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만에 먹어보는 오예스인지 몰라도 뜯자마자 크기가 너무 작아서 사진을 한 번 찍었는데 뭔가 플레이팅 같아 보였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는데 외국인들이 자꾸 좋아요,를 눌러서, 이거 오예스야!라고 하고 싶었지만, 정말 하고 싶었지만 외국어를 하지 못해 꾹꾹 참았다.


접시는 방금 전까지 가자미를 담아서 먹다가 닦아내고 오예스를 올려서 내막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음,, 하지만 그저 사진만 보는 이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오예스는 이제 한 입에 쏙 먹을 수 있었다. 정말 작아졌다. 내 입은 크지도 않지만 한 입 짜리다.


한때(라고 해봐야 군대 있을 때) 나의 최애 간식 크라운 산도(반드시 크라운 산도라고 쳐야 함. 그냥 산도라고 치면 과자가 나오지 않음)는 말할 것도 없이 축소되고 축소되어서 몇 개를 한 입에 먹을 수 있을 정도다.


그나마 초코파이가 아직 있지만 역시 크기가 작아진 것 같다. 일전에 한 번 올렸던 민초 초코파이는 훨씬 작아서 그냥 한 입에 쏙 들어간다. 초코파이, 오예스 같은 것들은 이상하게도 군대나 단체생활을 할 때 먹으면 맛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군대에서 먹는 음식 중에 기억에 많이 남는 음식은? 하고 물으면 봉지라면과 초코파이다.


초코파이 계열의 음식이 있다. 오예스, 몽쉘통통 같은 것들. 아주 맛있어서 몰래 먹다가 들켜도 어지간한 고참들은 웃으며 봐준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나는 뭔가 만들고, 그리는 재주가 있어서 고참들이 뭔가를 만들거나 하면 늘 불려 갔다. 그리고 겨울에는 모든 훈련에서 빠져서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 만드는 병력으로 차출되어서 내내 카드 디자인만 하곤 했다. 물론 아주 피곤하지만 근무도 없고 무엇보다 단체기합이나 폭력에서 열외였기 때문에 좋았다.


그런데 한 고참이 자신이 나무를 깎아서 비행기를 만드는데 나를 불렀는데 나는 더 고참이 불러서 더 고참과 함께 무엇인가를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렇잖아. 열이 받은 고참은 내가 새벽 근무를 하고 있을 때 나에게 왔다. 그날 아침이 첫 외박을 나가는 날이었는데 첫 외박 축하한다며 몽쉘통통 두 통을 들고 와서 그 자리에서 다 먹게 했다. 워낙 악명이 높은 고참이라(이 번 신병 드라마에서 강찬석 상병을 생각하면 된다) 그 자리에서 다 먹어야 했다.


몽쉘통통 한 통에 16개가 들어있다. 두 통이면 32개. 몽쉘통통이란 게 말이다 하나를 먹으면 너무 맛있거든.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촤컬릿과 형용할 수 없는 부드러움의 조화. 정말 맛있다. 그래서 하나를 더 찾게 되지. 두 개를 먹으면 아 이런 맛에 살맛이 난다니까.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하나를 더 먹어. 세 개를 먹으면 약간 정신이 들지. 단맛이 가득해서 뇌를 자극하여 엔도르핀이 너무 뿜어져 나온다.


망설이다가 하나를 더 먹게 되면 이제 그만, 하는 신호가 온다. 그런 신호가 온다. 혀도 그걸 감지한다. 달달한데 그 달달함이 거북하게 치고 올라온다. 그래서 몽쉘통통은 다음에,를 기약한다. 그런데 이걸 앉아서, 꼭 앉아서 먹게 했다. 쪼그리고 앉아서. 왜 그러냐 하면 위가 짓눌러있기 때문에 소화가 더 안 된다는 걸 그 고참은 알고 있다. 내가 미웠던 그 고참은 새벽에 잠도 자지 않고 몽쉘통통 두 통, 32개를 나에게 먹였다.


나는 그걸 먹고 오전 식사는 고사하고 화장실에서 계속 오바이트를 했다. 그리고 외박을 나와서도 멍하게 보냈다. 그런 기억이 있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오예스인지는 몰라도 맛있었다. 크기가 작아진 건, 양이 적다는 건 적당히 먹어라, 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다른 방향으로 보면, 소주가 도수가 아주 낮아졌다. 만취하지 말고 그저 즐기면서 술을 마시자는 의도라고는 하지만 소주의 열렬한 애용자는 20대 대학생들인데 그들이 한 병으로는 너무 말짱하니까 몇 병을 마시게 된다. 이게 선인지 악인지 구분이 안 간다. 회사에서 봤을 때에도, 소비자에서 봤을 때에도 선과 악의 구분이 너무 모호하다.


그래서, 오예스 주제에 맛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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