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의 밥상에 마요네즈가 빠지면 이상하게 되었다. 정말 마요네즈에 진심을 다 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사진으로 더 올리지 못했지만 찌개에도 마요네즈를 넣어서 먹기도 했고, 아무튼 커피 빼고는 마요네즈라는 마법은 모든 음식에 다 어울리는 것 같다.
덱스터 시즌 3에서도 리타와 슈퍼에서 장을 볼 때 덱스터와 아이들은 마요네즈를 빼먹지 않는다. 덱스터 원작에는 이 어린아이들이 사이코패스로 나온다. 개를 죽이고도 아무렇지 않고. 아이들은 원래 있는 그대로를 표출하니까 아마도 사이코패스적인 경향이 어쩌면 더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교육과 훈련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는 사람으로 커간다. 덱스터는 긴 시리즈를 하면서 극 중에서 티격태격하는 동생 데브라와 실제로 꽁냥꽁냥 하는 사이가 되어서 결혼까지 한다. 그러나 3년인가? 만에 이혼을 한다. 그래도 계속 시리즈에서 다정하게 나온다.
그런 사이코패스 덱스터의 가족들도 마요네즈를 잊지 않는다. 미국 사람들은 특히 마요네즈를 많이 먹을 것 같다. 그들의 식탁이 한국 식탁처럼 여러 반찬과 음식들을 다 갖춰 놓고 매 끼니 먹지는 못하니까 간단하게 마요네즈를 휙 뿌려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지 않을까.
마요네즈는 정말 인류가 발명한 것 중에서 최고가 아닐까 싶다. 아스피린, 베이비오일이나 바셀린, 계단, 그리고 마요네즈가 내가 손꼽는 발명품들이다.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다.
계란 프라이에 뿌려 먹으면 계란을 고소한 맛이 두 배, 아니 열 배가 되는 것 같다. 계란 프라이를 평소에 4개를 먹는다면 마요네즈를 뿌리면 40개는 거뜬하게 먹을 것만 같다. 살찌겠지 ㅋㅋ.
또 한 번은 그저 양배추에 마요네즈를 뿌려서 오물오물 먹었는데 이거 어떡할 거야. 양배추를 씹을수록 나오는 단맛에 마요네즈의 맛이라니. 양배추는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이렇게 마요네즈를 뿌려 먹으니 몇 통은 그대로 먹을 것만 같다. 마요네즈를 근래에 좋아하게 된 이유를 억지로 같다 붙이자면 소화가 잘 된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좋지 못한 위장 때문에 조금만 빠르게, 조금만 많이, 단단한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는다. 단순히 소화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소화가 안 되면 속이 거북하고 혈압도 오르고 두통이 온다. 그런 위장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먹는 것이 한 때는 참 곤욕스러운 일이었다. 특히 친구들과 한창 고기를 먹을 때, 고기는 먹고 싶은데 친구들의 속도를 따라가면 그날 밤에는 어김없다.
이런 소화가 안 되는 것이 담배 하고도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담배를 못 피운다. 담배를 안 피우는 게 아니라 못 피우는데 담배를 피우면 먹은 밥을 전부 토해낸다. 거참 이상한 일이다. 그러니까 담배를 피우면 소화가 전혀 안 된다. 담배를 피우고 싶어서 억지로 몇 대 피우면 먹은 음식을 다 게워내야 했다. 세상에 이런 신체를 가진 사람이 있을까. 담배가 해롭다고 하니 그래서 피우지는 않지만 담배를 못 피운다.
이렇게 썰어 먹는 게 유튜브 영상 보면서 딱 먹기 좋은 각이다. 내가 유튜브로 자주 보는 건 영화채널들이다. 들어가서 보는 몇몇 유명 영화 유튜브가 있는데, 요컨대 ‘거의 없다’나 ‘라이너’나 ‘달콤 살벌한 영화 이야기’ 같은 채널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제목으로 어그로를 끌지 않는다. ‘충격’ 이나 ‘실체’ 같은 단어로 현혹하지 않고 내용도 좋다. 역대급이나 1위이니 최고니 같은 제목으로 클릭을 하게 만드는 수많은 영화 유튜브가 요즘 계속 늘어난다. 요 며칠은 마요네즈를 먹으며 마요네즈 영상을 보고 있다. 하하하. 뭐 인생이란 그런 거겠지. 마요네즈를 먹으며 인생을 논하게 될 줄이야.
요즘 미나리 철이다. 미나리가 정말 맛있다. 얼마나 맛있으면 구겨지듯 어색 어색을 장착하고 광고하던 이무진의 ‘미나리싱싱주’까지 나올 정도다. 얼마 전에는 코미디언 이용식으로 바뀌었던데, 이무진 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웠다. 미나리 주 광고가 다른 소주 광고에 비해서 떨어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돈 때문이겠지. 하지만 막걸리 광고들도 소주 광고에 비하면 조금은 어색하지만 막걸리는 지역별로 인기가 많다. 내가 사는 곳의 막걸리 광고는 이만기 형님이 한다.
