우리나라에도 이 노래를 불렀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유튜브를 찾다 보니 85년과 88년에 크리스마스 성탄 특집 방송을 보게 되었다. 가수들이 나와서 캐럴을 부르는 그런 방송이다. 근데 보니 아주 재미있다.
세또래부터 전인권이나 유익종의 아주 어리고 젊은 모습을 볼 수 있고 이들이 부르는 캐럴 속에는 탄일종이 땡땡땡 같은, 요즘에는 들을 수 없는 캐럴을 들으니 촌스러워 더 새로웠다. 무엇보다 방송을 진행하는 진행자들의 진행이 아주 세련됐다. 85년에는 이수만과 왕영은이 진행을 하고, 88년에는 송승환이 혼자 진행을 하는데 마치 연극을 보는 것처럼, 단막극을 보는 것처럼 카메라를 데리고 다니며 진행을 해서 우리는 카메라 속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85년 방송의 제목은 ‘노래실은 크리스마스’다. 이수만과 왕영은이 진행을 하는데 느닷없이 산타 복장을 한 전유성이 나와서 진행을 망치고 지금과 비슷한 고정관념을 깨버린 맨트를 한다. 재미있다. 좀 놀랐던 건 85년에 최고의 선물은 컴퓨터라고 한다. 쿵. 학생들이 컴퓨터를 선물로 받기를 원한다는데 당시 컴퓨터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곧이어 시간의 문을 통과한 아주 젊은 이동원이 실버벨을 부른다. 향수로 잘 알려진 이동원은 작년에 죽었다. 식도암으로. 그때 친구인 전유성이 임종을 지켜봤다고 한다. 영상 속 크리스마스는 너무나 따뜻하고 정겹고 크리스마스 다운데 현실은 또 씁쓸하고 그렇다.
1800년대에 한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선물을 주려고 산을 타다가 굴렀다. 그래서 산타 굴렀어. 두둥. 이게 자음 접변, 구개음화, 묵음화, 격음화, 경음화를 거쳐 산타 클로스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이수만이 하고 왕영은이 흥 하며 진행을 한다.
그리고 지금은 국악인이 된 예솔이가 아빠와 예술이 가족과 함께 나와서 캐럴을 부른다. 아아 정겨워라. 캐럴은 처음 들어보는 노래로 예솔이가 산타 할.머.니.는 안 계신가요~~ 같은 가사의 노래를 부른다.
엄지검지라는 듀엣이 창밖을 보라,를 부르는데 이런 캐럴을 요즘은 전혀 들을 수가 없지만 이때에는 방송에서도 가수들이 신나게 부른다.
아주 젊은 유익종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부른다. 유익종의 목소리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마법이 숨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뒤이어 가수들이 캐럴을 죽 부른다. 겨울에 태어난~~ 하며 부르는 겨울 아이도 이때에 나온다. 무대도 현란하지 않고 소박하며 조그맣다. 가수들 역시 몸동작이 거의 없이 정적이며 부드럽다.
https://youtu.be/OIHQX3t3kWY <= 85년 성탄 특집 옛날티비 : KBS Archive
88년은 좀 더 재미있다. 88년 12월 24일 KBS를 통해 방송되었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다. 여기서는 송승환이 단독 진행을 하는데 모노드라마식으로 진행을 하여 더 재미있다. 첫 주자로 이치현과 벗님들이 나와서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부른다. 1절은 조지 마이클의 원곡처럼 부르고 2절은 한글 개사로 부른다. 이치현은 정말 잘 생겼구나. 얼마 전에 전주방송에서 이치현 특집을 봤는데 요즘이나 저때나 외모가 비슷하다. 요즘의 이치현의 얼굴만 보면 평행선에 김영하 작가, 배우 김상경이 있다. 그런 얼굴이다. 셋 다 비슷하다.
노래가 끝나면 아주 어린 송승환이 그 특유의 목소리로 자신을 따라오라며 카메라를 데리고 어딘가로 간다. 우리는 그 카메라를 통해 송승환을 따라간다. 거기로 가니 여자 세 명이 구세군 모금을 하고 있다. 송승환이 요즘 많이 모이냐고 물어보면 여성 세 명은 잘 모이지 않는다, 학생들은 전부 헌금을 하는데, 부자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모른 척한다, 식으로 말을 한다.
