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계란이 없어지면 나는 어떻게 살지?라고 생각할 인간이 있다면 그게 나다. 매일 먹는 음식이 계란이고 계란의 변신은 식탁 위의 모습까지 변화시킨다. 정말 계란이 없어지면 큰일 나지 않을까.
미국의 코미디 영화를 보면 근육질의 주인공이 아침에 일어나면 계란을 10개 정도 그대로 꿀꺽꿀꺽 먹는다. 또 노래대회가 있을 때 노래를 부르기 전에 날계란을 먹기도 한다. 삶은 달걀은 식사 대용으로 먹는다. 나는 매일 점심을 삶은 계란으로 먹는다. 그러나 삶은 계란은 뭐니 뭐니 해도 기차에서 사이다와 함께 먹는 맛이 있다. 마녀 1에서 김다미가 먹었던 것처럼.
계란말이는 도시락의 추억을 고스란히 살려준다. 요즘은 술안주로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한다. 계란말이는 맛도 좋은데 다른 안주에 비해 저렴하기까지 하다. 또 계란찜은 감기가 걸렸을 때 좋다. 오므라이스는 쉬워 보이지만 계란지단을 만드는 것도 경험치가 필요하다.
이런 계란이 세상에서 없어지면 정말 난리가 난다. 계란은 과자나 아이스크림이나 빵에 반드시 들어간다. 계란이 들어가지 않고서는 이런 음식은 나올 수가 없다. 박찬일 요리사의 말을 빌리면 계란이 인간사에 들어옴으로써 요리의 신기원이 열렸다고 했다. 프랑스 요리에서 사람들을 감탄하게 하는 크렘 브뤨레 슈크림, 커스터드로 넣은 샌드가 노른자의 마력이라면, 한없이 부풀어 올라 미식의 허영을 충족시켜주는 수플레, 중독성 강한 마카롱 같은 과자는 흰자의 변신으로 가능해졌다고 한다.
요즘은 보지 않지만 예전의 ‘맛있는 녀석들’에서 계란 특집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네 녀석의 요리를 해준 요리사들은 계란으로 마법을 부렸다. 계란의 변신은 정말 무궁무진했다. 이런 계란이 2017년에 한 번 위협을 받은 적이 있었다. 계란 파동으로 인해 가격이 자꾸 올라갔었다.
무방비로 배고플 때 계란 프라이 냄새가 아파트 복도에 퍼질 때만큼 좋은 냄새가 없다. 계란 프라이 맛을 알고 있기에 그 냄새가 더 위장을 쥐어짜게 한다. 집에서 스크램블을 만들면 맥주와 함께 마신다. 입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면서 계란의 맛있음도 입 안 가득 퍼질 때, 그때 맥주를 한 모금 마신다.
스크램블을 만들 때 흰자가 보이지 않게 만들기도 하고, 프라이를 하면서 휘휘 저어서 흰자와 노른자가 반반씩 보이게 굽는다. 이때는 버터로 구우면 아주 맛있다. 역시 맥주를 부른다. 맥주도 모든 음식에 어울리고, 계란도 모든 술에 어울리니 이만큼 궁합 좋은 것도 없다. 요즘처럼 더울 때 실컷 달린 다음 스크램블과 맥주 한 잔이면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
쿠테타마 녀석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