미나리무침에 마요네즈를 뿌려 먹어도 정말 맛있다. 이게 얼마나 맛있냐면 미나리 무침이 약간은 간이 되어서 짭조름하다. 거기에 밥과 마요네즈를 넣어서 같이 비벼 먹으면 아주 맛있다. 요즘은 미나리 풍년이니까 자주 이렇게 먹고 있다. 미나리 싱싱 주 한 번도 못 먹어 봤는데 같이 마시면. 미나리 철이 되면 나는 아주 많이 미나를 먹는데 미나리는 많이 먹어도 소화가 잘 된다.
이건 뭐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조합이다. 명란젓과 마요네즈의 만남이다. 거기에 밥을 넣어서 같이 먹으면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마요네즈는 짭짤한 반찬과 만나면 그 맛이 더 극에 달아하는 것 같다. 마요네즈와 와사비와 땡초를 같이 버무려 노가리를 찍어 먹으면 맥주가 꿀꺽꿀꺽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반찬이 아무것도 없을 때 계란 프라이를 해서 그 위에 마요네즈만 뿌려도 아주 맛있다. 거기에 쓰디쓴 싸구려 와인 한 잔을 곁들여 먹어도 좋다.
호박전과 양파전에는 마요네즈다. 간장 양념도 맛있지만 눈이 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마요네즈를 뿌려서 먹게 된다. 편의점에서 파는 6천 원짜리 와인에 탄산수를 부어서 얼음을 넣어서 같이 마시면 더 맛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두루치기에는 마요네즈다. 마요네즈를 뿌려서 휘휘 저어서 먹는 게 아니라 이렇게 고기 위에 마요네즈를 뿌린 다음에 고기를 그대로 건져서 먹는다. 넣은 고추가 아주 맵기 때문에 매운맛도 줄여주고 고기의 맛도 끌어올려준다. 아무튼 고기에 마요네즈를 뿌려 먹으면 이상하게도 고기를 먹어서 소화가 안 되고 하는 게 없다. 그건 어떻게 봐도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또 고등어구이에 뿌려 먹는다. 내가 좋아하는 고등어구이는 구워 놓고 하루나 이틀 정도 지난 고등어다. 비린내가 아주 많이 나는 고등어구이를 좋아하는데 이렇게 마요네즈를 뿌려 먹으면 비린내는 덜 한데 비린내가 맛있게 난다. 보고는 싶은데 만나기는 싫다, 그 식당이 좋은데 거기까지 가는 게 싫다? 와 비슷한 말인가. 아무튼 마요네즈를 찬양하자면 그렇다.
그러나 이렇게 마요네즈에 빠져서 몇 통씩 먹게 되면,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살이 찐다. 나는 최소 10년 정도는 늘 비슷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조깅을 거의 매일 하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조깅에 대한 글을 많이도 올렸었다. 마요네즈를 많이 먹는 요즘은 조깅의 강도를 더 높일 수밖에 없다. 시간적으로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조깅을 하면서 걷거나 몸을 푸는데 시간은 같으나 오르막 길을 코스에 넣어서 계속 달린다든가, 반환점을 돌아서 올 때는 어슬렁 걸어서 오는데 요즘은 반환점을 돌아서도 계속 달려서 오거나 빠르게 걷거나 한다.
이렇게 맛있는 마요네즈를 계속 먹으려면 어쩔 수 없다. 작년은 재작년과 비슷한 몸을 유지했는데 올해는 때 이른 더위 탓에 5월에 집 앞 해변에서 훌러덩 벗고 책을 읽었는데 겨드랑이에 살이 붙었다. 조깅을 하고 작년과 똑같은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보면 아직은 유지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 겨드랑이 쪽에는 살이 붙어있다.
한 인간이 태어나서 맛있는 걸 매일 먹을 수 있는 삶이란 더 없는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귀찮을지도 모르지만 생각해보면 귀찮은 걸 귀찮아하지 않으면 대체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멍 때리는 것도 좋지만 하루 종일 멍만 때리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가끔 생긴 여유가 소중하다는 걸 알지 매일이 여유롭다면 그게 여유보다는 불안으로 점철될지도 모른다.
조깅은 운동화와 달릴 수 있는 길만 있으면 되니까 너무 좋다.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니니 달리다가 힘들면 걸으면 된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앙 다물고 영차영차 달리면 된다. 그러면 이 맛있는 마요네즈를 매일 먹을 수 있다. 언젠가는 마요네즈와도 이별을 하겠지만 지금은 열심히 찾아서 먹고 있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빨리 피부가 탔다
이거 어쩔 거야, 이 맛 이거 어쩔 거냐고