그러면 송승환은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먹고 살기가 각박해서 그렇다며 자신이 헌금을 한다. 이 세 명이 세또래다. 세또래 역시 캐럴을 신나고 산뜻하게 부른다. 징글벨, 산타할아버지 우리 마을에 오시네 같은 캐럴을 연달아 부른다. 세또래는 일본의 소녀대를 벤치마킹해서 나왔다. 88년에 나왔는데 88년 연말 크리스마스 특집에 나와서 이렇게 신나게 캐럴을 불렀다.
노래가 끝나면 송승환이 카페처럼 만들어 놓은 무대에서 저 옆 테이블에 남녀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싸우고 있는데 함 볼까요,라고 한다. 카메라는 그 테이블로 이동을 한다. 여자는 이브에 같이 보내자고 하고 남자는 지금 야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여자는 왜 하필 오늘 야근을 해야 하느냐, 남자는 나 아니면 이 일처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라며 싸우다가 여자는 그래 가라! 흥.라고 남자는 테이블에 일어나서 무대로 와서 노래를 부른다.
남자는 김범룡이고 여자는 홍리나다. 단막극처럼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젊은 김범룡의 목소리에는 호소력이 있다. 깊고 깊다. 노래 참 잘 부른다.
이번에는 세상 여리여리하고 아주 젊은 강인원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강인원의 노래가 끝나니 송승환이 나온다. 진행을 하는데 세 명의 남녀가 와서 모금함을 내밀고 송승환이 모금을 한다. 이들은 KBS합창단으로 무대가 바뀌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밴드 에이드의 ‘Do They Know It's Christmas’를 부른다. 이 한국 버전을 찾으려고 지금까지 예전 영상들을 많이도 검색을 했다. 물론 밴드 에이드만큼 아니지만 한국어로 부르는 이 버전의 의미는 다 같이 나누자는 내용이다.
송승환이 이번에는 카드 판매하는 곳으로 가서 카드를 구경한다. 한 여대생이 와서 카드를 골라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돈을 버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고 수줍게 말을 한다. 송승환은 부모님들이 우리를 위해 돈을 참 어렵게 버는 거 같다고 하니 여대생은 카드를 팔아서 번 돈으로 부모님의 선물을 사려고 한다고 한다. 송승환이 가고 이 여대생이 무대로 수줍게 나와서 겨울의 노래를 부른다.
바로 민혜경이다. 민혜경의 놀라운 점은 아주 수줍다가 노래를 부를 때에는 그 표정, 확 바뀌면서 노래에 집중을 한다. 민혜경이 노래를 부르는 중간중간 카메라는 홀로 있는 홍리나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행복해야 할 날에 가장 불행한 표정의 홍리나.
야근하러 갔던 김범룡이 홍리나에게 온다. 부장님이 나의 야근을 대신해주겠데.
아니 왜요?
부장님은 얼마 전에 상처했고 아이들은 친정에 가서 할 일이 없데. 그래서 나보고 가래.
그러자 홍리나는 그러면 안 되잖아요, 저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덜 외롭고, 범룡 씨도 기다려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부장님은 얼마나 외롭겠어요.
그러면서 김범룡은 아 내가 잘못 생각했군, 그럼 우리 소주와 만두라도 사서 부장님에게 갈까. 하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무대가 바뀌며 김범룡과 홍리나가 듀엣을 하는데 홍리나는 노래도 잘 부른다. 홍리나가 김범룡보다 키가 커서 듀엣을 할 때에는 홍리나는 앉아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생각해보는 사랑의 의미는 무엇일까. 라며 진행을 하는 송승환을 밀어내며 사람들이 여기서 자선공연을 하니 비켜달라고 한다. 무대가 바뀌며 아주 젊고 선글라스를 쓰지 않는 전인권이 나와서 캐럴을 부르는데, 나 정말 김c를 보는 줄 알았다. 얼굴도 목소리까지 이렇게나 닮았다니. 전인권은 캐럴이 끝나면 존 레넌의 Imagine을 부른다. 영락없는 김c다. 전인권은 정말 뭔가에 홀린 듯 노래를 부른다.
https://youtu.be/qREDK2yYkh8 <= 88년 성탄 특집 옛날티비 : KBS Archive
촌스러운 전구의 불빛, 탄일종이 땡땡땡 같은 이제 사라져 버린 캐럴송. 열심히 카드를 작성해서 전해주던 메리메리한 크리스마스. 밴드 에이드 한국 버전을 찾다가 재미있는 영상을 봤다. 캐빈만큼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