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포포(담뽀뽀)

음식의 탐미와 미식의 허영.

굴에 떨어진 피가 퍼지는 예술작품 같은 마법.

단 음식에 대한 인간의 갈망.

라면을 빨아 당겨 목구멍으로 넘기는 쾌감.

쾌락적 후추와 쾌락적 레몬을 젖가슴에 뿌려 먹는 욕망.

쾌락의 절정은 음식에서 완성되고.

죽음을 앞두고도 끊을 수 없는 완탕면의 유혹.

인간의 위를 채우기 위해 무수히 죽어간 생물들.

이 모든 것들이 나대거나 모자라지 않게 영화 속에 잘 스며들어 있다.

영화는 웨스턴의 대결구도를 따라간다. 맛이 없는 탐포포네 라멘을 일으키기 위해 은둔 고수들을 찾아 나서고 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라면 맛의 ‘1’을 올리기 위해 노력과 훈련을 처절하게 한다.

라멘집에서 라멘과 주인장인 탐포포를 둘러싼 대결은 그야말로 웨스턴 서부극의 일대일 결투와 같다. 장엄하고 비장한 음악과 배경은 없지만 라멘에 대한 집념과 80년대 도쿄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수구에서 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너무나 멋지다.

라멘 하나로 이렇게나 재미있게 인간의 모든 욕망을 표현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영화다. 인간의 발끝부터 시작하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음식이다. 음식은 죽음과 직결한다.

영화 속에는 김치와 상추에 싸서 먹는 돼지갈비가 나온다. 돼지갈비는 꽤 오래전에 일본에 상륙한듯싶다. 그렇게 각고의 노력 끝에 탐포포는 네기소바를 만들어낸다. 바로 줄을 서서 먹는 라멘. 그것을 해내고 만다.

마지막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다. 아기가 엄마의 품에서 젖을 빨고 있는 장면은 긴 호흡으로 점점 클로즈업이 되며 끝난다. 인간의 탄생은 음식과 함께 출발한다. 그 출발을 알리는 것이 엄마가 만들어낸 모유였다. 엄마 젖을 빨아먹는 아기의 마음속에는 생존과 함께 오감도 열리게 된다.

음식이 인간의 탐욕을 잘 말해주는 영화가 후에 또 나오게 된다. 브라질과 이태리 영화 ‘에스토마고’다. 요리 영화가 아닌데 요리 영화인 이상하고 굉장한 영화다. 음식 하나를 가지고 권력을 가지게 되는, 인간의 욕망 충족에 대한 갈망을 음식으로 만들어낸 영화였다.

영화 ‘탐포포‘는 ‘담뽀뽀‘라고도 발음이 되고, 제주도에는 담뽀뽀라는 일본식 라멘집도 유명하다고 한다. 탐포포는 민들레이며, 영화 속 간판이 민들레 삽화로 되어 있다. 85년 영화로 영화 속 라멘 한 그릇 가격이 480엔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50원 정도인데 아주 저렴해서 서민화가 확 이루어졌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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