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날에 조깅을 하면 정강이에서도 땀이 샘솟듯 퐁퐁 나온다. 이렇게 비처럼 흘리는 땀은 경이롭다. 짜지 않다. 뚝뚝 떨어지는 땀은 수분에 가까워서 조깅을 실컷 한 다음에 물 한잔 마셔주면 또 원상태로 되돌아오는 느낌이다. 폭염이라고 해도 여름의 초입이라 그런지 해가 떨어지면 바람은 선선하다. 여름에 부는 바람이 선선하다니! 무슨 그런 개풀 뜯어먹는 소리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여름에 부는 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지는 건 조깅을 했기 때문이다. 조깅을 하면서 심장이 굉장한 펌프질을 하여 피가 평소보다 더 빠르고 과격하게 혈관을 타고 돈다. 몸이 뜨거워지고 땀을 있는 대로 흘린다. 그런 반응에 적응을 하듯 신체의 기관들은 체온을 유지하려고 평소보다 열심히 움직인다. 이렇게 무더운 날에 조깅을 하게 되면 아마 신체의 모든 기관이 바짝 긴장을 해서 가만히 쉬는 기관은 없는 것 같다. 위장도 그에 맞춰서 뭔가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체온이 조깅으로 인해 오를 대로 올라있는 가운데 그늘에 잠시 앉아서 쉴 때 여름의 바람이 불면, 설령 바람이 덥덥하거나 시원하지 않아도 체온보다 낮기 때문에 시원하게 느껴진다. 대부분 에어컨 앞에서 시원하게 있지만 오히려 조깅을 한 후에 에어컨 바람은 너무 차갑다. 이게 개인적으로 여름의 딜레마다. 어떻든 여름이니까 해가 뜨겁고 기운이 높은데 에어컨 바람은 춥고 싫다. 그래서 잠을 잘 때 에어컨을 켜지 않고 선풍기만으로 잠이 드는데 너무 더운 날에는 새벽에 더워서 일어나기도 한다. 여름의 딜레마다.


조깅을 하다가 산스장 같은 곳에서 몸을 열심히 풀어준다. 요즘은 날이 더운 것 치고는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그래 봐야 전부 아버님, 어머님 또는 할아버지들의 나잇 대다. 그래도 매일 보는 어르신은 매일 나와서 정말 열심히 운동을 한다.


날이 더워지면 사람들이 덜 나올 것 같지만 러너들은 이런 날 많이 나와서 달린다. 제대로 된 복장을 갖추고 숨을 슉슉 하며 일정한 보폭으로 달리는 러너들을 보면 멋지다. 가끔은 선수들이 강변에 나와서 조깅을 한다. 그 무리에 껴서 달리는 것도 재미있다. 그들 틈에 끼어서 달린다고 해서 그들이 나무라거나 빠지라고 하지 않는다. 그저 같이 달리는 것이다. 강에는 늘 조정경기 선수들이 조정 연습을 하고 있고 강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걷거나 달리고 있다. 이런 폭염 속에서도.


어느 날은 달리면 저 먼 곳을 보니 마치 아파트 건너편에서 이종의 비행물체가 빛을 사방으로 발사하고 있는 것 같아서 사진으로 담았다. 영화 속에서 이런 장면은 늘, 언제나 복선을 예고한다. 외계인 침공의 영화를 보면서 늘 드는 생각은 감독들은 앞으로는 정말 공부를 많이 해서 외계 침공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이라는 종족은 인간이 생긴 이래로 지금까지 전쟁을 해왔다. 침략을 하고 침투를 하고 전쟁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외계인의 우주선이 무참하게 지구를 침공해서 박살 내다가 몇 명의 과학자들이 외계인들을 때려잡는 식의 영화는 이제 식상해져 버렸다. 인간, 인류를 공격할 때에는 전투, 전술이 확실해야 인간사 내내 전쟁을 일으킨 인간을 정복할 수 있다.


이 모습도 마치 우주선이 빛을 관통해버린 것 같다. 매일 같은 곳을 나와서 달리는데 매일 다른 모습이다. 그런데 어느 날 보면 많이 달라져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매일 보던 가까이 있던 사람도 어제와 전혀 변함없는데 어느 날 보면 나이가 들어있다. 그렇게 우리는 야금야금 늙어간다.


평소에 다니지 않던 곳을 지나서 오다가 골목을 발견했다. 골목은 언제나 사진 메이트다. 골목만큼 사진으로 담기에 좋은 이야깃거리가 없다. 골목과 가로등, 그리고 골목 속의 계단만으로도 괴담이나 추억이 와르르 쏟아질 것만 같다.


또 다른 골목에서는 고양이 한 마리가 구애를 하고 한 마리를 흥 하며 대치를 이루고 있다. 고양이는 몇 천 년 동안 정말 변함없이 자기중심적이라고 하지만 인간 품으로 파고드는 고양이 앞에서는 또 속수무책이다.


날이 너무 좋았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폭염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하늘이었다. 그러나 이 날은 너무 더워서 조깅 코스에 거의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다. 열기가 후끈하며 얼굴로 바로 닿는, 그런 날이었다.


하늘 속에 새 한 쌍이 이 넓은 하늘을 전세 내서 사랑 비행을 하고 있기에 한 컷 담았다. 두 마리는 사이가 좁혀졌다가 다시 조금 벌어지고를 반복했다. 그들의 사랑법인 것 같다. 저 새들보다 더 큰 새도 보이지 않고 저들을 방해하는 방해물은 적어도 하늘에는 없었다. 그저 활공을 하며 사랑을 나누는 것이 저들이 해야 할 오직 하나인 것처럼.


하늘에 마블링이 꼈다. 서서히 물살에 번져가는 마블링이 강이 아니라 하늘에 번졌다. 미술시간이 생각이 났다. 다른 수업시간에는 존재감이 없었지만 미술시간에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하다가 안 되면 나에게 도움을 받으라고 했다. 물에 물감과 기름을 떨어트려서 젓가락으로 휘휘 저은 다음 도화지를 살짝 표면에 갖다 대면 이런 마블링의 아름다운 형태가 도화지에 그려졌다. 그때를 생각하면 우쭐해졌던 것이다. 그런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하늘을 만났다.


습도가 눈으로도 다 보이는 그런 날이었다. 몸이 아주 무겁고 꿉꿉함이 대기에 가득 껴 있는 그런 날이었다. 몸이 축축 늘어지는 날이다. 이런 날에 조깅을 하면 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 구멍에서 나올 수 있는 땀은 전부 나오는 것 같다.


집 앞 바닷가에서 오전에 책을 좀 읽으며 한 컷 담았다. 아주 맑았다. 대기에 가스층이 거둬져서 하늘은 더욱 파랗게 보이고 구름은 더더 하얗게 보이는 그런 날이다. 이렇게 평온하게 보이지만 바다에는 바람이 심하게 분다. 그리고 바람은 춥다. 저어기 공사하는 건물 옆에 시지브이 극장이 생겼다. 이곳으로 여행을 온 사람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에는 아, 우리 여행 중이었지, 하며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 내가 여행을 가면 꼭 그 도시나 그곳의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그런 느낌을 잔뜩 받았었다.


구름이 맛있게 보이는 날이다. 날이 너무 덥지만 역시 에어컨 바람이 싫어서 창문을 열고 운전을 했다. 마치 열어 놓은 창문으로 구름의 맛있는 냄새가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화산이 폭발을 하면 저런 구름이 형성이 되던데. 아무튼 멋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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