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밤중에 출출하면 이 출출함을 다른 것으로 달랠 줄 방법이 없다. 뭘 하지? 뭘 하면 이 출출함을 잊어버릴까 싶지만 우왕좌왕의 생각으로 출출함의 게이지가 좀 더 상승을 한다. 아몬드를 몇 개 씹어 먹고 호두를 앞니로 야무지게 씹어 먹으며 출출함을 달래야지,라고 하지만 3분 뒤면 출출함이 눈사람처럼 커지기만 할 뿐이다.


출출함이 오밤중에 밀려오면 빨리 판단해서 라면을 먹는 게 낫지. 이것저것 주워 먹고, 다른 생각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 하지만 여기서 또 라면을 팔팔 끓여서 계란을 넣고 파를 넣고 어쩌고 하면 일이 커진다. 출출함을 달래는 게 아니라 포만감 충만으로 또 후회가 몰려오기 때문에 컵라면으로 출출함을 달래기로 한다.


컵라면 또한 라면만큼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끓여 먹는 라면만큼 덜 미안하고 출출함도 달래주는 컵라면으로 왕뚜껑으로 선택을 한다. 일단 보기에도 크고 넓어서 좋다. 왕뚜껑 라면이라 봐야 뭐 양도 얼마 안 된다. 어떻든 내가 나에게 덜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물을 끓여서 붓고 난 뒤 3분 있다가 뚜껑을 열었다.


저녁을 먹고 남은 반찬으로 두부와 부추전이 있어서 그걸 토핑으로 이렇게 올렸다. 국물이 잘 배어 들 수 있도록 또 1분 정도 있었다. 먼저 국물을 빨아먹은 부추전을 한 입 먹었다. 아, 이 맛은 우리가 흔히 고급 뷔페에서 맛보는 천상의 맛이 아닌가. 두부의 맛 또한 어떠하리. 그저 맛있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시간은 새벽 1시.


라면 한 그릇 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다. 호로록 먹으면 왕뚜껑 라면 특유의 맛이 위장으로 흘러들어 간다. 부추전이 좀 더 있었는데 그걸 다 넣어서 먹었다. 두부 역시 더 있었는데 냠냠 맛있게 먹었다. 먹고 남은 그릇 밑바닥에 찰랑거리는 그리움처럼 미미하게 국물이 좀 남아 있다. 헤헤 거리며 남은 밥을 살짝 말았다.


말았다기보다 비벼먹는 기분으로 호로록. 분명 나는 덜 미안하다. 냄비를 꺼내고, 팔팔 끓이고 계란을 깨지 않아서 요란스럽지 않고 한 끼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분명 나는 덜 미안하다. 덜 미안하다. 내가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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